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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라고 환장했나

by 현목

죽을라고 환장했나


나불천 주황색 보도(步道)는 세상고(世上苦)다

그 위로 연두색 사마귀 한 마리

장자(莊子)의 소요유(逍遙遊)를 즐긴다고

긴 앞다리를 허공에 올리고

어기적 어기적 걸어간다

죽을라고 환장했나


썩은 나뭇가지 하나 꺾어

부처님의 자비 한점 묻혀

사마귀 무지(無知)를 걸고 풀밭으로 내동댕이쳤다

나뒹굴어진 사마귀,

날개를 푸릉거리더니 한마디 한다

저런 무식한 놈이 있나

무위자적(無爲自適)하던 지네 한놈도

짜리몽땅한 다리 허우적거리다가

웬 할매가 지네의 허위(虛僞) 위에 주먹만한 돌맹이를 얹어버렸다

죽을라고 환장한 거지

이건 내 말이 아니고

저 멀리 우주 한점에서 내려다보는 분의 얘기다

사는 게 별거 있나

물론 그 반대도 있다

살라고 환장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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