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파양 된 보더콜리를 입양하겠다고?(1)

코리 코리...

by 오월의고양이

매일 두 번씩 산책을 해야 돼

여행?

못 하지.

비 오거나 눈 오면? 천둥번개에도 산책 나간다고?

우비 입고 가지... 천둥번개 그까짓 거 하루종일도 아닐 테고...


오 년 전에 보더콜리를 입양한 M일 하는 책 그까짓 거 대수냐는 투다. 안 구석구석 개털이 뭉쳐 굴러 다니고, 배변 실수도 아무렇지 않다 했다. 먼지 한 톨 없이 온 집안을 쓸고 닦 결벽에 가까왔던 사람이다. 아파트를 방문할 때면 조심스러워 발꿈치를 들어야 하나 고민한 적도 었다.


처음엔 하루 종일 청소만 하고 다녔지. 이제는 그냥 뭐 하루 한 번 청소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고...

장이 약고 아토피까지 식으로 들어 먹인다고도 했다. '그까짓 거'라는 단어가 휴대폰을 통해 도돌이 된다. 이렇듯 사람이 180도 달라질 수도 있구나? 녀석에게 가스라이팅 당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산책 나가면 다른 개들은 보이지도 않.

걔네들은(보더콜리종) 영리해서 살살 달래 가며 가르치면 다 알아듣거든

아들 없지? 그냥 네댓 살 사내아이 키운다고 생각하면 돼

한 살 지나니까 확실히 달라지더라고

한 살이라며? 다 키웠네.

나도 한 살까지는 별의별 생각 다 들더라고. 1년 지나니까 확 달라지는 거야.


아들 둘을 륭하게 잘 키워낸 그녀다.

그러나 나는 아들이 없다.


네댓 살 사내아이 장꾸질에다 7살 지능이라니.

말썽 심한 네댓 살 아들내미를 쫓아다니다 지친 친구는 빨리 늙어버리는 게 소원이고 했었다.

M이키우고 있는 여울이

코리...

제가 매일 와서 산책시킬까요

발톱도 제가 깎을게요.

욕은요... 미용실가시면 돼요. 아니 아니 그냥 집에서 하셔도 돼요.

착해서 얌전히 있을 거예요.

산책 후에 빗질을 10분 정도 해 셔야 해요.

아니 아니 7분 정도만 해도 돼요.

5개월 차에 중성화해서 마킹도 안 요.

걔 그래 봬도 280만 원짜리거든요.

멀미는 안 하는데, 차를 타면 침을 많이 흘려요.

얘가 지능이 7살이래요.

3월 15일이 한 살 되는 날이에요.


산책길에 들르던 견주는 동거인들의 반대와 같이 보호하는 주먹만 한 치와와가 장난감이 되어가는 걸 더 이상 참아 낼 수 없다. 며칠 후엔 홍콩여행계획이 있어 돌봐줄 사람을 당근에서 구 할 것이며 돌아오면 로 보호소 보내질 것이라 했다

생판 모르는 사람보다는 오며 가며 눈인사하던 내가 낫겠지 충동적으로 나서버렸다. 여행동안 돌봐주겠다던 말을 애매하게 했던 모양이다. 그 것을 입양의사로 받아들였다. 그리고는 마음이 바뀔까 조바심에 말이 빨라지고 많아졌다. 보더콜리에 대한 호기심 있었다. 그러나 키운다는 건 꿈에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찾아본 정보에는 키우지 말라는 의견들이 더 많았다.

카페가 3월 1일부터 3일까지 연휴다. 그래서 리 만나 익숙해지면 카페에 출근해도 괜찮을 것도 같았다. 1일 저녁 6시에서 7시 사이에 데려다 놓기로 견주와 약속을 했다.


3월 1일 낮, 남편과 스크린으로 골프게임을 하고 있었다.

깨톡! 깨톡! 4시 반에 갈게요.

