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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사람들은 왜 그렇게 할로윈에 진심일까?

비 내리는 할로윈데이(HolloweenDay)

by 코리디언


10월 31일

어제부터 내린 늦가을 비가 오늘도 하루 종일 내린다는 일기예보가 있다.

베란다 문을 살짝 여니 습기 먹은 찬 바람이 ‘훅’

문틈사이로 추적추적 비 내리는 소리가들리는 것이 좋다.

남편이 일찌감치 만들어놓은 커피 때문인지 커피 향을 머금은 거실은 나만의 카페가 된다.

금요일은 어찌 되었던 글을 쓰는 날로 정해놓았다.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켜니 구글에는 핼러윈 에디션 픽맨게임이 맨 위에 걸려있다.


구글 대문사진




‘오늘이 할로윈이군!’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할로윈을 학교 행사로까지 해서 분주했는데, 이제는 더 이상 나에게는 셀러브레이션 하지 않는 잊힌 날이 되었다.


북미에서 할로윈 문화는 축제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10월이 되면 캐나다 거리 곳곳이 호박, 유령, 마녀, 해골로 물들기 시작한다. 아이들은 초콜릿을 꿈꾸며 코스튬을 고르고, 어른들도 집을 꾸미고 파티를 준비한다. 한국에서 자란 사람으로서 이런 열정은 때때로 놀랍게 느껴진다. 단순한 ‘서양 명절’이라기엔 너무나도 깊고 넓은 문화적 뿌리를 가진 할로윈—왜 북미 사람들은 이토록 할로윈에 열광할까?


다들 알다시피 할로윈의 기원은 고대 켈트족의 사윈 축제(Samhain)이다.

수확이 끝나고 겨울이 시작되는 시점에, 죽은 자의 영혼이 이승을 방문한다고 믿었던 날이다.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 이민자들이 이 전통을 북미에 가져오면서, 다양한 문화와 섞여 지금의 할로윈으로 발전했다고 한다.

할로윈은 오리지널 기원과는 다르게 북미에서는 놀이, 창의성, 공동체가 만나는 자리로 단순한 ‘공포의 날’이 아니다.

아이들이 이웃집을 돌며 사탕을 받는 전통적인 놀이 트릭 오어 트리트(Trick-or-treating)로 이웃 간의 교류가 활발해지는 순간이다.

누구나 하루쯤은 다른 사람이 되어볼 수 있는 기회인 코스튬 파티는 창의력과 유머가 빛나는 날이다.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내며 호박 조각( Jack-o'-lantern)과 장식집을 꾸미며, 가족 행사로 즐기기도 하고 , 유령의 집, 테마 이벤트스릴과 재미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젊은이들은 몰려가기도 한다.

이 모든 활동은 ‘함께 즐기는 문화’를 중시하는 북미 사회의 가치와 맞닿아 있다.


또 다른 측면에서 할로윈은 상업과 미디어의 하나의 산업이다

할로윈 시즌이 되면 상점은 코스튬, 사탕, 장식품으로 가득 찬다. 영화와 TV는 할로윈 특집을 쏟아내고, 광고는 소비를 부추긴다. 이처럼 미디어와 상업이 만들어내는 분위기는 할로윈을 단순한 명절이 아닌 ‘문화적 이벤트’로 끌어올린다.

왜 그렇게 열광할까? 북미인의 마음속을 들여다보면

할로윈에 대한 북미인의 열정은 단순한 재미를 넘어선 문화적 코드이기 때문이다.

이웃과 함께하는 경험은 북미 사회에서 중요한 가치인 공동체 정신의 표현이며,

누구나 하루쯤은 자신이 아닌 자신을 창의적으로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며,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유쾌한 비일상을 경험할 수 있는 일상을 탈출하는 날이다. 또한 어린 시절의 즐거운 기억이 성인이 되어도 이어지는 가족의 전통을 추억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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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할로윈과 같이 전통적인 ‘귀신 명절’은 없지만, 한국 전통문화에서 귀신은 주로 조상신이나 원혼의 형태로 등장하며, 특정한 ‘귀신 명절’보다는 제사와 설화, 속신(俗信)을 통해 삶 속에 녹아 있는 편이었다.

예를 들어 정월대보름은 부럼을 깨물고 귀밝이술을 마시는 풍습으로 귀신이나 액운을 쫓기 위한 의례로 여겨졌고, 한식, 추석, 설날은 조상신과의 교류가 중심으로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는 날로, 귀신이라기보다는 ‘신령’에 가까운 개념이다.

백중(음력 7월 15일) 불교문화에서는 망자의 넋을 위로하는 우란분절(백중)이 있었고, 이는 일본의 오본(お盆)과도 유사하다는 사실을 조사하던 중에 알게 되었다.

요즘은 귀신과 관련된 문화는 설화와 제례, 그리고 현대 축제 속에 깊이 녹아 있기도 하다. 대표적으로는 전통 설화 속 귀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한국민속촌의 ‘귀신사바 귀신놀이’ 같은 현대형 귀신 축제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들었다.

이러한 축제는 단순한 공포가 아니라, 전통과 놀이, 창의적 상상력이 결합된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료출처:문화뉴스


옛날 한국의 귀신은 장화홍련전이나, 전설에 고향에 나타는 흰 소복을 입고, 머리를 길게 풀어헤치고, 입술에 피를 흘리는 무서운 귀신이었지만, 현대에는 한국 귀신을 문화적 맥락에서 단순히 무서운 존재가 아니라, *억울함, 미련, 혹은 경외의 대상*으로 그려진다. 이는 북미의 할로윈처럼 유쾌하고 상업적인 귀신 문화와는 결이 다르지만, 현대 축제를 통해 점차 ‘놀이’로 재해석되고 있는 중이다.



우리동네 할로윈 장식들



‘진심’에는 이유가 있다

북미 사람들의 할로윈 사랑은 단순한 ‘과몰입’이라기보다는, 이민자들이 세운 나라라는 측면에서 다양한 민족들이 자신의 역사적 배경과 문화적 가치를 함께 들여와서 재 해석한 것이며, 그들이 하나의 새로운 공동체라는 정체성을 보여주고, 거기에 현대 미디어가 만들어낸 축제의 장을 만들어낸 것이며,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하나의 ‘문화적 진심’이 된 것이라 볼 수 있다.

할로윈은 북미 사회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들을 축제라는 형식으로 풀어낸 날이다.

그리고 그 진심은, 어쩌면 우리가 ‘축제’를 통해 무엇을 나누고 싶은지를 되묻는 기회가 될지도 모르겠다.


비 내리는 할로윈이라…

아이들이나 부모나 오늘은 사탕 얻으러 (Trick-or-treating ) 다니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부모노릇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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