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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님은

캣맘이다.

by 오월의고양이

오메야 진짜 고양인 줄 알았어요.

세상에 어쩜 요염하게도 앉아 있네. 못 살겠다 진짜...


풀만 있는 것이 허전하다고 인터넷으로 구입한 고양이 인형, 꽃밭 틈에 두었더니 얼핏 보면 진짜 고양이 보인다.

무심코 눈을 돌리다 풀 사이에 앉아 있는 녀석을 고 깜짝 놀라곤한다.


우리 레오, 레오야~~~ 잘 있었어?

녀석의 시선 앞에 선다. 같은 듯 다른 억양과 문장들이 섞여 나오고, 생명을 불어넣을 듯 가벼운 소란 후에야 로소 카페로 들어선다. 바로 어제, 또 오늘 애틋함이 넘쳐흐른다.


고소영 닮았다는 녀석의 이름은 레오가 되었다. 그녀들이 붙여준 이름이다.

그녀들 캣맘이다. 아니 사실은 한 분만 캣맘이고, 다른 한 분은 추종하는 팬 정도 되겠다. 그냥 따라다닌다고 했다. 자신이 캣맘임을 당당하게 개하는 분이 찐이다.


캣맘에 대한 선입감이 있었다. 지나는 사람들의 눈총을 받으면서까지 길고양이를 케어하는 그녀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우리 동네는 밭농사를 짓는 가구들이 많다. 가족들을 위한 텃밭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씨 한 톨, 흙 한 줌을 다 소중히 여긴다. 전날 애써 다져놓은 밭 길냥이에게 양질의 화실로 제공되는 것이 싫을 것이다. 박박 긁어모은 흙으로 은폐를 해두어도 다 들킨다. 냄새는 또 얼마나 지독한가?

처음 이사오던 10년 전만 해도 골목에는 사람보다 고양이들이 더 많았다. 어찌 된 일인지 요즘엔 두세 마리 돌아다니는 것 말고는 이지 않는다.


골목입구에는 지하 1층 지상 2층, 루프탑까지 있는 넓은 카페가 있다. 카페 앞에는 컨테이너 한 체가 어울리지 않게 방치되어 있다. 테이너와 땅바닥 사이 30센티정도 틈이 있다. 평정도이니 밑 공간은 법 넓을것이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여 길고양이들에게 최고의 은신처로 알려져 있다. 산책하는 견공들이 킁킁 벌름대고 개구쟁이들이 막대기로 후 집어도 쩍슬쩍 충분히 피할 수 있다.

그냥 지나치기 쉬운 그 곳을 캣맘들은 단박에 알아봤다. 길냥이게 이이상 완벽한 곳은 없다!

기다란 쟁반 위에 무쇠솥 놓고 사료를 담아 놓았다. 깨끗한 물 함께 쭈욱 밀어 넣어두면 고양이들이 편하게 허기를 채울 수 있다고 했다. 날 채워 놓은 사료가 사그리 없어진 날이면 그녀들의 목소리는 유난히 들뜬다.


한 때 그곳에 사료를 주던 있었다. 이사를 했음에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냥이들을 살피러 왔다. 방치해 놓은 일회용기들 도로 위에서 굴러다니고 발길에 빠개져 지저분하게 흩뿌려졌다. 그처리는 동네 어르신들 몫 되었다. 지저분한 용기 치우지도 않은 채 또 새로운 것들이 그 사이를 비집고 놓였다.


"주는 거 좋다 이거야. 치우기도 해야잖아. 왜 잔뜩 어질러놓고는 또 새것에다 밥을 주고 그러냐는 거지. 그래서 하루는 내가 말을 했어. 좋게 좋게...

일회용기를 치우면서 밥을 줘라. 그게 그렇게 화가 날 일이냐고?

그 X이 내 집창고를 무허가 건물이라고 신고를 해 버린 거야. 미친 X 아니냐고. 그래서 창고 지붕을 다 뜯어냈잖아. 어떻게 신고를 하냐고."


치우겠다는 말대신 오히려 역으로 대갚음당한 부녀회장은 그때 일을 회상하며 울그락불그락한다. 그리고는 글로는 옮길 수 없는 각종 육두문자들이 우아한 그녀의 입을 통해 뿜어져 나왔다. 때는 이웃이었을 그 캣맘은 그 뒤로는 오지 못했다. 러니 마을사람들은 캣맘에 대해, 그리고 길냥이에 대해서 시선이 지 않다.


딴지 거는 사람들은 말이지. 동물보호법 *항 *조라며 들이대면 소리도 몬해. 법법 앞에서는 음메 귀 죽어라니까. 동물보호법 조항들을 암기하고 반려동물 관련된 자격증을 따게 된 것도 내가 알아야겠더라고... 그래야 맞서서 설득이던 맞짱이던...


애들이 허기지니까 쓰레기통을 뒤지지 사료를 먹은애들이 왜 쓰레기통을 뒤지겠냐고.

무슨 문제만 있으면 길고양이 탓 캣맘 탓을 한다니까...


아파트 화단에 버려져 축 쳐져버린 녀석을 품에 안고 엉엉 울었던 적을 회상할 땐 이를 악 문다. 눈에 핏발이 선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이야. 외진 곳이거든. 화단옆에 커다란 비닐을 깔고 자잘한 등산용구등을 말리고 있더라고. 걱정이 되는 거야. 그래서 여기는 길냥이가 지나다니는 곳이다. 고양이가 건들 수 있으니 조심하라 했어. 내가...

