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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소리

by 따뜻한 봄숲

산이 골따라 쪼개진다.

아득히 먼 우지끈한 소리를 따라 걷는다.

신이 없어 맨바닥으로 밟다 보니 걸어온 자국이 눌려 내 모양새 길로 지어진다.

속 안으로 들어갈수록 빼곡한 가지들로 발이 얽히고,

물이 부서지는 소리로 귀가 갈리고, 눈을 떠 들어도 하늘 위로 빛이 갇힌다.


눈 사이의 틈 사이로 빛을 밀어 넣는다.

나를 따라 엉겨 붙은 먼지, 물기 같은 쓸모없는 것들까지 길 따라 떨어져 무겁게 틈을 벌린다.

투둑. 산이 쪼개지면 제 옆의 산으로 남아

그렇게 산이 벌어진다. 산이 숲으로 번진다.

그제야 숲이 숨을 쉰다. 쏟아내고 뻗쳐대며 땅 구르기를 한다.


고요한 새벽, 들리지 않게 새들이 영역을 넘어간다.

밤새 새끼를 치고 땅을 뒤져 먹이며 군림을 준비한다.

하늘을 뒤덮을 소리가 둥지 안에 넘친다.

새벽이 되면 떼로 날아오를 숨 고르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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