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아주심
나는 모태신앙이고, 어릴 때부터 성경학교며, 교회 출석이며, 전도축제며 이런 교회 행사들에는 하나도 빠진 적이 없을 만큼 교회에 열심히 다녔다. 하지만 교회가 재미있었던 거지, 하나님에 대해 진지한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다.
그러다가 지난번 글에 적었던 것처럼 처음으로 갔던 수련회에서 '예배합니다' 찬양을 하면서 하나님을 믿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됐다.
이후 하나님의 존재를 처음으로 느끼게 된 건 중학교 2학년 여름 수련회였다.
우리 교회는 작은 교회였기 때문에 중고등부가 다 합쳐서 14명 정도였다. 게다가 내 동갑은 아무도 없어서 나 혼자 15살이었고 나머지는 동생이거나 언니 거나 오빠 거나 그랬다.
나는 늘 교회에 동갑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바랬다.
나랑 한 살 차이였던 언니들이 잘 챙겨줬고 같이 놀고 잘 지냈지만, 애석하게도 언니 세 명은 동갑이었고 나는 동생이라 그 벽을 뛰어넘기는 어려웠다. 가끔 소외되거나 외로울 때가 있었다.
수련회에 갔던 그때도 마찬가지였다. 언니들이 좋았지만 나이가 다르다는 것에서 오는 소외감과 외로움이 있었다. 수련회에 가니 평소 교회생활할 때보다 그게 더 크게 느껴졌다.
아직 하나님을 잘 모르고 하나님이 살아계신지도 모르겠고 뭐 아무것도 모르겠다만 일단 기도를 했다. 하나님 저 너무 외로워요 왜 저는 동갑친구를 주지 않으시는 거죠? 저 너무 외로워요...
아마 그날이 수련회 마지막날 밤이었던 것 같다.
열심히 일정소화하고 찬양하고 예배드리고 기도회 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누가 먼저 씻을래 하면서 이런저런 수다를 떨고 있었다. 나도 씻어야 하는데 늦은 시간까지 예배드리고 오니까 피곤하기도 했고 언니들한테 열심히 끼느라 기운도 많이 써서 에너지가 방전된 상태라 지금 씻고 싶지 않았다. 언니들은 침대에 앉아서 이런저런 재미있는 이야기 하면서 웃는데 나는 침대 빈 공간 구석에 쭈그리고 누워서 언니들 이야기를 듣다가 스르르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다.
한 사람이 나한테 다가와서 나를 안아 올렸다. 언니 중에 한 명인 것 같았다.
전등 불빛이 언니의 뒤에 있어서 언니 얼굴은 보이지 않았고 어둡고 큰 덩치만 보였다.
"성은아 편안하게 자"
언니는 침대 구석에 쭈그리고 누워있는 나를 포근하게 안아서 다른 침대에 편안하게 눕혀줬다.
세 명의 언니 중에 누구일까! 너무 궁금했지만 제대로 눈뜨고 일어나서 확인할 수 없을 만큼 너무너무 피곤했다. 어느 언니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를 챙겨준 것에 너무 감동받아서 다시 잠이 들었다.
다음날, 일어나자마자 어젯밤 일이 생각났다.
같은 방 쓰는 한 살 많은 언니들한테 어젯밤 이야기를 했다. 대체 누가 나를 그렇게 따뜻하고 포근하고 편안하게 눕혀준 건지 너무너무 궁금했다. 그런데 내 말을 들은 언니들의 반응은 정말 당황스러웠다.
"소은이 네가 혼자 간 거 아니야?"
"소은이 너 꿈꿨구나~~~"
언니들 중에 그 누구도 나를 안아서 편하게 침대에 눕혀준 사람이 없다고 했다.
그리고 혼자서 나를 그렇게 들 수도 없다고.
그냥 어느 순간 내가 혼자 다른 침대에서 자고 있었다고 했다.
다들 또 나를 막~ 놀리면서 꿈꿨다고 하며 내 이야기에 크게 비중을 두지 않았다.
헐.. 진짜 나는 너무너무 생생한데
나를 포근하게 안아 올려서 편하게 침대에 눕혀줬는데!
그래서 언니들한테 서운한 마음 눈 녹듯 사라지고 포근하고 편안하게 다시 잠이 들었는데..!!!
점점 진지하게 진짜 장난치지 말라고 했는데 언니들도 진지하게 아무도 그렇게 나를 들어서 옮겨준 사람이 없다고 했다.
뭐지? 뭐지? 정말 뭐지?
내가 내 발로 일어나서 다른 침대로 간 기억이 없는데!
그때 문득 하나님이 하신 건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정말 말도 안 되지만 언니들 틈에서 외로워하고 마음 힘든 나를 그렇게 따뜻하게 안아서 편안하게 눕혀주신 게 아닌가 싶었다. 왜냐면 그때 나는 엄청난 위로와 감동을 받았기 때문에...
당시에는 반신반의하며 '정말인가? 뭐지?' 하는 의문으로 마무리됐던 사건이었지만,
하나님이 살아계신다는 걸 알게 되고, 하나님을 믿게 되고, 하나님께서 내 기도에 응답하셔서 수많은 응답을 주셨던 걸 경험한 지금의 나는, 그날 하나님께서 외로워서 혼자 울면서 기도한 나를 기억하시고 찾아와서 나를 포근하게 위로해 주셨다는 걸 알게 됐다.
모태신앙이지만 하나님을 몰랐던 나는 그렇게
중학교 1학년 때 하나님의 살아계심이 살아계신다면 믿고 싶다는 걸 처음 느끼게 되고
중학교 2학년 때 처음으로 하나님께서 나를 만나주시고 위로해 주셨던 경험을 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