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윤학 지휘자가 선사하는 디즈니 OST 페스타
클래식은 어렵다. 엘리트 음악이라는 관념과 고전적인 음악, 전문지식의 필요성 등이 클래식과 대중이 거리감을 갖게 한다. 필자 또한 클래식 음악은 유튜브에서 공부 집중 플리로 접해보고, 공연장에서 공연으로 관람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디즈니 음악은 오케스트라 음악을 기반으로 하고 있었고 실제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디즈니 넘버는 꼭 듣고 싶었다.
8월 18일, 아람누리에서 <디즈니 OST 페스타>를 관람했다. 이 공연에서 클래식은 대중과의 벽을 허물고 있음을 실감했다. 기존의 고전음악이 아닌 대중적인 애니메이션 음악을 연주하며 '고상함'이라는 분위기를 벗어버린 것이다. 클래식 공연이 달라지고 있다. 그곳에서 클래식의 대중화를 보았다.
백윤학 지휘자를 필두로 '서울 페스타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했으며, 뮤지컬 배우 이충주, 이희주가 보컬로 참여했다. 오케스트라 연주자가 보이는 일반 관객석 대신 지휘자의 표정이 보이는 합창석에 앉아 관람했다. 지휘자의 표정을 생생히 볼 수 있는 합창석을 예매한 것은 무척 좋은 선택이었다.
처음 경험했던 오케스트라와 클래식은 충분히 매력적인 장르였다.
이름 자체에 페스타가 들어가다니. 이 오케스트라는 이름처럼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축제와 같은 무대를 추구한다. 각기 다른 취향을 가진 관객들을 위해 클래식뿐 아니라 대중가요, 팝, 뮤지컬, 영화음악 등 다양한 장르를 포용하며 효과적인 연출을 구현하고 있다.
이에 걸맞게 공연 중 축제와 같이 황홀한 순간들이 있었는데,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오케스트라의 모든 분위기를 만들었던 한 사람이 있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AGTG_yaB8eo
백윤학 지휘자는 지휘를 하는지 춤을 추는지 헷갈릴 정도로 신나게 지휘를 했다. 지휘자는 첫 곡인 Circle of life부터 타고난 흥과 리듬감을 보여줬다. 특히 마림바 솔로로 나오는 Under the sea에서는 스텝을 밟고 박자에 맞춰 팔을 휘젓고, 으쓱대는 어깨와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지휘를 했다. 한 순간도 지휘석에서 스텝을 밟지 않은 순간이 없었다.
즐겁고 희망한 음악에서는 활기차고 신나게, 잔잔하고 슬픈 분위기에서는 절제된 동작과 진지한 표정으로 지휘를 이어나갔다. 마치 음악에 따라 연기를 하는 듯 음악의 감정이 백윤학 지휘자의 표정과 몸짓에서 보였다. 입으로는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하며 갑자기 커지는 음악소리엔 함께 커다란 제스처를 취하며 지휘를 했다.
백윤학 지휘자는 직업 만족도가 최상인 사람처럼 지휘를 할 때 행복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신나는 몸짓, 춤을 추는 듯 안무 같은 지휘에 덩달아 신나고 음악에 푹 빠져볼 수 있었다. 나뿐만 아니라 합창석에 앉은 주변 관객들이 지휘자의 잔망스러운 몸짓에 웃음을 터트렸다. 신나는 음악에 앞에서는 지휘자가 행복하게 춤을 추고 있으니 객석에 앉아있던 나도 함께 춤을 추고 싶은 맘이 굴뚝같아졌다.
지금껏 지휘자는 카리스마 있고 무게감 있는 이미지였는데, 백윤학 지휘자는 그런 관념을 모두 무너뜨렸다. 오케스트라 연주를 들으며 이렇게 웃고 즐길 수가 있음을 느꼈다. 클래식이 조금 더 가까워졌다.
준비했던 곡 리스트가 끝나고 앙코르 시간이 되자 백윤학 지휘자는 마이크를 잡고 필자가 느꼈던 바를 말했다. '우리 공연을 보면서 관객 모두가 일어나서 춤추면 좋겠다' 하지만 장소 특성상 박수를 쳐달라고 했다. 박수소리와 함께 다음 지브리 공연 때 연주할 곡 등 몇 곡의 앙코르 곡이 이어졌다. 관객이 참여하는 공연이자 정말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축제 같은 공연이었다.
추후에는 관객들이 정말 일어나서 춤을 출 수 있는 즐거운 공연이 올려지길 기대했다.
합창석에서는 지휘자 얼굴만 볼 수 있었는데, 유튜브에 있는 타 영상을 보니 오케스트라 단원들 특히 지휘자와 많은 눈 맞춤을 하는 타악기 연주자들은 다들 활짝 웃으며 행복해하며 연주를 했다.
리더가 조직의 분위기를 만든다는 것에 큰 공감이 되는 순간이었다.
기존의 지휘자와 다른 퍼포먼스에 그의 이력을 살펴보니 눈에 띄는 점이 보였다. 바로 공대 출신 지휘자였다. 서울과학고, 서울대 공대를 나온 소위 공대 엘리트 코스를 밟은 지휘자였다.
대학시절 합창단에서 지휘를 우연히 접했고 합창단과의 깊은 교감을 통해 느꼈던 뜨거운 감정을 느꼈다. 그는 자신의 인생을 위해 새로운 도전을 했다.
그의 특이한 이력만큼이나 그의 지휘는 기존의 클래식과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그의 오케스트라는 대중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왔다.
틀을 벗은 클래식이었다. 기존의 전통적 클래식을 벗어난 새로운 장르로 확장된 느낌이었다. 유머를 겸비한 조금은 가벼워진 클래식 공연으로 나이를 불문하고 지식의 폭을 불문하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예술이 되었다.
예술이 뭐 크게 있어야 할까. 하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즐거우면 된 거라고 생각한다. 진심을 다해 지휘하고 연주했고 관객도 충분히 행복했다.
악기의 아름다운 하모니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던 오케스트라 연주도 참 좋았다. 디지털 기기로만 듣던 디즈니 음악을 눈앞에서 생생하게, 사운드로 꽉한 공간에서 들을 수 있어서 감격스러웠다. 수십여 가지 악기들의 아름다운 소리가 모두 함께 연주되어 하모니를 이루니 하나의 악기로만은 느낄 수 없었던 새로운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클래식에 일면식이 없던 대중이 이렇게 오케스트라의 매력을 느끼고 궁금증이 생겨 점차 경험을 늘려가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 특정한 집단의 전유물이 아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클래식이 되길 바라며, 범위를 넓혀나가는 클래식의 행보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