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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렉스 찬 여자들

나 롤렉스 찬 여자야! 야 너두?

by 오월의고양이

신도시 첫 입주자임에서 만난 셋은 단짝이 되어 몰려다녔다.

한 여자 셋이 모이면 닮아지고 분위기도 비슷해진다. 누구랄 것 없는 영향력으로 따라쟁이가 된다.


한 사람이 라도 장만하면 간차는 있지만 나머지 도 어찌어찌 마련한다. 그러다 보니 겉으론 화기애애한 것 같아도 각자의 속사정으로 인해 부부싸움을 유발하기도 했다. 옆집 남편과 구아들 딸은 겉으로 보이는 것이 다였다.

신도시 중형 아파트 입주자들 연령대는 슷했다. 막 입주를 시작한 곳이 그러하듯 단합이 잘되고 정보교환도 원활했다. 허허벌판에 아파트만 덜렁 세워져 있다. 무엇이 생겼다더라 생긴다더라 등 하루가 멀다 하고 다더라 통신에 귀를 기울였다. 입주를 시작한 신도시 아파트는 단지를 두고 유치원에 초등학교도 같다. 발자국 가지 않아도 만나지는 다 이웃이다. 남편들도 중견기업 중간관리자인 보통의 셀러리맨이 많았다. 나이도 엇비슷했다. 대출 끼고 분양아 온 경제 수준이라 대화도 공공연했다.

주말이면 남편들은 술판을 벌이고, 여자들은 수다삼매경에 빠졌다. 함께 여행을 가 기호에 따라 뭉쳐 운동을 즐겼다. 무리하지 않았으며 모든 것이 다 적당했던 기억이다.


롤렉스를 차고 왔더라. 진짜일까? 짝퉁이겠지?

평소에도 K는 명품에 관심이 많았다. 그런데 손아래동서 설 명절에 손목에 그 것도 롤렉스를 똭! 차고 나타난 것이다.

명절을 끝내고 만난 며느리들은 험담으로 회포를 푼다. 시어머니, 그리고 시누이 동서 등이 주로 등판된다. 그러나 날 K동서의 롤렉스는 모든 단골 소재를 삼켜버렸다. 교묘하게 며느리를 탈탈 털어내던 시어머니도 순위에서 밀려났다. K의 관심은 오로지 롤렉스가 어떻게 해서 동서의 손목까지 오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것이 진품인지 아닌지였다.


친하게 지내던 대학 선배가 손아래 동서가 되었다. K가 소개했다니 지 발등 지가 찧었다. 본인으로 인해 생성된 애매한 포지션은 모호한 화법을 창조해 냈고 덕분에 얼굴 한번 본 적도 없는 그녀의 동서는 종 우리 도마 위에 올랐다. 물론 전적으로 K의 주관적인 시점라는 것을 모르는바 아니다.

가까이해 본 적도 관심도 지식도 없던 나는 K덕분에 품이라는 단어에 어설프게 익숙해져갔다. K손에 이끌려 간 남대문에서 짝퉁으로 진품인냥 걸치거나 메고 다녔다. 지금 생각하면 웃프다.


아이들 학원비에 대출 원금 갚아나가기도 벅찬 부들은 신을 위한 소비는 당연하게 뒤로 밀린다. 가품의 가격은 호사까지는 아니어도 대리만족정도는 되었던 것 같다.


동서의 렉스로인해 우리 셋 다시 남대문시장으로 향다.

당연히 짝퉁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짭?이 진열된 매장은 으슥하고 음침하다. 화려한 샹드리에 신 흔들리는 백열전구아래 초라하게 놓여있다. 그러나 간택된 어느 것은 주인님에 따라 진품대우로 신분상승 할 수도 있다.


특A로 보여주세요(진짜 같은 가짜). 직원은 잠시 후 흰 장갑까지 장착하고 진한 갈색 위에 크라운마크가 찍힌 상자를 가지고 나왔다.

그리고는 눈으로만 보세요 했다.

"진짜 같죠?"

진품을 봐 본 적도 없는 나와 M은 K가 하는 데로 따라 끄덕였다.

무도 가품인지 모를 거라고 했다. 짝뚱 중에서도 상위에 있어설까? 자태가 남달랐다. 선심쓰듯 꺼내 들어 보였다. 금장을 두른 몸체에 숫자마다 부(작은)다이아가 박혀있다. K는 궁금한 것이 많았다. 그 때마다 직원은 '그래서 살꺼예요?'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눈끝이 가늘어졌다.

100만 원이 넘다는 것. 짝퉁이지만 진품보다 더 진품 같다는 것. 차고 나면 아무도 못 알아챌 것이라는 것. 간이 흘러도 색변따윈 없다는 것. 러나 K는 거금을 들여 선뜻 살 수 없었다.

경만 하고 되돌아서는 뒤통수가 뜨거웠다. 100만 원이 훨씬 넘는 것을 동서는 살 수 있고 자신은 아니라는 것이 그녀를 우울하게 했다.


그러나 동서의 시계가 진품라는 사실이 드러나자 렉스는 대화방에 더이상 등장하지 않았다.

그렇게 사그라지는가 했다.


이거 진짜야?

큐빅으로 네일아트된 손톱을 위로 뻗어 손목을 들어 올며 엷은 미소로 대답을 대신한다.

와!... 대박!!!

점심 먹자는 전화가 왔다. 그냥 만나고 싶어서라고 했다. 뜬금없다. 그러나 K의 손목에 금색 영롱한 롤렉스 보고는 아하! 렇구나.