그런데 저녁부터 기분이 이상하더라고. 새벽 2시, 내가 가 봤어야 했는데... 아침에 사료를 주러 갔더니 이뿌니가 축 늘어져 죽어 있더라고. 머리는 함몰돼서... 세상에 두 손으로 안아 드는데 관절이 다 조각난 거 같아. 젖은 빨래처럼 추욱 쳐져서...

그냥 그놈짓인 거지.

눈에 뵈는 게 없더라고.

기저기 수소문해서 그놈을 찾아냈어.

딱 잡아떼대.

저도 고양이 좋아 한대. 그래서 지가 그랬을리가 없대.

목격자들이 알려주는 몽타주가 딱 그놈데... 머리를 빡빡 밀어서 평범한 얼굴이 아니란 말이지. 등산용 해머로 내려친 거같아. 온 몸이 성한 곳이 없이 나무고 바닥이고 피가 사방에 튀어 있는거야. 해머를 내가 봤거든.

말도 몬하는 짐승을... 그 미친놈이..

CC티브이도 없는 사각지대에서 벌어진 일이라 심증만 있을 뿐 어찌할 도리가 없다고 했다.


두 놈이 사이좋게 붙어 다녔거든? 얼메나 사이가 좋았는지 몰라. 나머지 한 놈이 숨어서 고스란히 그 끔찍한 광경을 봤을 거 아니겠냐고... 을메나 끔찍했겠어. 그 뒤로 보이질 않아. 무리 찾아도 없어.


사람을 잘 따르는 개냥이들이 젤 걱정이야.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없었거든. 부르면 오고 손 내밀면 핥아대 애교 많은 놈들이라 위험한거야.

겁 많고 도망가는 놈은 걱정 안 돼. 사람 좋아하는 놈들이 제지.


거리를 떠도는 한 놈 두 놈 거두다 보니 29마리가 되었고, 또 한 놈 두 놈 떠나보내고 보니 이젠 16마리가 남았다. 이제는 떠도는 아이들을 케어하는 쪽으로 사명삼아 아침부터 저녁까지 마을 여기저기에 사료를 챙겨주고 물을 갈아 준다.

입들도 까다로와서 좋아하는 간식이 다 다르다니까... 고양이도 입맛이 다 다르다니까. 깔깔깔

그녀의 가방엔 다양한 츄르와 간식으로 그득하다.

다 사비로 사는 것이라며 동행한 지인이 귀띔한다.

어제도 50만 원어치 사 왔어. 진짜 대단해 이 언니...

내가 덜 쓰면 되니까..

하면서 웃는다. 내 새끼들 먹일 데 뭐 아깝겠노 하는 표정이다. 아픈 아이들을 병원으로 데리고 가서도 진료비는 다 개인 주머니에서 나온다고 했다.


여름에는 사료통 옆으로 계피를 둘러준다. 개미 때문이다. 또 겨울에는 핫팩과 스티로폼으로 바닥의 찬기운을 덜어주고, 천막으로 겹겹이 어준다.

너그럽고 잘 베풀며 경우가 분명하다. 어쩌다 커피 대접이라도 할라치면 버럭대며 이러면 다신 안 온다 역정이다. 대신 서비스쿠키는 넉넉하게 드린다. 웬만해서 화도 내지 않는다. 그런데 고양이학대 관련건이나 민원이 발생하면 두 발벗고 앞장선다. 절대로 참지 않는다. 관공서에 신고하고 문서로 안 되면 직접 방문해서 따지고 든다. 아파트관리실뿐만 아니라 구청 시청 경찰서, 고양이 관련해서 안 가본 곳이 없다. 나름 유명인사라며 씁쓸하게 웃는다.

그래서 때 되면 선물한다 아이가. 미안해서. 그 사람들은 아무 잘못이 없거든.

내 캣맘하고 억세져버렸어. 말 못 하는 짐승만 아니면 이렇게 몬 한다. 얘들은 지 먹을 만큼만 먹으면 끝인 거라. 배부르면 쓰레기통을 왜 뒤지겠어. 오래 살지도 몬해. 길에서 사는 놈들이니 죽하겠어?


내 궁극적인 목적은 길고양이가 없어지는 거야.

중성화시켜서 개체수를 줄여해.

모르는 사람들은 캣맘이 밥을 줘서 늘어날 거라 말하지만 그렇지 않아. 캣맘들덕에 덜 늘어나는 거지.


사료를 주다 보면 괜히 지나가다가도 눈을 흘기고 서서는 한숨 쉬며 노려본다고 했다. 예전 같으면 무시했는데 지금은 "왜요? 뭐요?" 한단다.

사진을 찍고, 고발하겠다고 윽박지면 똑바로 쳐다보면서 반드시 고발해라이 못하면 니는 빙신이다하며 따져든다고 했다.

사람들만 사는 세상이가? 걔들도 당당하게 땅에 발을 디딜 권리가 있는기라. 누가 정한 세상인데? 누들만 살라카는 데?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원샷하더니 남아 있는 얼음까지 와그작 와그작 씹는다.

내 고객님은 캣맘이다.

그녀의 손길에 길 들여진 길고양이들은 같은 시간에 그 자리로 모여든다. 것은 한편 그녀의 걱정거리이기도 하다.


개냥이가 되면 안되거든...

위험하거든...

사람좋다고 다가오는 녀석들을 이뻐서 안아주는 사람들 많지. 그러나 잔인하게 해코지를 하는 것도 사람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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