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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양 된 보더콜리를 입양하겠다고?(3)

내 눈에 콩깍지

by 오월의고양이
자꾸 보니까 그렇게 커 보이지도 않네.
눈에 콩깍지가 씌어가나 보다.

산책길 망둥이처럼 널 뛰는 놈을 무리하게 제어하다 갈비뼈에 금이갔다. 힘의 중심을 배로 옮다. 뱃살도 빼고 다친 갈비뼈 달랠참이었다. 재채기 에햇에햇 끊어했다. 아침 눈 뜰 때 시원하게 내 뱉던 재채기... 감사한 거였네. 배에 힘을 준다고 뱃살이 빠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손목에는 확실히 효과 있다.

남편은 사재기에 빠졌다. 거의 다 코리꺼다. 반은 성공 반은 실패했다. 리드줄과 목걸이는 어울리지 않았고, 터그는 며칠 만에 너덜거렸다. 버릴라치면 뭐 낀 놈이 난리다. 것이니 함부로 버리지 말라는 거다. 남편이랑 코리의 교집합을 묘한 데서 찾았다. 고무공은 이빨질 몇 번에 바람이 빠져 각조각 해체되어 버렸다. 애꿎은 중국산 탓을 했다. 리콘 공으로 바꿨다. 실리콘발명가를 존경하게 됐다.


비를 샀다. 비가 왔다. 우비 입고 망둥이처럼 널 뛴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한 마디씩 한다. "우비 었네!"


산책 중 만나는 친구들에게 육중한 궁둥이를 들며 들이다.

방정 떨어도 놀라지 마셔요. 좋아서 그러는 거예요. 죄송해요. 많이 놀라셨죠... 애가 려서요. 트가 술술 쏟아져 나온다.

"무서워서 그러는 거 같은데요."

블랙엔 화이트 보더콜리 견주 한 마디에 발끈했지만 참기로 한다. 흥 칫뿡! 울 강아지를 뭘로 보고...


자전거와 오토바이를 보면 확 달려든다. 앞 뒤로 살피자니 뒤통수에도 눈이 생기는 기분이다. 까까줄까?로 시선을 분산시킨다. 이제는 자전거가 눈에 뜨이면 내 손부터 본다.


삼월 한 달은 정신없이 지나갔다. 1일에 코리가 왔고, 17일엔 둘째 딸 신혼여행 때문에 따봉(비숑 한 살)이까지 맡겨졌다. 몽실한 헤어스타일 매력적인 비숑프레제는 코리로 하여금 목양견의 본능을 깨어줬다. 목 쪽을 잘근대며 양몰이하듯 다. 하루 이틀 밀려주던 따봉이가 흑화 됐다. 은 눈만 마주치면 마구 뛰어다녔다. 고택을 리모델링한 구불구불 공간들은 휘어지면서 속력을 줄여주고 숨바꼭질하기도 좋다. 터그소유권분쟁 줄다리기놀이로 승화되었다. 발길에 터그가 차이면 같이 물고 늘어졌다. 시도 때도 없다. 시끄럽고 어수선했지만 참을만했다.

따봉이는 손님이니까...먼저 지치는 비숑을 위해 말려보지만 몇 초 안가 다시 후다닥!!!

딸아이는 기어이 돌아오는 날 데리고 갔다. 으로만 서운해했다. 제 집으로 돌아서는 한동안 잠을 자서는 걱정했다고 했다. 그러나 다행히 몸살은 아니었다.


따봉이 자리를 대신할 상대 없다.

오월이는 마주치면 도끼눈을 뜨고 싸다구. 크림이는 개무시. 빈이는 악다구니.

결국 집안의 이 것 저것을 물어 해체다. 무심코 벗어 놓은 남편의 양말 몇 켤레가 시원하게 구멍을 보이며 뒷 꿈치를 뿅 보여주고, 낡아서 버릴 예정인 내 실내화는 너덜너덜 발등이 훤해져서 버려야 했다. 낡은 실내용 티셔츠에는 하트멍으로 뜬금없는 고백을 받았다. 버려도 되는것들이라 괜찮다. 러나 남편이 생일선물로 준 고급 마사지 기계를 갉아버린 것은 좀 괘씸했다.


소리천 까치, 비둘기는 만만찮다. 바로 코앞에서 알짱대다 휘릭 다가가면 보란 듯이 몇 보앞에 날아가 앉는다. 히 참새는 정말이지... 딱 한 보 앞에서 알짱댄다. 리드줄에 묶였다고 만만해보이니? 순간 리드줄을 확! 놔 버릴까? 평화로운 공원분위기를 해치는 위라 참아본다.


아침에는 가, 오후에는 퇴근한 남편이... 그렇게 하루 두 번 산책을 한다. 저녁 식사 후에 더 놀아 달라 채지만 둘은 서로 안 본 척 한다. 눈을 안 마주친다. 흔들리면 육퇴는 물 건너간다. 지능 높은 보더콜리의 가스라이팅에 낚이면 안 된다. 우리가 니 주인이다 이 눔아!!!

그래도 을 끄면 리로 가서 잠을 청한다. 코도 곤다. 한숨 한 번 꺼지게 내 쉬고 딥슬립이다. 부럽다. 작은 부스럭 소리에도 화들짝 라던 녀석이다.


여기서는 행복해 보이네..

전견주가 쓸쓸한 표정으로 녀석을 바라본다. 좋아서 반갑다고 방방 뜨다가도 따라나서지는 않는다. 그 모습도 짠하다. 견주 따라온 주먹만 한 요크셔는 코리를 보더니 바들바들 떤다. 너도 고생이 많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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