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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단골미용실이 사라졌다.

미용실에서 해방되었다.

by 오월의고양이

단골미용실이 사라졌다.

'ㅅㅇㅅ입니다' 낡은 건물과 함께 시작했던 미용실이 사라져 버렸다. 그 자리를 다른 언가가 자리할 것이라곤 단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다. 퇴색되고 낡은 간판이 닥에 내 팽개쳐있다.

계획대로라면 다음 주에 방문야 한다.

폐업이라니... 불과 삼 개월 전만 해도 머리카락를 정돈하고 샴푸하고 내 독수리눈썹을 정리해 줬다. 그리고 웃으며 담에 봬요 했다.

약속대로라면 다음 주에 우리는 만나야 한다.

혹시나 해서 예약하던 번호를 눌러본다.

신호음만 들뿐 받지 않는다.

수더분하게 웃어주던 얼굴이 벌써 그립다.


앞이마를 가릴 만큼의 애교머리를 고수하는 쇼트커트. 곱슬머리매직스트레이트로 감쪽같이 찰랑거릴 수 있었다. 러나 잘 다려진 머리카락의 유통기한은 석 달이다. 래서 석 달에 한 번씩은 그녀를 만나야 했다.


초창기땐 직원을 두고 제법 복작였다.

혼자 운영하면서 예약제로 바뀌었다.


지금 도 돼요?

오세요.

약속이 체결되면 오로지 나만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빌딩마다 한 두개 아니면 더 많이 널려있는 게 미용실이다.

그러나 그녀에게 길들여진 나는 다른 손길이 싫다.


앞머리는 눈썹 위까지 내려주시고요. 귀 앞으로 애교머리 내릴 거고요. 제비추리는 싸악 밀어주세요. 구레나룻도요. 아... 맘대로 하세요.


내 머리를 휘적휘적 들썩이던 디자이너는 심각한 얼굴이다.

많이 상했네요.

상했다고요? 내 미용사?는 그런말 한 번도 한적 없거든요 라고 반문하지 못한다.

크리닉 받으셔야겠어요 명령투다. 당장 치료를 하지 않으면 큰일 날 것 같다.

클리닉을 했다. 에센스도 구입했다.

한 달에 한 번씩 방문해서 크리닉을 받으셔야 정상모발을 가질 거예요. 협박도 받았다.

한 달에 한 번이라고?


다른 미용실을 가야되나? 아... 귀찮아.

두 달을 버텨본다. 삐져나오는 머리카락이 다. 끔 혼자서 숱정도는 쳐냈던지라-이 또한 단골미용실 원장은 잘했다고 칭찬했다-

가위를 었다. 음에는 거슬리는 부분만 쳐낼 생각이었다.

오른손 엄지 검지에 가위를 고정하고 깍짝 깍짝. 몇 오라기를 왼손 중지와 검지사이에 끼워 낌으로다가 싹둑. 심함과는 다르게 점점 과감해진다.

왼쪽에서부터 오른 더듬더듬 거리며 45도 각도로 쳐 내려가기로 한다.

뒤통수가 문제다.

원리를 생각하며 오로지 두 손과 내 느낌을 믿어보기로 한다.

일차적 가위질이 끝난 후 양손으로 윽 뒤통수를 쓰다듬는다.

흠... 오른쪽 뭉특하군.

오른쪽 쳐 내자!

이젠 왼쪽 뭉특이다.

왼쪽 쳐낸다.


그날 내 머리카락은 싹둑싹둑 잘려 짧아버렸다. 숏숏헤어스타일이다.

이제는 어느 미용실 갈 수 없다. 혼 날 것 같다. 아깝다. 내가 이렇게 솎아 놨는데 돈을 들인다고?

게다가

들쑥날쑥 엉망이네요.

왜 이러셨어요?

다신 이러지 마세요.고 할게 뻔하다.


다음날 또 그다음 날 고개를 돌릴 때마다 죽이며 심기를 거스르는 몇 오라기...

놈들을 움켜쥐고 감각으로다가 싸악 뚝.

머리를 감고 말더니 또 삐져온다. 또 싸악 뚝.

고 솎았다. 오호! 그런대로 돈된 모습이다.


나 머리 잘랐자랑을 했다.

잘했네. 어디로 갔어?

내가 잘랐는뎅~~~~

대에박!! 어떻게 머리를 잘라? 아니 머리카락을 잘라? 중도 제 머리는 못 깎는다던데...

나는 중이 아니잖아.


간이 더 커졌다. 셀프매직에도 도전해 보자.

시세이도 매직펌용 약을 구입했다. 매직 스트레이트 1/10도 안 되는 가격이다. 장갑 낀 손으로 뿌리 부분 2CM 남기고 쓰윽쓱 발랐다.

20분 방치.

미지근한 물로 샴푸.

머리가 확실히 차분해졌다.

가정용 고데기로 쫙 펴 본다. 이 부분이 가장 힘들었다.

미용실에서 만큼 의 찰랑거림은 없다. 그래도 런데로 봐 줄만은 하다.

2제를 발라 다시 20분 방치하고 샴푸를 했다. 전문가에게 왜 돈을 들이는지 알 것도 같다.


'ㅇㄱ고등학교 앞에 오픈해요. 한 번 들르세요.'

ㅅㅇㅅ원장 문자를 보내왔다.

차로 10분이면 도착하는 거리다. 석 달 전이라면 당연히 갈게요!! 했을 것이다. 그러나 가지 않기로 한다. 갈 필요가 없다.


카페를 시작하고부터는 염색도 하지 않는다. 출할 때에는 새치커버스틱으로 가르마 부분만 색을 입힌다. 그런대로 봐 줄만 하다. 염색한 것으로 오해받기도 한다.


둘째 결혼식을 앞두고 시누이가 한 마디 한다.

그 머리로 결혼식에 갈 거야?

신부엄마가 너무 야하고 날라리 같잖

내 나이만큼 자연 그대로 상태인데 야하다니... 우습다.


누나 나도 염색 안 하고 있어.

나도 안 했는데 영 어색해서 다시 하고 말았어.

주변으로 번져간다


"이모, 진짜 멋있는 거 같아요"

"핫해요"


게으름 모한 용기를 생성했다.

이대로 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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