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소확행
집에 있는 난초들이 여름을 지나면서 꽃을 많이 떨어뜨렸다. 봄부터 한창 꽃구경에 마음이 즐거웠는데, 꽃이 없으니 왠지 모르게 집안에 생기가 적어진 듯한 느낌이다.
가을의 꽃은 국화이지만, 언제부턴가 장미를 키워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장미는 “꽃 중의 꽃”이라는 유명세에 걸맞게 키우기가 은근 까다롭다고 들었기 때문에 망설여졌다. 며칠을 고민하다가 연습용으로 키워 보자고 미니장미를 구입했다.
역시나 꽃의 여왕, 너무 예뻐서 행복지수가 갑자기 급 상승했다. 이래서 장미, 장미 하는구나! 갑자기 집이 환해진 듯한 느낌이다. 이런 느낌은 아무리 예쁜 조화라도 따라가기 힘든 그런 아우라가 있다. 자꾸자꾸 보면서 ‘정말 예쁘다~!’ 감탄한다. 이게 바로 꽃이 주는 생활의 활력이랄까.
난초를 키우는 사람들은 난초가 꽃대를 올리면 무언가 좋은 일이 있을까 보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집에서 키우는 난초는 꽃을 피우기가 조금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꽃을 더욱 소중히 여기는 것 같다. 자연물에 기대어 이렇게 미래의 행복을 예견하는 인간의 습성은 참으로 어여쁜 것 같다.
“La vie en rose”이라는 노래의 가사처럼 장미는 어딘가 매혹적이고 로맨틱한 구석이 있는 것 같다. 관심을 갖고 공부해 보니, 장미의 향이 여성 호르몬에 영향을 주는 요소가 있어 여자들이 장미 향을 맡으면 심신이 이완된다고도 한다. 첫 데이트에 장미를 선물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는 거다.
남자만 셋인 집에 살다 보니, 이런 여성여성한 오브제들이 고플 때가 종종 있다. 여자 아이가 있었으면 예쁜 바비 인형이라도 있었을 텐데…! 매일 무언가 부서지고, 망가지는 게 일상인지라 우리집에 온 예쁜 장미가 더욱 귀하디 귀하게 여겨진다. (물론 장미 같은 딸이 있었으면 더더욱 좋았겠지만…!)
아무쪼록 아직 어설픈 가드닝 실력이지만, 정성을 다해 키워 늘 장미꽃이 피어나는 집이 되게 하고 싶다. 돈이 아깝지 않은 엄마의 소확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