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날씨
바람이 식은 가을 하늘에
심연의 물고기가 몸을 드러냈다.
검은 눈을 빛내고 소리를 질러
한바탕 소나기를 뿌렸다.
봄, 여름날 후두둑 빗소리보다
느린 리듬으로 흐느적거렸다.
어설픈 춤이 발목을 잡아
한 바퀴 돌리기도 전에
제 풀에 주저앉았다.
헛걸음 일기예보에 우산을 챙겨놓고
베란다 틈새로 빨래가 눈물을 흘렸다.
한 발 물러난 먹구름 속으로
아귀가 콧등에 불을 켜고 숨어들었다.
더 이상 햇살이 얼굴을 보여 주지 않아
한숨으로 깊게 우물을 파고
두레박 줄을 걷어 올렸다.
<대문 사진 출처/Pixabay l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