집이 비어있어 곤란하다는 내 답변에

마당에 묶어 놓고 갈게요. 갑자기 약속이 잡혀서요.라는 답이 왔다. 카페가 열어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래도 그렇지 텅 빈 마당에 녀석만 덩그러니 두고 겠다고? 단단히 잘 묶어 겠다니 서둘러 마무리 하고 돌아갈 생각이었다. 원래대로라면 저녁식사까지 밖에서 먹고 귀가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4시 30분 마당 CC티브이에는 줄이 풀린 채 당황해서 겅중겅중 뛰고 있는 보더콜리 한 마리 비춰주고 있었다. 재미나 뛰어다니는 모습은 결코 아니다. 닫힌 철제 대문으로 견주가 떠난 방향을 바라보다 갸웃하고 여기저기 킁킁대다가 다시 가서 제 집방향 골목 쪽을 물끄러미 바라보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철제로 된 가로로 긴 대문은 녀석의 키 정도로 낮다. 저 집과 길을 구분짓기 위해 제작된 것이다.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뛰어넘을 수 있다. 골목을 벗어나면 로 찻길이 나온다. 혹시라도 제집을 찾아 나서기라도 한다면... 생각이 그렇게 미치자 불안감으로 게임이고 뭐고 당장 아갈 채비를 했다. 그리고 견주에게 전화를 걸었다.

묶어 둔다고 지 않았어요

짖어서요...

십 분 정도면 도착할 거예요. 그러니 당장 가서 같이 있어주세요.


그냥 놀고 있더라는 견주의 말에 화면에 비치던 상황을 시 설명해주었다.


테이블 위에는 배변패드 몇 장, 작은 사료봉지 한 개가 놓여 있다.


견주에게 안으로 같이 들어갈 줄 것을 부탁했다. 얄팍하지만 견주의 뒷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또 순순히 집안으로 들어갈지도 의문이었다. 견주는 소파에 앉아 코리를 다독이며 진정시려 했다.

그러나 편안하게 오수를 즐기던 세마리의 동물들때문에 수포로 돌아갔다. 코리포함 네 마리가 각자의 표현방식으로 드러내놓는 울부짖음으로 집안은 어수선 그 자체다.

고양이들(크림 10살, 오월 5살)은 하악질을 하며 등을 있는 데로 곧추세우며 온몸에 바짝 세운 털 무장했다. 빈이(몰티즈 10살)는 엄청 겁나게 사나운 표정 만들어 왁왁리며 관등성명을 당장 대라 윽박질렀다. 빈이는 지난밤 장에 탈이 나서 단식 중이다. 기운이 없고 세상 다 귀찮아 하루 종일 축 쳐져서 누워있던 상태. 그런데 입자가 타났다. 지금은으니 기운이 있고없고가 중요한 게 아니. 집을 지켜야 한다.


코리 어떠한가? 호기심으로 코를 벌렁대고 탐색하는 눈으로 여기저기 킁킁대느라 텃새들의 악다구니 따윈 신경쓰지않아 보였다. 그러다 양이들 근처로 생각없이 다가서 빛의 속도 날아오는 싸대기를 맞았다. 냥펀치 몇 개를 연타로 맞더니 고양이 쪽으로 다가갈땐 짐짓 움찔거리며 코를 벌룸거렸다. 얘들은 때문에 렇게 화가 나있지?


어수선한 틈을 타 견주 떠나보냈다. 순간 괜히 내가 울컥해졌다.


난리통에도 끝은 있게 마련, 빈이는 컨디션난조로 목을 캑캑거리고 냥이들은 귀찮다는 듯 이층으로 올라가 버렸다. 코리도 여기저기 서둘러 깔아 둔 배변패드에 쉬를 하고는 간식을 받아 구석에서 질겅댔다. 이제야 휴...숨을 길게 내 쉬어 볼 여유가 생겼다.


그나저나 두 주 후엔 둘째가 키우던 '따봉(비숑)'이까지 온다. 신혼여행 열흘동안 맡겨질 예정이다. 따봉이 와 코리는 한 살베기 동갑이다. 둘이 보여주는 환장의 콜라보는 미리 상상하기도 싫다.


코리 우리족이 될 수 있을까?


-계속 됩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