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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무비인가? 다른 스트리밍 플랫폼을 말하다(3)

플랫폼 자본주의 시대, 하나의 대안이 된 OTT의 이야기 (3/6)

by 원승환

조직 구조와 글로벌 진출 현황


MUBI는 런던에 본사를 둔 영국 법인으로 시작하여 현재 전 세계 여러 거점에 글로벌 팀과 지사를 운영하고 있다. 창립자 에페 차카렐이 CEO로 재직 중이며, 런던 본사 외에 뉴욕, LA, 멕시코시티, 파리, 뭄바이, 이스탄불 등 15개 국가에 지역 오피스를 두고 콘텐츠 소싱 및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직원 수는 2025년 기준 약 400여 명에 이르며, 인력은 큐레이션팀, 기술개발팀, 배급 및 세일즈팀, 마케팅·디자인팀, 에디토리얼팀(Notebook), 경영지원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조직이지만, 각 팀이 전 세계에 분산되어 현지 영화산업 네트워크와 연계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인도 지사는 볼리우드 및 지역 영화와 협업하고, 터키 지사는 현지 영화인들과 교류하며 지역별 큐레이션에 반영한다. 이러한 분권형 조직 구조는 글로벌 플랫폼이면서도 각 문화권의 특수성을 살리는 MUBI 서비스 철학과 맞닿아 있다.


서비스 국가는 190개국 이상으로, 인터넷이 가능한 거의 모든 지역에서 이용할 수 있다. 북미와 유럽, 일본 등 전통적인 예술영화 소비층뿐 아니라, 아시아, 중동, 남미 등 신흥 OTT 시장에도 진출해 있다. 중국 본토와 일부 제재 국가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전 세계 커버리지라고 할 수 있다. 국가별로 제공 작품의 구성이나 자막 언어는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전반적인 큐레이션 라인업은 전 세계 공통을 유지한다. 한국에서도 이용 가능하지만 한글 자막이 제공되는 작품은 극히 제한적이다.


다만 인도와 터키 등 특정 시장에는 현지 작품 전용 섹션이나 별도 큐레이션을 추가로 운영하여, 글로벌 카탈로그에 지역 색을 보완하는 전략을 취했다. 특히 인도 시장은 MUBI가 큰 기대를 거는 지역으로, 2019년 말 진출 당시 Times Bridge와 협업하여 ‘MUBI India’ 채널을 개설하고 인도 클래식 영화와 최신 독립영화를 집중 선별해 선보였다. 이는 인도가 MUBI에게 전 세계 최초로 현지 콘텐츠 전용 채널을 개설한 사례로 기록되었으며, 이후 다른 국가에도 출시될 혁신의 시험장이 되었다. 이러한 현지화 전략 덕분에 MUBI는 인도에서 3년 만에 의미 있는 성장을 거두었고,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도 현지 어젠다에 맞춘 기획전 등을 통해 이용자층을 확장할 예정이다.


MUBI의 회원 수는 공식적으로 “전 세계 영화 사랑의 가장 큰 커뮤니티”로서 2023년 기준 1,500만 명 이상으로 발표되었다. 2025년에는 가입자 계정 수가 약 2천만 명에 달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 수치는 무료 체험이나 휴면 계정 등을 모두 포괄한 전체 회원 수로 추정되며, 실제 유료 구독자 수는 이보다는 적은 것으로 관측된다. 정확한 유료 가입자 규모는 비공개지만, Flixpatrol은 MUBI의 전 세계 구독자가 1,200만 명 수준일 것으로 추산한다.


이는 경쟁사인 Criterion Channel(미국 전용, 수십만 명 추정)이나 과거 FilmStruck(서비스 종료 시 수십만 명 수준)을 훨씬 상회하는 수치이며, 글로벌 대형 스트리머들과 비교하면 규모는 작지만 명확한 코어 타깃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무엇보다 MUBI의 가입자들은 충성도 높은 시네필 층으로 구성되어 재가입률과 체류시간이 높고, 구전 효과를 통해 꾸준히 커뮤니티가 성장하는 양상을 보인다. 이용자 민족·언어 구성도 매우 다양하다. 기본 인터페이스는 영어로 되어 있으며, 네덜란드어,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말레이어, 포르투갈어, 스페인어, 터키어가 지원된다. 작품별로는 평균 5~10개 언어 자막을 제공한다.


유럽 예술영화나 제3세계 영화처럼 비영어권 콘텐츠 비중이 높아 자연스럽게 다언어 이용자들이 참여하고, Notebook 기사 역시 영미권뿐 아니라 각국 필자들이 영어로 기고하여 글로벌 담론을 형성한다. 이를 통해 MUBI는 거대 상업 플랫폼이 주도하는 영어권 위주의 OTT 시장에서 문화다양성의 장을 만들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MUBI 회원들은 플랫폼 내에서 영화에 평점을 주거나 리뷰를 남길 수 있고, 팔로우하여 타인의 감상 목록을 열람하는 등 일종의 소셜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이러한 커뮤니티적 기능 덕분에 회원들은 자신과 비슷한 취향의 전 세계 영화팬들과 소통하며 자발적 홍보대사 역할을 하기도 한다.

