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아이폰이라는 게 나왔을 때 난 콧방귀를 뀌었었다. 핸드폰으로 인터넷에 접속해서 동영상을 볼 수 있다는 것도,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것도 그리 획기적인 기능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어차피 컴퓨터로도 다 할 수 있는 건데 굳이 핸드폰으로 그런 걸 해야 하나 싶은 생각에서였다. 주변에 아이폰을 쓰는 사람들이 갑자기 무슨 얼리아답터 같은 행세를 해서 꼴 보기 싫은 이유도 있었다. 하나 같이 다 그랬다. 그래봐야 그들이 당시 아이폰으로 하는 것들은 소비적인 행위들이었다.
그랬던 내가 갑자기 아이폰을 사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배낭여행을 다녀온 직후였다. 바깥에 나가니 아이폰의 생산적인 기능들이 갑자기 보이기 시작했다. 왠지 멋져보였다.
지금 내가 쓰는 건 아이폰은 아니다. 이제 다른 브랜드도 ‘스마트한’ 폰이 많이 나왔으니 굳이 아이폰을 쓸 필요는 없다. 어차피 내가 쓰는 기능들도 그리 특별한 게 없으니 그리 비싼 스마트폰이 필요하지도 않다. 그래서 슬슬 ‘탈 스마트폰’을 실행에 옮기려 하는 중이다. 그러나 한동안은 힘들 것 같다.
처음 내가 아이폰을 사려고 했을 때는, 아이폰 외 다른 브랜드의 스마트폰 제품이 ‘허접’했을 때이기도 했고, 또 현재는 제수씨가 된 당시 친동생의 여자 친구가 아이폰으로 책을 많이 본다는 말을 듣고부터였다. 그것도 공짜로. 책을 본격적으로 많이 읽기 시작했을 때라 솔깃할 수밖에 없었다.
난 불행히도 제수씨처럼 공짜로 보지는 못했다. 알고 보니 제수씨는 아이폰의 아이북스라는 기능을 통해서 그냥 인터넷 소설의 데이터를 다운 받아 보는 것이었다. 난 그런 건 보기 싫었고 그래서 수소문 끝에 ‘교보문고’와 ‘북큐브’ 에서 e북이라는 것을 판매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때 돈을 내고 구매를 해서 다운받아놓은 e북들이 백 권이 조금 넘어가는데 아직도 스마트폰 안에 있다.
e북이라는 게 그런 점에서는 좋다. 언제든지 보고 싶을 때는 꺼내 볼 수 있으니까. 실물 책에서는 느낄 수 없는 편리함이다.
그때부터 한 달에 적어도 열권 정도는 읽는 습관을 들인 것 같다. 그렇게 습관을 들인 덕분에 지금도 조금 적게 읽었다 싶으면 숙제를 못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한때 그런 식으로 무조건 e북만 사서 읽었던 적이 있긴 하지만 지금은 실물 책과의 비율이 절반정도 되는 것 같다. e북이라는 게 태생이 디지털 파일이라 손에 쥐는 맛이 없어서 괜히 돈 아까운 생각이 들면서 구매 패턴을 바꾼 탓이다. 어떤 책은 e북이 출시되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실물 책을 구매하기도 한다.
핸드폰으로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건 굉장히 편리한 거다.
한손에 꼭 들어오니 조금 불편한 장소에서도 보기가 편하다.
길을 걸으면서도 그리 불편하지 않게 읽을 수 있다.
한손에 들어오니까.
어두운 곳에서 읽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아이폰으로 책을 읽었던 그 시기에 참 많은 작가를 알게 됐었다. 세상에는 생각보다 재미있는 글을 쓰는 사람이 많다는 걸 알게 된다는 건 나 같은 사람에게는 좋은 자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