그녀의 동서는 부유한 친정을 둔 데다 시동생도 기업에서 인정받는 셀러리맨이다. 그와 다르게 K의 상황은 오히려 더 나빠졌다. 회사를 박차고 온 남편의 사업은 바닥을 향했다. 집을 팔았다. 시집살이를 자청했다. 시어머니는 마주칠 때마다 며느리를 흘겨보며 혀를 끌끌 찼다. 1년을 견뎌내어 작은 아파트를 세로 얻었다. K는 남편 함께 일했다. 지게차와 트럭을 몰기 위해 자격증을 취득했다. 승곡선이 완만하게 상향하는가 싶다가 한 번 더 꾸라졌다.

우리가 평범한 삶을 완만하게 살고 있는 동안 그녀는 치열하게 퍼덕이고 있었다. 그러나 신은 그녀를 마냥 주저앉게 하지는 않았다. 매월 일정 수입의 셀러리맨은 꿈도 못 꾸는 수가 꿀텅꿀텅 테기로 통장에 들어왔다. 철관련 오퍼상을 하던 차 호주 바이어로 시작해서 수출물량이 증가하면서 수입도 쭉쭉 늘어 났다.


어느 저녁 편이 묻더라고 했다.

갖고 싶은게 있어?

롤렉스!!

그게 그렇게 사고 싶어?

사!!


그녀의 롤렉스는 만날 때마다 반짝다. 내눈에 롤렉스가 보이기 시작했다. 시계가 참 빛이 남다르. 유난스게 찬란하다


남편이 사줬대...

딱 한 번인가 남편에게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 평범한 셀러리맨 남편을 두고 학원을 운영다. 주변보다는 여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도 늘 빠듯했다. 부모 도움 없이 집을 장만했다. 때 되면 해외 여행을 다녀왔다. 골프에 스키에 각종 운동도 즐겼다. 진 것으로 누릴 수 있는 최대이다.

"이렇게 저축 없이 살다가 늙으면 많이 가난해질 수도 있어."

이거하자 저거하자 철없이 청댈 때 나를 제어할 때 겁박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문장이다. 이 말은 지극히 옳고 당연하다.


K부부의 사업은 날로 번창해서 새로 산 최고급 외제차를 타고 타났다. 어떤 날은 골프회원권을 구했다며 초대했다. 원과 비회원은 라커룸도 달랐다. 20평이나 더 넓은 집으로 이사를 했다. 만날 때마다 가방에 신발 등 제는 이름도 생소한 명품으 휘감고 다녔다.


생일선물 사줄게 나와!

뭐 사줄 건데?

롤렉스...

나는 내 수준에 맞는 범위에서만 탐한다. 무리하지 않는다. 그것은 남편이 나를 인정하는 것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남편의 입에서 롤렉스!라는 세 단어가 튀어나오는 순간... 오! 렉스라고? 왜? 진짜?


까만 정장에 하얀 셔츠를 입은 직원 환한 불빛 아래에서 크라운 마크가 찍힌 갈색상자를 열어 보이자 블링블링 롤렉스가 자태를 드러냈다. 금장에 큐빅이 박힌 시침분침을 제외한 면이 검다. 곧 재고가 없을 거라 했다. 가격은 더 비쌌다. 라뭐라 설명을 했지만 귓전에서만 울렸다.

어때? 맘에 들어?

너무 비싸잖아.

맘에 드냐고?

그렇기는 한데...

이걸로 주세요.

이 남자 로또라도 맞은걸까? 아니면 미친 거?


돌아오는 내내 리는 말이 없었다. 뭐랄까? 내가 너무 속물 같은데 뭐랄까? 이런 나 자신이 싫은데 뭐랄까? 남편한텐 몹시 미안하면서도 뭐랄까? 슬쩍 표정을 살폈다. 전방을 주시하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롤렉스를 바라보는 니 눈을 보니까 말이야. 완전히 맛이 가버렸더라고. 이렇게 좋아하는 걸 몇 년이나 걸렸구나 싶더라.


검소한 남편은 가족을 위해서는 늘 최상의 것을 해 주려 노력한다. 특별 상여금으로 받은 몫돈과 그동안 모아놓은 쌈지돈을 털어 내 마음 깊이 박혀진 롤렉스라는 티눈을 제거하려 한 순간 탕진해 버린 것이다. 내 롤렉스는 몇 번의 위기를 거치면서 굳건하게 내 손목에서 아직까지 군림하고 있다.


표면적으로 보이는 M은 부러워하지도 않았으며, 관심조차 없는 것 같았다. 그의 남편은 부지런하며 현실적인 데다 아주 검소했다. 특히 과소비를 아주 싫어하는 사람이다. 덕분에 재산형성도 제법 탄탄하다. 검소함 때문에 부부는 다툼이 잦았다. 지출 하나하나 감시하고 타박했기 때문이다. 소한 지출에도 결제가 필요했다. 벗어나 보려 노력을 했으나 오히려 빚이 생겨버렸다. 것이 약점이 되어 더 옭조여 살아야 했다.


손자 손녀 생겼다.

어느 날 손목에 롤렉스 차고 나타났다.

어떻게 해서 그녀가 그것을 갖게 되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녀의 손목에 롤렉스가 걸려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이십년도 넘게 걸렸다.


이제 우리 셋은 모두 롤렉스를 소유하고 있다. K는 훨씬 더 많은 명품을 유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은 K와는 만남이 끊어졌다. K가 특별히 잘난척하거나 뭐 그런 류의 사람은 아니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어버렸다. 한때 좋았던 시절인연이다.


누가 명품을 시간 보려고 차나요.

그냥 차는 거죠.

그렇게 절절하게 갖고 싶어 안달 내던 내 롤렉스를 친구들은 다보지도 않는다.

동창들 중 몇은 부유한 친구들이다. 그런데도 대화에서 명품관련된 것이 단 한 번도 없다.

유유상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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