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문해력이 노화한 것인지, 시대 흐름이 그런 것인지...

by 신형준

나이는 드는데 급변하는 시대에 못 따라가는 모습을 최근 자주 보이는 탓인지,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 상태입니다. 뭔가를 읽을 때 특히 그렇습니다. 글이 이해가 안 되면 ‘그리 늙지도 않았는데, 내 문해력이 급락한 게 아닌가’ 걱정부터 합니다.


죽음은 두렵지 않습니다. 노화는, 특히 내 몸을 내 마음대로 제어할 수 없는 상태의 노화는 너무도 두렵습니다. 제가 ‘적극적 안락사’를 주장하는 이유입니다.


겁은 또 더럽게 많아서, 시동을 켠 자동차 근처에 가는 것도 두렵습니다. 급발진.


고 3학기 초, 내 바로 옆에 서 있던 이가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버스에 치인 장면을 눈앞에서 목격했습니다. 언제부터인지, 차 주변에 가는 게 너무 무섭습니다. (버스에 치인 그분은 사건 직후, 정신을 차리고 상반신을 일으켜 세우려다가 곧바로 정신을 잃더군요. 피 한 방울 흘리지 않았습니다. 어린 나이에도 저는 본능적으로 ‘저분, 피를 흘리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급발진 기사가 나오면 유심히 보는 것도 어린 시절의 기억 때문일지 모르겠습니다. 오늘(25년 12월 6일) 오후에 접한 기사입니다.


https://www.donga.com/news/Society/article/all/20251206/132913182/1


아주 짧은 기사인데, 한숨부터 났습니다. 제 문해력에 다시금 의심이 들어서입니다.


이 문장에서였습니다.


‘6일 당진소방서 등에 따르면 이 사고로 80대 운전자 등 트럭에 타고 있던 2명과 근린생활시설 1층 사무실 관계자 등 2명이 다쳐 병원에 이송됐다.’


이 짧은 문장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고민했습니다. 다음은 경우의 수입니다.


1. 기사를 잘 못 썼다. 트럭에 탄 두 명과 사무실 관계자가 다쳤다면 최소한 3명이 다친 것이다. 한데 왜 문장 말미에 ‘2명이 다쳐’라고 적었나. 이 문장은 ‘~사무실 관계자 등 총 3명이 다쳐~’라고 썼어야 옳다. (기사에서 받은 첫인상은 이랬습니다.)


2. 다친 사람은 총 네 명일 수 있다. 트럭에 탔던 두 명과 사무실 관계자 두 명. 따라서 모두 네 명이 다친 것이다. 기사를 이해하기 쉽게 쓰려고 했다면 ‘트럭에 탔던 두 명과 사무실 관계자 두 명 등 총 네 명이 다쳐’라고 하는 게 맞다. (기사를 곰곰 읽어보니 처음과는 달리, 다친 사람은 모두 네 사람이 아닐까 생각하게 됐습니다.)


3. 아니다. 저렇게 써도 문제가 없다. 신형준 너의 문해력이 문제이다. 왜 꼭 ‘총 몇 명이 다쳤다’라고 써야 하나. 지면 낭비이다. 저렇게 써도 총 네 명이 다쳤다고 다 알아본다.


1~3번 중 무엇이 맞는 것일까요? 이토록 짧은 기사에서 해석의 갈피를 확실히 못 잡는 저의 문해력이 문제이겠죠.


추신


다른 언론에도 이 기사가 보도됐는지 살폈습니다.


몇몇 언론은 ‘해당 사실’에 대해 제가 올린 기사와 ‘똑같은 문장’으로 보도했고, 몇몇 언론은 ‘트럭에 탄 두 사람과, 사무실 관계자 두 명(공인중개사 사무실) 등 총 네 명이 다쳤다’고 알렸습니다.


제가 신문사에 입사했던 1990년, 당시 교열부 기자 님들은 기사를 쓴 기자와 의미 전달이나 주술(主述) 문제 등을 놓고 논쟁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시대착오자여서인지요. 때로 그때가 그립습니다.


#문장 #문해력 #주술관계 #정확한문장 #교열

keyword
작가의 이전글한국, 멕시코 남아공, 유럽 플레이오프 D 승자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