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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양 된 보더콜리를 키우겠다고?

함부로 입양한 죄

by 오월의고양이

눌린 코에 돌출 눈, 삐죽 내민 혀사이로 쉴 새 없이 침이 뚝뚝 떨어졌다. 종이상자에 갇혀 두어 시간을 이유도 모른 채 편차에 실려왔다. 짤막 하게 뭉쳐 휘어진 다리, 단단한 근육질의 몸. 비로소 어둠에서 해방자 눈이 부신 듯 껌벅껌벅 낯선 눈동자들을 둘러본다.

이름은 떠버기, 퍼그종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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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딸의 품에 옮겨가기를 몇 번 하다가 바닥에 내려놔지자 사방을 킁킁대며 탐색 돌입했다. 작하게 눌린 코를 이대니 침인지 콧물인지 묻어났다. 천히 이동하는가 싶더니 뒷다리를 들고 오줌을 겼다. 배변패드도 준비 못했다. 부랴부랴 신문지를 펼쳐 놓았다.


내 기억 속의 개는 아버지의 개, 견사에서 가둬 기르는 아주 큰 투견 또는 마당 한편 줄에 메여 져갈 것도 없는 집 재산을 지키고 먹고 남은 음식에도 환장하던 그 개가 다다. 변에 개를 들여 키우는 사람도 없다. 그라는 종 있다는 것도 처음 았다. 요다(스타워즈에 나왔던 키가 작고 못생긴 선생) 같기도 했다.


회사 료가 키우석이 뜬금없이 우리 집으로 오게 된 사연이야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분명한 것은 며칠 만에 파양 되어 온 쌍한 아이라는 것, 아직 한 살도 되지 않은 강아지라는 것, 이름이 찰떡같다는 생각도 잠시 했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얼떨결에 떠버기를 맞이했다.


거실에서 베란다로 나가는 유리새시 밑 하얗고 매끄러운 나무지방이 파여 있다.

"이게 뭐야? 엉?"

납작 드린다. 갸웃갸웃한다. 통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새집인데 엉? 이렇게 만들면 어떻게 해! 엉?"

얼룩덜룩 침 도배야 닦으면 그만이다. 이 파손 것은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너도 새 집이 낯설겠지. 금씩 학습하고 배우면 안 될 것은 안 되는 것이라 알게 될 것이다. 하루에 조금씩만 나아지면 된다 생각했다.

그러나 녀석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이고 나는 내심이 없었다. 자고 나면 배변자국에 발을 들고 걷다가 다른 곳에서 미끄러지고, 더욱이 을 수 없는 것은 이빨자국이다.

야!!!

이 새끼가 일부러 열받으라는 건가? 엉덩이 손이 간다. 썩 쫙...

"안된다고 했지?!!!!! 엉???"

체벌훈육이 정당방위임을 린다. 때려서 될 일은 아니라는 것도 안다. 어린것이 불쌍하다는 것도 안다. 그러나 내 본능은 그 모든 것을 패싱해 버린다.


손님용으로만 펼쳐지던 교자상 거실과 베란다 칸막이 용도변경 되었다. 소의 아침이라면 안일을 끝내고 와인색 가죽소파에 앉아 밖 풍경을 감상하며 를 담아 양에 품고 멍 때릴 시간이다. 러나 새 식구 덕분에 내 호사는 끝이 났. 어디를 아작 낼까 호시탐탐 기회를 보는 녀석과 나는 환장의 콤비가 되어 있는 거다.

한창 이가 간질거릴 때, 개껌 따위를 물려주면 될 것이었다. 그러나 정보가 부족했고, 관심 었다. 한마디로 한심했다. 선줄을 물어 끊다가 합선이 될 뻔하자 내 경계태세는 진돗개하나를 자칭 발현하고, 급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가족들은 서슬 퍼런 내 지랄에 아무도 토를 달지 못했다.


