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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무비인가? 다른 스트리밍 플랫폼을 말하다(5)

플랫폼 자본주의 시대, 하나의 대안이 된 OTT의 이야기 (5/6)

by 원승환

기술 인프라 및 스트리밍 품질 유지 전략


전 세계 190여 개국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MUBI는 안정적 글로벌 스트리밍 인프라를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다. MUBI는 주요 거점 지역에 클라우드 서버 및 CDN(콘텐츠 전송망)을 확보하여, 이용자들이 어디서든 지연이나 버퍼링 없이 영상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한다. 구체적으로 AWS(Amazon Web Services)나 Akamai와 같은 글로벌 인프라 파트너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역별로 최적화된 스트리밍 노드를 구축해 영상 전송 거리를 최소화한다. 예를 들어 한국 이용자가 영화를 재생하면 아시아 지역 CDN에서 데이터를 받아보는 식으로 지능적으로 라우팅된다. 또한 동시접속 사용자가 폭주할 경우를 대비해 오토 스케일링(auto-scaling) 기능을 두어 서버 용량을 가변적으로 조절한다. OTT 서비스 특성상 주말 저녁 등 피크 타임에 트래픽이 몰리는데, MUBI는 상대적으로 가입자가 많지 않음에도 여유 있는 서버 용량을 유지하여, 현재까지 서비스 장애 사례가 거의 보고되지 않았다.


영상 화질과 음질 측면에서 MUBI는 고화질 무압축에 가까운 스트리밍을 지향한다. 기본 스트리밍 해상도는 1080p Full HD이며, 일부 작품의 경우 4K UHD 화질까지 제공하기 시작했다. 특히 MUBI가 직접 복원하거나 배급하는 작품(예: <더 폴(The Fall)> 4K 복원판 등)은 가능한 한 최고 화질로 서비스하여, 마니아층의 호응을 얻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4K 지원 작품 수가 제한적이며, HDR(High Dynamic Range) 등 최신 화질 기술은 도입하지 않은 상태다. 일각에서 “아쉽다”는 평을 하지만, MUBI 측은 “HD만으로도 충분히 영화적 경험을 전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한 오디오는 대부분 스테레오 2채널이나 5.1채널을 제공하며, 무손실 음원은 아니지만 적어도 넷플릭스 등과 비견되는 수준의 비트레이트를 유지한다.


종합하면, MUBI는 화려한 기술 스펙보다는 안정성과 기본에 충실한 품질을 택하고 있다. 이는 대역폭 비용을 절감하고, 전 세계 저속 인터넷 환경에서도 무리 없이 시청 가능하도록 배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MUBI의 플랫폼 접근성은 OTT 중에서도 뛰어난 편이다. PC 웹브라우저, 안드로이드/iOS 모바일 앱은 물론, Android TV, Apple TV, Roku, 아마존 Fire TV, LG·삼성 스마트TV 등 대부분의 스마트 기기에서 MUBI 앱을 사용할 수 있다. 심지어 2024년 발표된 애플의 AR기기인 Vision Pro용 MUBI 앱도 발 빠르게 공개하여, 다양한 혁신기기에서 영화 감상이 가능하도록 준비하고 있다.


한편, MUBI는 오프라인 다운로드 기능을 지원하여 이동 중이나 네트워크가 불안정한 환경에서도 영화를 끊김 없이 볼 수 있게 했다. 또 화면 캡처가 제한된 다른 OTT들과 달리, MUBI는 모바일 앱에서 캡처 및 공유 기능을 제공하여 인상적인 영화 장면이나 대사를 SNS에 공유할 수 있게 하는 등 개방적 이용 경험을 지원한다. 이러한 기술적 노력들은 MUBI 이용자들의 편의성을 높이고, 플랫폼에 대한 애착으로 이어지는 요소들이다. 스트리밍 품질 유지 전략으로 MUBI는 무엇보다 작품당 동시 시청자가 제한적이라는 점을 잘 활용하고 있다.