요약하면, MUBI의 조직과 사업 전개는 소규모 정예 글로벌 팀을 기반으로 하여, 전 세계 영화 애호가 집단을 하나로 묶는 보편성과 각 지역 영화문화를 포용하는 현지화를 동시에 지향하는 구조라 할 수 있다. 이 같은 전략으로 MUBI는 현재 전 세계 어디서나 동일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면서도 각 지역의 영화생태계와 유기적으로 연결된 독자적인 위치를 확보하였다.



수익 및 재무 구조


MUBI는 구독형 비즈니스 모델(SVOD)을 채택하고 있으며, 월 구독료는 현재 미국 기준으로 14.99 달러이며,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다. 한국의 구독료는 원화로 12,000원이다. 기본적으로 광고 없이 오직 구독료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이며, 추가로 극장 배급 수익, 배급작의 패키지 판매, 잡지 판매 등의 부가 수입이 있다. MUBI의 연매출은 비공개이나, 가입자 규모로 미루어 볼 때 2024년 기준 연간 수백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비용 측면에서는 판권료 지출과 자체 제작 투자, 인건비가 주요 항목이며, 방대한 콘텐츠를 갖춘 대형 OTT에 비해 라이선스 규모가 작아 고정비 부담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으로 알려져 있다.

MUBI는 2020년대에 들어 흑자 전환 가능성을 입증하며 재무적으로도 건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창립 이후 한동안은 투자 단계로 손실을 감수했으나, CEO 차카렐은 “2019년 마지막 분기에 처음으로 현금흐름 양수(cash-flow positive)를 달성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서 2020년 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에 집콕(trapped-at-home) 열풍이 불자 한 분기 만에 사업 규모가 60% 이상 급성장하여 수익성이 급격히 개선되었다고 한다. 차카렐은 “한 분기만에 사업이 수백만 달러 흑자를 내기 시작했고, 이를 다시 콘텐츠와 성장에 재투자했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성장세에 힘입어 MUBI는 최근까지 두 자릿수의 영업 이익률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매출 대비 10% 이상을 이익으로 남길 정도로 효율적인 운영을 하고 있는데, 이는 적자 확장을 감수하며 이용자 확보에 몰두해 온 다수 OTT들과 대비되는 지점이다. 회사의 기업가치 평가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2021년 8월 시리즈 F 투자 유치 당시 기업가치가 약 7억 달러 수준으로 보고되었으며, 2022~2023년 영화 배급 성과 등을 반영해 2025년 초에는 기업가치 10억 달러(약 1조 3천억 원) 이상으로 평가받았다.

실제로 2025년 벤처투자계의 거물 세쿼이아 캐피털(Sequoia Capital)은 MUBI에 1억 파운드를 투자하며 회사 가치를 10억 달러로 평가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틈새시장의 소규모 서비스로 여겨졌던 MUBI가 이처럼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배경에는, 대형 OTT들의 성장 한계 속에서 차별화된 전략으로 수익 모델을 입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MUBI의 투자 유치 역사를 보면, 창업 초기에는 실리콘밸리 및 유럽의 개인 투자자, 엔젤 펀드들의 투자를 받았다. 2010년대 중반까지 시리즈 A~D 라운드를 통해 수천만 달러 규모를 누적 조달했으며, 현재까지 약 1억 2천만 달러 이상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주요 투자자로는 Closermedia, Sequoia Capital, Summit Partners, VAS Ventures, Times Bridge, MMC Ventures, White Star Capital 등이 있다.

MUBI 경영진은 향후 기업공개(IPO)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차카렐 CEO는 “필요시 자본시장의 자금을 활용하기 위해 상장도 고려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수년 내 런던 또는 뉴욕 증시에 상장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는 OTT 업계 최초의 예술영화 전문 플랫폼 상장 사례가 될 수 있어 주목된다. 한편으로 상장 시 단기 수익 압박에 플랫폼의 문화적 미션이 퇴색될 우려도 있는 만큼, 향후 MUBI 경영진의 균형 잡힌 의사결정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요약하자면, MUBI는 비교적 작은 규모의 가입자 기반으로도 수익을 실현할 수 있음을 보여주며, 투자자들로부터 미래 성장성과 문화적 영향력을 인정받아 상당한 기업가치에 이르렀다. 이는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 기존 플랫폼 자본주의 모델과 다른 길을 걸으면서도 재무적 성공을 거둘 수 있음을 시사하여, 업계에 중요한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계속)


*글의 내용에 일부 오류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원승환

서울 홍대입구에 위치한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한국영화시장과 독립․예술영화, 글로벌 영화시장에 대해 질문하고 글을 씁니다. 일반적인 관점과 다른 관점의 글을 쓰고자 합니다. 과거 글들은 블로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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