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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키 데이 인 파리>, 우디 앨런의 로맨스 스릴러

낭만의 도시 파리를 배경으로 한 로맨스에 스릴러 첨가하기

by Cho

가을 냄새가 물씬 풍기는 우디 앨런 감독의 신작, <럭키 데이 인 파리>가 도착했다. 그런데 이번은 뭔가 다르다. 영화의 장르부터 ‘로맨스’에 ‘스릴러’가 더해져 있다. <미드나잇 인 파리>, <레이니 데이 인 뉴욕>으로 국내에 잘 알려진 우디 앨런 감독의 영화가 말이다. 낭만의 도시인 파리와 뉴욕을 배경으로 몽환적인 로맨스 이야기를 그려내던 그의 신작이 ‘스릴러’를 담는다고 하니, 물음표가 가득한 채로 영화관에 들어섰다. 스포일러 아닌 스포일러를 하자면, 이번 영화 역시 우디 앨런 감독만의 특색이 물씬 배어난다. 그런데 이 영화는 과연 ‘스릴러’로 분류하는 게 맞을까?


* 본 게시글은 씨네랩(cinelab) 크리에이터로서 참석한 영화 시사회 후기입니다.


왼쪽은 영화 <럭키 데이 인 파리>의 한국 포스터 속 앨런과 파니, 오른쪽은 장과 파니 (C) 한국 배급 해피송


<럭키 데이 인 파리>는 프랑스 파리 상류층 사회를 즐기며 살고 있는 여주인공 파니(루 드 라쥬)의 이야기를 그린다. 그녀가 사업 수완이 뛰어난 장(멜빌 푸포)과 재혼해 행복한 나날을 즐기던 중 우연히 길에서 고등학교 동창 알랭(닐스 슈네데르)을 만난다. 알랭은 그녀를 짝사랑했음을 고백하고, 이를 계기로 파니의 마음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이후 이를 남편 장이 눈치채게 되는데, 장은 알고 보니 뭔가 숨겨진 어두운 면을 가진 사람이었다. 파니와 알랭, 장의 삼각관계는 어떻게 전개될까?


줄거리 개요만 들으면 흔한 불륜 이야기를 담은 영화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우디 앨런은 이러한 이야기를 예상에 예상을 뒤엎으면서도 그걸 과도하게 극적이지 않고, 무덤덤하게 풀어나간다. 우디 앨런 감독의 개인사에 관한 소문을 많이 접한 이로써는 영화를 보는 내내 감독 스스로에 대한 변명인가 싶다가도 이내 영화에 스며들어 있던 작품이다.


이번 영화는 스릴러가 더해진 로맨스라는 장르뿐 아니라 영화에서 사용된 언어에서도 우디 앨런 감독의 이전 작품과 차이를 보인다. 파리를 배경으로 했어도 이를 여행하는 미국인의 이야기를 그려 영어를 사용했던 <미드나잇 인 파리>와 달리, 프랑스에서 나고 자란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이번 영화는 프랑스어로 제작되었다.


진지할 수도 있었던 장면에 활기찬 재즈라니, 이래서 영화에는 음악이 중요하다고 하나보다 (C) 한국 배급 해피송


<럭키 데이 인 파리>에서 가장 감각적이었던 부분은 바로 스릴러를 독창적인 방식으로 로맨스에 가미시켰다는 점이다. 영화의 주된 장르는, 그것이 불륜일지라도, 로맨스다. 하지만 거기에 스릴러를 묘한 향신료처럼 첨가했다. 그런데 이 스릴러, 왠지 긴장되기는커녕 묘하게 코미디처럼 느껴진다.


이는 영화의 전반에 배경으로 등장하는 재즈 음악에서 강하게 드러난다. 긴장감을 고조시킬 법도 한 장면들에 있어서 <럭키 데이 인 파리>는 왠지 코믹하고 활기찬 분위기를 자아내는 재즈를 배경 음악으로 사용했다. 덕분에 줄거리 상으로는 스릴러의 절정에 다다르는 순간에도 묘하게 편안한 바이브가 영화를 이끌어 간다. 결말까지 보자면 영화의 이야기 또한 그러하다. 어딘가 재치 있고, 그와 동시에 어이없으며, 피식 웃음이 나오는 이 영화는 왜 로맨스 코미디로 분류되지 않았을까?


이 사랑, 불륜이라는 걸 알고 보면서도 귀엽고 간질간질하다 (C) 한국 배급 해피송


감독 개인의 특성이 영화에 짙게 배어 나오는 것이 특징인 우디 앨런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도 자신의 특성과 선호를 진하게 보여준다. 사랑의 도시이자 환상의 도시인 파리를 배경으로 하는 것부터, 파리의 매력적인 재즈 음악을 영화 전반에 사용하기까지. 어떤 점에서 사람들이 자신의 영화에 홀려 드는지 우디 앨런 감독은 너무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다만, 그의 개인사를 배경으로 그를 조금은 아니꼽게 보는 견해로서는 우디 앨런 감독의 다소 변태적인 취향 또한 영화에 은밀하게 담겼다. 이번 영화에서도 여성은 여전히 상대를 두고도 한눈을 파는 캐릭터로 등장한다. 한 가지 차이는 이번 영화 속 여성의 상대인 남편 장이 지닌 흠이 강하게 드러난다는 점이다. 남편 장은 주변인들이 조금 어색해할 정도로 장난감 열차를 좋아하는 철부지 같은 면을 지니고 있다. 이는 본인이 마음대로 일이 풀려야 하고, 원하는 대로 무언가를 소유하고자 하는 모습들에서도 드러난다. 이는 남성이 마냥 선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피해자처럼 비춰줬던 전작들과는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파리의 고서점 여자 아르바이트생을 향한 우디 앨런의 취향은 <미드나잇 인 파리>와 결을 같이 한다. 이번 영화와 전혀 관계가 없음에도 영화는 고서점의 여자 아르바이트생을 비추고 지나간다.


우디 앨런의 감성을 좋아한다면, 이번 영화는 그 그리운 감성에 스파이스를 더한 맛이다 (C) 한국 배급 해피송


<럭키 데이 인 파리>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감독이 전하고자 한 메시지가 앨런의 독백으로 직접적으로 전달된다. ‘우연의 산물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러니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자’라는 메시지를 담은 대사는 영화의 프랑스어 원제인 ‘Coup de chance 뜻밖의 행운’과 결을 같이 한다. 우연에 우연이 합쳐져 전개되는 영화인만큼 이보다 적절한 제목은 없지 않나 싶지만, 그것이 뭔가 깊은 의미를 전달하고 있지는 않다. 그저 우디 앨런 감독의 방식으로, 그의 감성으로 로맨스에 스릴러와 코미디를 적절히 가미한 영화가 이번 <럭키 데이 인 파리>다.



영화 <럭키 데이 인 파리 Coup de chance> (2025)

감독 우디 앨런

출연 루 드 라쥬, 멜빌 푸포, 닐스 슈네데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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