넷플릭스처럼 하나의 인기 콘텐츠에 수억 명이 몰리지 않고, MUBI에서는 30편의 상영작이 비교적 고르게 시청된다. 덕분에 특정 콘텐츠로 인한 과부하 위험이 적고, 각 영화별로 충분한 대역폭을 할당할 수 있다. 또한 라이브 스트리밍이 아닌 온디맨드 VOD만 제공하기 때문에, 실시간 장애 가능성도 낮다.


MUBI는 이처럼 구조적으로 안정적인 환경에 더해,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여 전 세계 스트리밍 상황을 체크한다. 자체 운영하는 품질관리팀(QA)이 있어 화질 저하나 싱크 오류 등의 리포트를 받고 즉각 대응하며, 이용자 불만이 제기되면 24시간 내 패치를 배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실제로 reddit 등 커뮤니티에 제기된 문제(일부 4K 작품 재생 시 끊김 현상 등)에 대해서 MUBI 엔지니어들이 직접 소통하며 해결한 사례도 있다.


끝으로, MUBI는 기술 인프라의 친환경성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스트리밍의 탄소 발자국이 전 세계 배출량의 1%까지 차지한다는 연구를 Notebook 매거진에서 소개하며, 지속 가능한 스트리밍에 대한 담론에 참여했다. 아직 탄소중립 선언이나 구체적 계획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동시 스트리밍 수를 제한하는 큐레이션 모델 자체가 에너지 낭비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견해도 있다. 또한 데이터센터 업체를 선정할 때 재생에너지 사용률 등을 고려하거나, 작은 파일 사용 촉구 운동(Small File Rebellion)에 동참하는 등 윤리적 기술 활용을 모색 중이다. 이러한 노력은 비록 대외적으로 크게 홍보되지는 않지만, MUBI가 플랫폼 운영에서 환경적 책임을 고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요약하면 MUBI의 기술 인프라는 다양한 기기와 전 세계 망 환경에서 안정적인 스트리밍을 가능케 하는 보편성, 과하지 않은 적정 화질로 효율을 추구하는 현실성, 그리고 이용자 친화적 기능 제공으로 만족도를 높이는 섬세함이 조화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대규모 투자 경쟁에서 한발 비켜서 있되, 필요한 기술은 적시에 도입하며 플랫폼 본연의 가치를 뒷받침하고 있다.



주요 경쟁 서비스와의 비교 및 차별화


영화 스트리밍 시장에서 MUBI와 경쟁 혹은 대조되는 서비스로는 몇 가지 유형이 있다.

첫째, 거대 글로벌 OTT들인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디즈니+, HBO Max 등이 있다. 이들은 방대한 예산과 가입자 기반을 바탕으로 주로 대중적 콘텐츠와 시리즈물을 공급하며, 이용자 취향에 맞춘 정교한 알고리즘 추천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이에 비해 MUBI는 카탈로그 규모나 기술력에서는 열세이지만,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인간 큐레이션과 예술적 전문성으로 차별화를 꾀한다. 넷플릭스 등이 한 해 수천 시간 분량의 오리지널을 쏟아낼 때 MUBI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의 엄선된 신작만 내놓으며, “적은 것이 많은 것(Less is more)” 전략을 취한다. 또한 대형 OTT들은 시청 시간을 극대화하기 위해 자동재생, 연속 시리즈 시청 등을 유도하지만, MUBI는 오히려 하루 한 편 페이스의 느린 소비를 지향하며 깊이 있는 감상을 장려한다. 이러한 서비스 철학의 차이는 MUBI를 거대 플랫폼들과 구분 짓는 핵심 포인트다.


둘째, 전문 영화 스트리밍 서비스들과의 비교가 있다. 미국에는 Criterion Channel이 클래식 영화에 특화되어 있고, 과거 FilmStruck이 있었으며, Fandor, Shudder(호러 전문), Docsville(다큐 전문) 등 장르 특화 OTT들이 존재한다. 유럽에도 스페인의 Filmin, 프랑스의 La Cinetek 등 예술영화 VOD가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서비스들은 MUBI와 유사하게 대형 OTT로부터 독립된 틈새 시장을 공략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MUBI는 이들 중에서도 가장 국제적이고 통합적인 플랫폼으로 꼽힌다. 예컨대 Criterion Channel이 주로 미국 내 이용자와 자국 클래식에 집중한다면, MUBI는 동시다발적으로 전 세계 영화를 아우르는 큐레이션을 제시한다. 또한 FilmStruck이 “마니아 한정” 이미지로 가입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다 종료된 반면, MUBI는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해 살아남았다. LA타임즈는 “수많은 독립/예술영화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있었지만, FilmStruck이 ‘지나치게 마니악함’을 이유로 문을 닫은 후로 MUBI는 유일하게 성공적인 오프비트(offbeat) 스트리밍 서비스”라고 평했다.


