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Japan [Blue Blood]
아이돌이란 존재는 어디에서나 있고, 어떤 것에 미친다는 행위는 보편적이다. 이는 머리로 아는 지식이다.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 당신은 진정으로 미치는 사람인가? 아니면 어느 한계 아래에서 선을 긋는 자신을 인식하는 사람인가? 나로서는 후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니 그렇게 열정적인 마음을 표현하는 이를 바로 옆에서 접한다는 것은 다른 차원의 경험이다. 머리로 알고 있던 막연한 것을 직접 맞닥뜨린다는 느낌 같은 거. 꽤 신기하고 생경하다. 자신이 그런 레벨의 에너지까지는 도달하지 못할 거란 걸 알기 때문이다. 나아가 다른 이가 발산하는 에너지를 통해 대리체험을 하고 싶다는 마음과 연결되기도 한다.
맹목적인 사랑은 부작용을 낳기도 하지만 더 많은 아름다움을 가져온다. 그 대상을 경배함에 행복함을 느끼고, 살아있는 기쁨을 누리고, 일상을 견딘다. 그래서 온 마음으로 X-Japan을 좋아하던 한 후배를 접할 수 있었던 건 행운이고 감사한 일이다. 그것은 좀 더 많은 음악 지식을 얻는 정도에 비할 바가 아니다. 기존에 없었던 다른 시각을 선사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전까지만 해도 나는 아이돌 음악이나 글램스러운 음악에 대해 강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부정적인 사고는 어떤 대상을 그렇게 진심으로 위하는 마음을 알게 되며 천천히 녹아내려 같다. 그 속에서 싹튼 새싹, ‘아, 여기에는 이런 소중한 아이가 고개 숙이고 있구나.’ 같은 것. 막힌 기질 가득한 내가 조금이라도 시각을 넓힐 수 있었다면 그 후배의 덕이다라고 얘기할 수 있다. 이 지면을 빌어 고마움을 담아보고 싶다. 시간이 지나 세온 작가님이 들려주시던 아이돌 공연기를 내가 즐길 수 있는 것도 그런 열정을 직접 옆에서 접할 수 있었던 과거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https://brunch.co.kr/@shongi0514/35
옆에서 봐도 X-Japan은 확실히 덕질의 요소가 있었다. 성비를 희석시키는 중성적인 화장, 극단을 오가는 투 베이스의 난타와 투명 피아노, 호소력 짙은 멜로디, 찌르는 듯한 목소리와 여림, 현악과 메탈의 발레, 검정색 죽음의 냄새, 한계까지 달리다가 한 떨기 꽃으로 떨어져 내리기. 게다가 번외축으로 뻗어나가는 Hide 히데의 붉음. 일본음악이 아직 한국에 수입되지 못하던 시대였다. 인터넷, 수입 CO, 어느 정보 하나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시기였다. 신비주의도 한몫 거들었을 수 있다. 갈증은 갈망을 가져온다. 같은 마음을 공유하던 이들이 하나 둘 모여 커뮤니티를 이루고 많지 않은 자료들을 함께 나누었다. 항상 상하의 검은 룩을 즐겼던 그 후배는 X-Japan 커뮤니티의 회장이었다고 기억한다. 그런 덕질의 마음을 고스란히 안고 후배는 어느 날 음악감상 동아리에 들어왔다. 시중에서 접할 수도 없었던 앨범과 싱글, 라이브 비디오까지 도움을 많이 받았지만, 그 누군가를 향한 한줄기의 시선이 나를 사로잡았다. 그 순수함은 내가 알지 못했던 어떤 경지였다. 도대체 어느 정도 좋아하면 다다를 수 있을까 싶은 까마득한 레벨이었다. 나 역시 음악 생활 중 X-Japan의 모든 앨범, live를 다 들어 보았으며 개인적으로 인정하는 밴드이다. [Blue Blood], [Jealousy], [Art of Life], [Dahlia] 모두 다른 의미로 좋은 앨범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내가 이들의 음악을 파보았던 이유는 다른 이들과 조금 달랐다. 즉, 도대체 이들은 어떠하길래 누군가에게 찬란한 대상이 되었나 라는 바로 그 호기심 때문이었다. 나는 여전히 미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순수한 마음의 작은 실마리는 찾아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후배를 알게 되었던 시기는 밴드가 해체를 목전에 둔 격동의 시기였기에 이를 바라보는 착잡함 또한 전달 받았다. 죽음으로 돌진했던 히데의 소식을 접한 후 누군가의 어느 세계가 무너졌을지도 모르겠다. 언제나 그렇듯이 나잇살이 찌고, 가십거리가 들려오고, 기억이 흐릿해지고, 다른 일상에 치이고, 돌아볼 여유가 사라지는 시기가 찾아온다. 과연 그 후배에게 X-Japan은 어떤 존재로 남아있을까? 글을 쓰는 지금 몹시 궁금하다. 하지만 알다시피 어떤 아이란 깊은 곳에 잠수하여 숨 쉬고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평생 자신을 지키는 수호신이 되어 주기도 한다. 삶의 질곡에서 World Anthem으로 위로가 되어주기도 한다. 나는 사실 그 후배를 잘 알지는 못한다. 내가 아는 부분은 아주 사소하게 접힌 마음일 뿐이겠지만, 감히 이들은 그 후배의 마음속에서 한 순간으로 여전히 살아가고 있다 자신해 본다.
Last live에서 함께 감싸고 울며, 무대를 뛰어나가는 그 슬로우 모션으로 말이다.
X-Japan [Blue Blood] 1989년 <Unfinished>
https://youtu.be/HkWa2LltnTE?si=QSqg-ASSbfcMeX8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