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
시간은 탑을 한 단 더 쌓고
추억은 그리운 색을 덧칠했다.
홀로 서 있는 그림자는
기다림에 붙박이가 되고
스치는 풍경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셈을 하지 못 해도
열 손가락이 모자란 시간은
더 이상 내 것이 아니었다.
일상은 계절도 바꾸고
바람 옷도 갈아입었다.
고개를 숙이고 달린 하루는
멈추지 않는 시간을 더욱 재촉하고
다음 계절로 내달렸다.
# 대문 사진 by 봄비가을바람
6년 전 이맘때 어느 늦가을 오후, 아파트 단지 화단에 몇 알 남은 고욤을 매단 나무가 잎도 모두 떨구고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시간을 되감아 예전 할아버지 댁 마당 가장자리에 서 있던 고욤나무가 다시 눈앞에 섰다.
할머니는 가으내 고욤을 따다 작은 항아리에 담아 익혀서 겨울밤 하얀 눈이 내리면 달달한 고욤을 숟가락 가득 떠서 손에 쥐어 주었다,
깊은 밤에 많이 먹으면 아침에 똥꼬 막힌다고 달달한 것을 너무 탐하지 않게 했다.
다디단 한 숟가락에 가을을 한 아름 안고 겨울밤을 포근히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