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요기공원
2014년 9월.
도쿄로 디저트투어를 떠났다.
첫째날 커요(남편. 일명 커피요정)는 인스타그램에서 꽤 이웃친화적으로 보였던 리틀냅이라는 카페를 가고 싶어했다. 저녁에 이세탄 백화점에서 어차피 약속이 있었기 때문에 경로상 괜찮겠다 싶어서 요요기공원을 가로질러 리틀냅을 향해 갔다.
그런데, 생각보다 .... 너무 좋았다.
탁 트여있는 잔디밭과 나무숲들.
넓은 공원에 까르르 거리며 뛰어노는 아이들과 어른들.
뭉게뭉게 피어있는 뭉게구름과
곳곳에 피어있는 꽃들과
부드럽고 시원하게 불어오는 풀내음 가득한 산들바람.
생각지도 못하게 요요기공원에서 기분좋은 정서를 한껏 받아들이고 나서 도착한 리틀냅.
'아, 리틀냅은.... 요요기공원 옆에 있음으로 리틀냅이 될 수 있었구나.'
요요기공원에서 느껴진 ... 차오르는 감정이 리틀냅에서 마침표가 찍히는 느낌이었다.
그 곳에 잠시 앉아 피스타치오와 마카다미아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이거... 무조건 쿠키로 만들고 싶다.'
한국에 돌아와서 그 감성이 계속 생각났다.
더욱이 봄이 다가오면 다가올 수록 너무너무 만들고 싶었다.
테스트를 시작했다.
어떻게 하면 뭉게뭉게 기분좋은 그 감성을 느낄 수 있을까.
산들산들 불어오는 풀내음 가득한, 맑은 날을 표현할 수 있을까.
피스타치오 반죽에 갖가지 마카다미아 크림을 넣다.... 실패를 거듭하던 중
예람이가 스페인에서 사다준 뚜론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문득.
- 마시멜로? 그런데 마카다미아를 넣는거지. 그 속에 토피를 넣는다면..?
반죽은 피스타치오 쿠키시트에 마카다미아가 오독오독 씹히도록.
그 위에 마카다미아로 프랄린을 만들어 마시멜로에 넣고, 토피로 파사삭한 식감을 낸 후
피스타치오를 듬뿍 올린 글레이즈로 마무리를 해보자.
그렇게 먹고 나니,,
뭔가 아쉬웠다.
그 때, 내가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던 꼬요 (일명 꼬마요정. 어바웃유어유스의 또다른 파티쉐)가 말했다.
"오렌지 제스트 넣어보시는 게 어때요?"
...!!!
그렇게 아주 살짝, 오렌지 제스트를 넣는 순간 ..... 드디어 요요기 공원 쿠키가 탄생했다.
푸른 잔디밭과, 몽글몽글 구름, 그리고 숲냄새 배어있는 향긋한 바람이 마치 기분좋은 날의 요요기 공원을 상상하면서 먹으면, 더더욱 맛있다.
이런 기분좋은 감정들이 손님들에게도 전해졌을까.
한 손님이 말했다.
"눈으로만 봄을 느꼈는데 이제는 온 몸으로 느끼는 것 같아요."
작업실 안에서 마무리를 하고 있는데 바요(일명 바닐라요정. 어바웃유어유스의 또다른 파티쉐)가 손님을 응대하고 오더니 기분좋은 표정으로 들어왔다.
"너무 감동인데요."
"왜? 무슨 일인데?"
"요요기 공원을 가본 적이 있으시데요. 그 공원을 좋아하시는데, 저희 쿠키 먹고 진짜 그 공원의 감성이 느껴져서 너무 좋았다는 거에요!"
오오.. 맛으로 감성이 전달되었구나.
맛을 통해 공감이 일어났구나.
바요가 말했다.
"아.. 이럴 때면 진짜 새로운 거 만들고 싶어요."
그 말을 듣고 웃으며 대답했다.
"그게 파티쉐지. 이 맛에 일해. 9번 힘들어도 이 1번이 움직이게 하지."
처음으로 내가 느낀 "감정" 을 맛으로 표현했던 과자다.
이 과자를 만들었다는 게 앞으로 내가 만들어 나갈 디저트들에 어떤 방향성을 만들어 내게 될까.
아, 이 맛에 디저트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