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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겨울햇살

내가 사랑하는 것들에 대한 마음충전하기

by 따뜻한 봄숲


겨울의 새벽


길고 긴 그리고 깊고 깊은 찰흙빛 겨울밤은 유독 더 일어나기 어렵습니다. 오로지 스스로 가진 제 힘으로만 일어나야 하는데 에너지가 너무 부족해요.


엄마라는 그 이름이 아니라면 아침형 잠순이는 엄두도 못 낼 시간이에요. 근데.. 다 큰 엄마도 이런데 작은 잠순이, 작은 잠돌이는 얼마나 졸릴까요? 매일 아침 캄캄한 방에 들어가 아이들을 깨울 때마다 엄마 잠순이는 미안하고 안쓰러워요. 그리고 곁에 누워 자고 싶어요.





형광등에 대한 비호


저는 잠이 늘 많았는데 어릴 적에 형광등을 갑자기 켜서 밝은 흰 빛이 내 온몸을 찌르르하며 1초 만에 잠이 확 깨는 게 너무 싫었어요.


늘 바쁜 일상과 맞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내린 엄마들의 단호함이었을 거예요. 이해는 되지만 전 할 수 없어요. 정말이지 싫은 감정이에요.


그날의 시작은 조용하게 서서히 제 몸의 하나하나씩을 깨워가며 천천히 시작하고 싶은데 말이죠. 느릿느릿 지금은 몇 시지? 오늘은 뭐가 중요했던 날이더라? 비가 오려나? 과일은 사과를 먹어야지. 건강이 중요해. 사과에 대한 이야기를 써볼까?


스스로에 대한 잡생각과 기억, 잡담을 하고 눈을 탁 뜨면 괜스레 기분이 좋습니다. 여유 있는 아침의 시작 같거든요.


대신 알람을 '느릿느릿 내 시간'을 고려해서 맞춰요.


알람이 한 번 울리면 벌떡 일어나서 바로 나가는 부지런한 토끼 같은 신랑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게으름과 쓸데없음, 왜? 이겠지만 거북이 같은 저에게는 꽤 중요한 매일의 아침일과예요.


스스로가 나누는 잡담 같은 이야기들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눈을 뜨고 나면 당장 해야 할 것, 처리할 것, 정신없이 해치워야 하는 일들이 쌓여있으니까요.


눈을 감고 하루를 시작하기 전, 잠시만의 고요한 시간을 갖는 것뿐이랍니다.



은은하고 따뜻한 빛


침실에 있던 작은 조명을 식탁 옆의 그릇장 위로 옮겨 두었어요. 어두운 부엌에 작은 등을 켜고 나서도 아이들이 앉는 식탁은 컴컴해요. 하지만 거실의 형광등을 켜고 싶지 않았어요. 작지만 은은하게 따뜻한 빛이 식탁을 비춥니다.


간단한 아침을 만들어 식탁 위에 내려놓고 나서 방에 들어가 코 골며 자고 있는 아들의 엉덩이를 토닥거리며 몸을 일으켜 안아줍니다. 엄마를 닮아 잠돌이인 아들은 도망가 대자로 다시 누워 버리지만 아직은 귀여운 10살이라 다시 안고 같이 일어납니다. 다행히 비몽사몽중에도 잘 걸어 나와서 털썩 식탁으로 앉는데 5분이 걸리지 않아요.


멍하니 창 밖을 보며 눈을 감고 오물오물 밥을 먹습니다. 아마도 여러 가지 잡생각을 하며 천천히 깨어나고 있겠죠.


' 졸려.. 졸려.. 졸려.. 근데 사과 맛있다.. 졸려'


마음충전하기


아이들이 식사를 끝내는 7시 즈음이 돼야 하늘이 밝아지고 마음도 조금 펴지는 것 같아요. 거실에 해가 비치는 걸 못 보고 서둘러 온 가족이 나갈 준비를 하느라 늘 정신이 없어요. 아이들을 데려다주고 숨 헐떡이게 뛰어서 지하철을 가지 않으면 9시 정각 5분 전 출근이 아슬아슬해요.


5호선 신길역에서 1호선을 갈아타려 올라가면 지상으로 나오게 되는데 유난히 해가 눈부시게 비치는 아침이 있어요. 늘 같은 8시 40분인데.


아침 햇살을 보다 보면 많이 충전해서 두고두고 필요할 때마다 쓸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가만히 받고 있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에요.


저는 유난히도 겨울 햇살이 좋습니다. 여름처럼 강하지도 봄처럼 따뜻하지는 않지만 모닥불처럼 더 온기가 있고 소중한 느낌이에요.


충전이 된다면 해가 좋은 주말에 가만히 창가에 앉아 햇살을 쐬면서 에너지를 채울 거예요. 그러다가 늘어지게 낮잠을 푸욱 자면 아마 일주일은 너끈하고 버틸 에너지가 찰 텐데..


매일 아침 어두운 방 안에서 따뜻하게 아이들을 품어서 기분 좋게 깨워줄 텐데 말이에요.


출근길 내내 지하철 창밖으로 햇볕이 내리는 걸 바라보면 괜히 기분이 좋아져요. 해를 받은 가로수들도 구름 없는 맑은 하늘도, 더 뽀얀 건물도.


충전이 돼서 일주일 내내 쓸 순 없어도 순간의 기분은 최고가 돼요. 퇴근할 때까지 그리고 아이들과 이야기 나누다 잠들 때까지 만이라도, 내가 사랑하는 아이들을 위한 마음을 충전하고 싶습니다.


"건조하게 바삭거리는

따뜻한 겨울의 아침햇살의 온기가 참 좋다. "



조용한 작가생활

따뜻한 봄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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