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디잔 마음들에 대하여
그녀의 소중한 마음들을 듣고 그런 그녀를 떠올리면 내 심장의 가장 정결하고 아름다운 부분만이 남아 나 자신이 다시금 사랑으로 가득 차게 되었던 것이다.
그녀와 길을 걷는데 계속 땅바닥만 쳐다보고 걷는 것이다. 나는 왜 땅만 보고 걷냐고 하늘을 바라보고 살아라는 진부한 격언을 펼치려고 했으나 그녀는 여름날이 되고서 땅에 개미들이 많아져 밟을까봐 땅바닥에 집중하며 걷는 것이라 말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그것이 내가 그녀를 좋아하는 이유라는 것을 스스로 깨달았다. 그리고 그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우리를 에워싸는 녹음과 풀잎들의 향기들을 처음으로 맡을 수 있었다. 땅바닥의 개미들과 그들을 주시하는 그녀와 그런 그녀를 쳐다보던 나와 그런 우리를 둘러싼 초록들이 모두 합창을 하여 이룬 조화는 내게 있어서 그 해 가장 아름다운 여름날의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녀는 그런 작은 것들에도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사람이었다. 한 번은 내게 자신이 키우던 물고기에 대한 얘기를 해준 적이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아끼던 뚱이는 - 스폰지밥에 나오는 뚱이와 닮아서 그렇게 이름 지어준 것이다 - 새끼들을 낳고 결국 떠나버렸다. 그녀는 그 뚱이의 새끼들을 애지중지 키웠으나 다른 어른 물고기들에게 먹잇감이 되고 말았다. 그것이 너무 속상하기도 하고 뚱이에게 미안한 마음에 그녀는 한동안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얘기를 내게 해주며 어두워진 그녀의 표정과 말투에서 나는 그녀를 좋아하고 있음을 스스로 또한번 느낄 수 있었다.
나는 그런 그녀를 좋아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뚱이에 대한 슬픈 마음을 간직하며 살아갈 그녀를 좋아하고 있는 것이다. 작은 개미들을 밟을까봐 가슴 조리며 땅바닥을 바라보는 그녀를 좋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그녀를 생각할 때마다 나는 내 심장의 겉부분에 존재하는 어떤 한 막같은 것이 벗겨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자동차 앞면이 더러워져 와이퍼로 그것들을 닦아내는 것처럼 그녀의 작은 마음들이 내 마음의 와이퍼로 작용한다는 듯이. 그녀의 소중한 마음들을 듣고 그런 그녀를 떠올리면 내 심장의 가장 정결하고 아름다운 부분만이 남아 나 자신이 다시금 사랑으로 가득 차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그녀와 항상 함께 하고 싶은 이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