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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과 봄과 여름사이

입김이 날 정도로 추운데 마음은 따뜻하고 오늘은 덥다.

by 따뜻한 봄숲

꽁꽁 겨울바람 부는 봄


4월 첫 주. 토요일 아침 냉장고 앞에서 잠시 고민에 빠집니다. 평일 출퇴근길을 왔다 갔다 하면서 주말에 몰아서 할 일을 생각날 때마다 적어두는데, 할까 말까 고민했어요.


지난주부터 이번 주말에는 유난히 길었던 겨울 내내 입었던 니트들과 패딩을 정리하려고 냉장고에 할 일 목록을 적어두었었거든요. 그즈음에는 늦어진 봄이 당연히 와 있을 거라 생각했거든요. 미래의 봄에 여전히 도톰한 니트에 패딩을 입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어요.


심지어 4월 초 봄나들이 때 너무 추워서 온몸을 뒤덮는 곰털복숭 옷을 가족당 1벌씩 사 입느라 세탁기가 주말 내내 쉼 없이 돌아갔답니다.



봄이 왔나 봄


4월 두 번째 주가 되니 아이들과 손잡고 걸어가는 아침등원길에 제법 꽃봉오리가 많이 맺혔어요. 첫 째 아이가 갑자기 질문을 했어요.


"나무들은 눈이 없는데 어떻게 알고 같이 꽃을 피워?"

"따뜻한 봄바람이 불면 알게 되는 거 아닐까?"


먼가 봄이 되면 기분이 몽글몽글해져요. 괜히 기분이 좋달까요? 해가 따스해지고 길 곳곳에 빛이 가득하고 봄꽃이 사악 피는 계절의 기운 때문인가 봐요.


정말 나무들은 이렇게 추운데 어떻게 봄을 알고 꽃을 피울까요? 궁금해집니다.


팔랑팔랑 봄꽃잎들이 바람에 따라 움직일때마다 마음도 살랑살랑 순이 나듯 피어납니다. 이런 기분이라면 못할 일도 없지요. 신기한 기분입니다.



봄비에 떨어지는 봄


"엄청 추워!?"

"다시 내복 입고 가자"


봄이 온 줄 알았는데 다시 겨울처럼 추워져서 빨래해서 옷장에 넣으려고 개어놓은 겨울 내복을 다시 입혔어요. 매주마다 어쩜이리 날씨가 바뀌는지요.

토요일마다 첫 째아이 수영을 따라가는데 끝나고 나면 옆 건물 도서관을 가요. 분명 나올 땐 비가 안 왔는데 후두두둑 비가 꽤 세게 내려요.


우산도 없으니 빨리 집에 가려는데, 아이들이 갑자기 신이 났어요.


"눈 같아" "겨울왕국 같아"

5살 둘째 딸이 방긋방긋 신이 났어요. 풀풀 온 하늘에 날리며 떨어지는 벚꽃잎들을 보면서 마법 걸린 공주님처럼 핑그르르 돌면서 깔깔거리며 행복해해요.


바람이 세질수록 아이들이 더 신나 해요. 바닥에 떨어진 벚꽃 잎을 두 주먹 가득히 쥐고 하늘로 날리면서요.


엄마는 마지막 봄구경이 끝나가는 아쉬움도 있지만 아이들은 제일 신나는 꽃놀이였어요. 맘껏 놀아라.




지나간 봄


지난주부터 갑자기 더운 기분이 확 들어 반팔을 꺼내 오늘 처음 입었어요. 온전한 봄을 느낀 적이 있나? 싶다가도 순간순간 찍어둔 사진을 보니


'봄이었구나 '

'그때 봄이 왔었구나 '


찰나의 봄이었나 봐요. 봄은 늘 그렇게 갑자기 왔다가 지나고 보면 봄이었구나를 느낄 무렵 여름이 오는 것 같아요. 짧고 달고 빛나는 찬란한 봄.


잘 즐겼습니다.

다시 또 만나요.



조용한 작가생활

따뜻한 봄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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