MUBI의 성공 요인으로는 글로벌 규모의 회원 커뮤니티, 스트리밍과 극장의 연계(Go), 비평과 결합된 브랜드 아이덴티티 등 단순 VOD 제공을 넘어선 부가가치를 창출한 점이 꼽힌다. 이는 경쟁 전문 서비스들이 따라오기 어려운 MUBI만의 강점이다.


셋째, 공공 도서관/학술 기관 기반 VOD와의 비교가 있다. 예를 들어 Kanopy나 Hoopla 같은 북미 도서관 연계 영화 스트리밍은 대학/도서관 카드 소지자에게 무료로 클래식과 인디영화를 제공한다. 이러한 모델은 공공성이 높고, MUBI와 콘텐츠 스펙트럼이 겹치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공공 VOD는 이용 편의성이나 콘텐츠 최신성이 떨어지고(신작 부족), 커뮤니티 형성이 제한적이라는 약점이 있다.


반면 MUBI는 상업적 서비스이면서 공공적 성격을 가미한 절충형이라 볼 수 있다. 즉 민간 자본으로 운영되나 예술영화 저변 확대라는 공익적 목표를 지향하고, 유료 구독 모델이지만 학생 할인 및 일부 공짜 콘텐츠(Notebook 기사 등) 제공으로 진입장벽을 낮추는 노력을 기울인다. 이러한 측면에서 MUBI는 공공/민간의 장점을 절묘하게 결합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넷째, 현지 OTT들과의 경쟁이다. 우리나라를 예로 들면 웨이브(Wavve)나 티빙(TVING)이 국내 콘텐츠 중심으로 OTT 시장을 선점하고 있지만, 이들이 MUBI와 직접적으로 경쟁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MUBI는 한국 작품의 해외 진출 창구 역할을 한다. 즉 MUBI는 로컬 OTT와는 경쟁자라기보다 파트너 또는 상호 보완적 관계에 가깝다.


물론 넷플릭스 등 글로벌 공룡이 로컬 시장을 장악하는 상황에서, MUBI 같은 니치 플랫폼이 얼마나 한국 이용자의 시간을 할애받을 수 있을지는 도전과제다. 그러나 한국의 영화애호가 커뮤니티 내에서는 이미 MUBI의 인지도가 상당한 듯하다. 한글자막 서비스가 늘어난다면 가입자가 더 많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MUBI의 차별화 전략은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일관되게 걷는 것이다. 콘텐츠 측면에서는 가장 예술적이고 국제적인 작품들을 내세우고, 기능 측면에서는 극장 티켓 제공, 자체 비평 매체 등 독특한 부가 서비스를 더했으며, 문화 측면에서는 회원 커뮤니티와 담론장을 활성화했다. 이로써 경쟁자들이 쉽게 모방하기 힘든 브랜드 충성도를 확보했다. 흔히 넷플릭스 이용자는 넷플릭스라는 플랫폼보다 거기서 보는 콘텐츠 자체에 집중하지만, MUBI 이용자는 MUBI라는 장(場) 자체에 애정을 갖는다. 이러한 “플랫폼에 대한 팬덤”을 형성한 것이야말로 MUBI가 경쟁에서 앞서 있는 가장 큰 강점이라 하겠다. (계속)



원승환

서울 홍대입구에 위치한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한국영화시장과 독립․예술영화, 글로벌 영화시장에 대해 질문하고 글을 씁니다. 일반적인 관점과 다른 관점의 글을 쓰고자 합니다. 과거 글들은 블로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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