교자상 테두리 금씩 파이더니 결국 속살까지 드러다. 자상이 더 이상 교자상이 아니다. 에 보이는 것은 몽땅 물어뜯어 해체하고 말겠다는 것인가? 아이들이 아끼던 장난감과 인형이 분해되고 팔다리가 뜯겼다. 모든 방을 봉쇄차단시켰다. 그러나 방귀 뀐 놈이 뭐 한다고 당장 열라고 문을 박작박작 긁는다.


마주치면 핏대를 올려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아침이 오는 것이 싫다. 우울감은 날로 심해졌다. 놈은 계획하지 않았겠지만 나는 녀석의 페이스에 완전히 말려들었다.


어느 날, 녀석이 열린 문으로 뛰쳐나는 일이 발생했다. 8층계단에서 내려나 싶더니 시 들어오지 않는다. 주방 쪽 창로 달려가 보니 주차장 자동차사이를 내 달린다. 냥 달린다. 조금 더 가면 상가가 있고 놀이터와 대로변 세갈레로 갈라진다. 그냥 둬 버릴까? 이 참에 그냥...

그러는 사이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떠버가! 떠버가!"

녀석을 쫓아가는 그 시간 동안 별의 별생각이 다 든다. 함부로 했던 거, 때린 거, 혼낸 거...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거...


"저쪽으로 갔어요."

누군가 놀이터 쪽을 가리켰다. 뜩 겁에 질린 돌출된 눈동자가 나를 저 발견하고는 주춤한다.

"떠버가 떠버가 떠버가!!!"

내가 부르자 똥똥한 허리가 휘어지도록 꼬리를 흔들며 냅다 달려온다.

"안돼! 조심조심! 떠버가!!! 떠버가!!!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드라마가 펼쳐지고 수분 가득 혓바닥이 내 얼굴을 마구 핥는다. 품에 안겨 오는 내내 녀석의 심장이 헐떡거리며 쉬 가라앉지 않는다. 내가 미었구나. 나 같은 것도 주인이라고 그렇듯 달려오다니...


"누나한테 보내자!"

큰 시누이집로 보내자는 남편의 말에 섣불리 답을 못 했다. 아무리 말 못 하는 동물이라도 이렇듯 인간들 마음대로 거취를 결정해도 되는가? 마당이 있으니 이 좁은 아파트보다는 낫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상태로는 떠버기에게도 가족에게도 좋지 않. 놈도 개 같이 살 권리가 있다며 그럴듯하게 설득한다.


혹시라도 그곳에서 적응(인간이...)을 못 한다 싶으면 바로 데리고 온다는 조건을 덧 붙였다. 그 사이 늘어난 살림살이가 담긴 박스하나와 케이지에 담겨 버기는 천으로 보내졌다.


"아주 살판이 났만.

마당에 풀어놓고 대충 키운대. 아무나 잘 따라 헤픈 것이 동네 똥강아지라는 거야."

"잘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넓은 마당에서 사방으로 뛰 다니며 휘날리는 혓바닥이 눈앞에 보이는듯하다. 그렇게 떠버기는 내게서 파양 되었다.


한 살 되어 파양 된 내 보더콜리 코리는 침을 많이 흘린다. 떠버기보다 열 배는 많이 흘린다. 많이 싼다. 제 맘에 꼴리면 다 작살내고 해체해서 내용물을 사방에 널려놓는다. 새 다섯 시 이십 분부터 낑낑대며 산책 가자 챈다. 다듬으려 을 올리기만 해도 움찔대는 통에 머리를 만질 때는 내가 눈치를 본다. 현관문이 열리면 드줄을 지가 물고 앞장선다. 궁딩이를 풀떡이며 신이 나서 겅중댄다. 이쁘다. 귀엽다. 사랑스럽다. 다 참아진다. 거의 내가 못 해 낸 것을 현재의 나는 하고 있다.


파양 할 목적으로 입양하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가족이 될 것이라 생각했 이다.

그러나 이쁜 마음에 덜컥 입양하고 감당 못해 삶이 통째로 어그러지고 있다 생각이 든다면...

이럴 줄 몰랐다고 매일을 후회하며 자칫 원망의 화살을 애꿎은 반려동물에게 돌리고만 있다면...

더 악화되기 전에 신중하게 고민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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