팔십 평생 너머
가족과 의절하고 혼자 버텨온
남희 할배
체인-스톡스 호흡* 중이다
깊게 들이쉰 들숨이 멈추었다
허공에 핀 꽃 한송이**
살을 에는 아픔이 날선 꽃잎으로 말려들어
향기는 가슴속 계곡으로 흘러가고
줄기의 가시는 지난 모진 세월을 찔러
핏방울이 모여 붉은색이 되었다
천천히 내쉬는 날숨이 그치니
허공에 핀 꽃 한송이 사라진다
멀리서 서쪽 하늘이 밝아온다
해탈이랄 것도 없이 편안하다
공간도 시간도 없는
텅 비고 고요 속으로
걸어 간다
사라진다
영원히,
장미꽃은 아름답다
*체인-스톡스 호흡(Cheyne-Stokes respiration): 임종 단계에서
보이는 호흡의 변화이다. 과호흡과 무호흡/저호흡이 번갈아 나타난다.
임상에서는 임종에 가까워지고 있는 증상으로 확인한다.
** 종범 스님의 법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