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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삶의 소소한 기쁨들

일상에서 떠올린 단상

by 소호

나의 에 있어 행복한 시간들 중 하나.


사람들이 별로 없는 카페 구석에 앉아 고요히 울리는 음악의 선율을 귓바퀴에 담으며, 커피를 한 모금 입에 머금고 고유의 향을 내뿜는 책장을 조심스레 넘기는 기쁨 있다.


가슴이 아파 감히 한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기도 하고, 얼굴에 떠오르는 미소를 감추지 못하고 허겁지겁 읽어 내려가기도 한다.


전쟁터에서도 '책마차'를 대동했고 막사에 서가를 만들어 늘 책을 읽었으며, 이를 전쟁과 통치에 적용했다는 나폴레옹의 이야기는 인생에 용하는 독서의 활용법을 강조한다.


그러나 독서의 활용보다도 혼을 울리는 독서 그 자체의 순수한 기쁨은 지난(至難)하거나 무료한 인생에 넘쳐나는 삶의 활력소로 작동한다.


또 하나의 행복 시간.


한낮인데도 수묵화의 어두움처럼 어둑해진 공간을 뚫고 투둑거리는 빗방울이 거실 창문을 두드릴 때, 무심히 밖을 내다보며 어두움과 빗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자면, 조그마한 공간이 가져다주는 안온한 감정이 밀려드는 기쁨 있다.


숲 속 잘 보이지 않는 곳에 굴을 파고 비바람을 피하며 제 자신의 삶을 누리는 다람쥐 같은 평안함이랄까. 저만의 안식처를 마련하여 육식동물 등의 삶의 위험을 피하는 초식동물이 느끼는 감정 같은 안정감.


물론 나는 사람이므로 배고플 때 도토리로 배 불리는 다람쥐와 달리 김치전을 만들어 막걸리 한잔 하면 더할 나위 없을 기쁨이 추가된다.


또 또 하나의 행복 시간.


혼자만의 시간이 가끔은 외로워 주변의 친구를 찾아 나서 원탁을 사이에 두고 주변의 소음을 이겨내며 온갖 주제로 주절거리는 대화는 또 다른 종류의 기쁨을 선사한다.


대화는 끝이 없고, 햇빛 밝은 날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맡기며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같은 발랄함에 점점 어두움이 깊어가는 하루는 끝낼 시간을 찾지 못해 당황한다.


밤은 깊어가고 주위의 불빛은 사위어 가지만, 나 혼자가 아닌 같은 부류의 동료가 곁에 있다는 생각에 불안함을 깨뜨리고 활발한 즐거움을 만끽한다.


마치 사자의 눈길을 무시하고 한 무리 지어 햇빛을 즐기며 사방에 널려있는 푸른 풀밭의 먹이를 자유롭게 먹고 있는 얼룩말처럼.


금년 봄은 다른 해의 봄과 달리 유독 비가 많이 내리는 듯하다. 계절은 수시로 바뀌고 시간은 쉬지 않고 흐르는데 그 속에 존재하는 나의 삶은 유한하다.


늘 같은 듯 다른 유한한 삶을, 요즈음 언어로 늘 엄근진 (엄격+근엄+진지)으로 살아가는 나의 모습에 주변 사람들은 답답해하기도 하고, 짧은 인생 기며 살라고 슬쩍 충고도 한다.


나는 없이 멋쩍은 웃음으로 화답한다. 변명할 필요는 느끼지 못한다. 밖으로 보이는 모습이 엄근진이더라도, 나 혼자만의 소소한 기쁨들을 가지고 있으므로 그저 스스로 즐기면 것이기 때문이다.


화려하고 멋있는 취미는 아니만, 그저 숨 쉬듯 가장 편안한 즐거움으로 인생의 지난(至難)과 무료함을 달래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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