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세 신인류
우리가 아는 '노인'은 없다

by 이리아

어제 지인과 이야기하다가 깜짝 놀란 일이 있었습니다. 서울대를 나와서 공기업 대표까지 하셨던 분이 현재는 아파트 경비원을 하고 계신다는 얘기였습니다. 그런데 더 충격적인 건 그분이 현재 외부와의 모든 소통을 끊고 지내신다는 거였습니다.

순간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생 엘리트로 사셨던 분도 은퇴를 하면 막상 할 일이 평생 해온 일과는 거리가 먼 일자리밖에 없다는 현실. 그리고 그것이 앞으로 맞게 될 나의 미래이기도 하다는 생각에 허탈하기까지 했습니다.

사회복지사로 현장에서 5년, 대학에서 강의를 시작한 지 3년째가 되어가는 지금, 이런 현실을 너무 많이 목격하고 있습니다. 그때마다 드는 생각이 하나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 만나고 있는 70세는 과연 우리가 생각하는 그 노인들일까?'

답은 '아니다'입니다. 완전히 다릅니다.

보건복지부 통계를 보면 2023년 기준 노인일자리사업 참여자 중 대졸 이상이 32.8%나 됩니다. 10년 전만 해도 15% 정도였는데 두 배 이상 늘었습니다. 그런데 제공되는 일자리는 여전히 청소, 급식보조, 교통정리 같은 단순업무가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외부에서 만나는 분들이나 학생들에게 항상 하는 말이 있습니다. "앞으로 10년 뒤면 지금과 완전히 다른 노인세대가 온다"는 것입니다.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노인일자리 정책 대상이 되는 시점이거든요.

이분들은 정말 다릅니다. 대학 교육을 받았고, 글로벌 기업에서 일했고, 영어도 하시고, 컴퓨터도 다루십니다. 현장에서 만나보면 오히려 저보다 특정 분야 전문성이 높으신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현재 노인일자리 정책은 여전히 '도움이 필요한 어려운 노인'을 전제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물론 그런 분들도 계시지만, 앞으로는 '전문성을 활용하고 싶어 하는 적극적인 시니어'가 훨씬 많아질 것입니다.

실제로 어르신들을 만나보면 이런 말씀들을 정말 많이 듣습니다. "30년 넘게 일했는데 이제 와서 청소나 하라고 하면 자존심이 상한다", "내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는 일은 정말 없나", "젊은 사람들에게 내 경험을 전수해주고 싶은데 방법이 없다".

해외에서도 이런 변화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실버인재센터'는 1980년부터 40년 넘게 고령자 일자리를 지원해왔고, 최근에는 IoT나 드론 조종 같은 디지털 기술 교육까지 확대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AARP'도 'BACK TO WORK 50+' 프로그램을 통해 50세 이상 구직자들에게 체계적인 재취업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때입니다. '노인을 위한 일자리'가 아니라 '시니어 전문가를 위한 일자리'로 접근해야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앞으로의 방향은 이렇습니다. 첫째, 일자리 유형을 다양화해야 합니다. 컨설팅, 멘토링, 교육, 상담 같은 지식서비스업 중심으로 말입니다. 둘째, 개인의 전문성과 경력을 제대로 평가하고 매칭하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셋째, 시니어들이 스스로 기획하고 운영할 수 있는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 같은 모델도 육성해야 합니다.

노인일자리 관련 논문들을 읽어보니까 정말 흥미로운 데이터가 많더군요. 고학력 시니어들의 일자리 만족도가 현저히 낮고, 단순업무 참여율도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반면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는 일자리에 대한 수요는 급증하고 있습니다.

그 서울대 출신 경비원분 이야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그분이 외부와 소통을 끊은 이유가 뭘까요? 아마도 자존감의 문제일 것입니다. 평생 쌓아온 전문성과 경험이 하루아침에 무의미해졌다고 느끼실 테니까요.

이제는 우리에게 새로운 관점이 필요합니다. 지금의 70세는 우리가 생각하는 '보호받아야 할 노인'이 아니라 '활용되기를 기다리는 인적자원'입니다.

정책적으로도 큰 전환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일자리 개수를 늘리는 것보다 질적 향상에 집중해야 합니다. 예산도 더 투입해야 하고, 전담 조직도 만들어야 하고, 민간과의 협력체계도 구축해야 합니다.

학생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게 있습니다. "복지는 시혜가 아니라 권리"라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시니어 일자리도 '해드리는 것'이 아니라 '당연히 보장되어야 할 권리'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고등교육을 받고 전문성을 가진 분들에게는 더욱 그렇습니다.

앞으로 10년, 20년 후를 생각해보십시오.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고학력 시니어들이 일자리를 찾게 될 것입니다. 그때 가서 허둥지둥 대책을 마련할 게 아니라 지금부터 준비해야 합니다.

우리가 지금 만나고 있는 70세는 정말 새로운 세대입니다. 이분들을 단순히 '노인'으로 분류하고 획일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게 아니라, 각자의 전문성과 경험을 인정하고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분들을 '70세 신인류'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기존의 노인 개념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완전히 새로운 세대니까요. 이분들과 함께 만들어갈 노인일자리 정책의 미래가 정말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