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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지 Apr 10. 2023

엄마 아빠를 고민 없이 사랑할 수 있면 얼마나 좋을까

밉지만 사랑하니 괜찮은 건가

Harry Styles 의 정규 2집 Harry's house에 실린 두 노래죠,

<little freak>과 <matilda>


<ittle freak> 의 첫 가사는 little freak, Jezebel 입니다.

조금 별난 이자벨을 부르며 시작하는 노래.

<Matilda> 속의 마틸다는 'it's no big deal (별 일 아니야)' 라는 노래를 들으며 자전거를 타고요.


그리고 이 글은 마틸다와 이자벨을 오가는 사람을 위해 썼습니다.

조금 별나도 아무렇지 않길 바라는 사람.


저를 위해 썼단 뜻이에요.




엄마 아빠를 고민 없이 사랑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자식을 향한 부모의 사랑은 끝도 없이 무한하고 바닥도 없이 깊다는데

왜 부모를 향한 자식의 사랑엔 조건이 달리고, 주석이 달리고, 해서 점점 거추장스러워질까요.


세상엔 참 많은 종류의 부모들이 있죠, 돈은 많은데 못된 부모, 돈은 없어도 사랑 많은 부모, 돈도 많고 사랑도 많은 부모, 돈도 없고 사랑도 없는 부모... 아니면 아예 없을 수도 있고요, 없는 셈 쳤을 수도 있고요.


저 네가지 케이스 중 어느 하나에도 명확히 속하지 않는

나의 엄마 아빠를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져요. 완전히 좋지도 완전히 밉지도 않지만 그래도 좋기보단 미움에 가까운.


엄마를 사랑해? 아빠를 존경해? 물으면 나는 아마

그건 모르겠고 가끔 가여워, 것보다 더 자주 미워, 그것보다 더 많이 답답해.

라고 대답하겠습니다.




아주 평균치의 가정이라고 생각해요. 행복하지 않은 건 아니니까. 어쨌거나 나를 사랑해주고 응원해주고 결국은 내 편일 사람들.

그치만 또 마냥 좋다가엔 그냥 집 나가버리고 싶고 순간들이 있고, 역시 얼굴을 덜 볼수록 화목하구나 깨달을 때도 있고,

어떤 경우엔 도무지 이해가 안되고. 용서도 안되고.

분명 나를 사랑해주는데도 이상하게 내 모든 결핍이 그들로부터 생겨났습니다.

이것 참 이상한 일이에요.


어디다가 우리 집은 불행해, 라고 말하기에도 뻘쭘한, 그렇지만 우리 가족 좋아, 라고 말하자니 그건 또 너무 싫은.

보통의 가정.


당황스러운 건 내 감정과는 별개로 그들이 나쁜 사람은 아니라는 겁니다.

그리고 나쁜 사람이 아닌 부모를 미워하기란 아주 어려운 일이에요.

내 눈에만 보이는 그들의 결점. 그리고 단점. 그렇지만 결코 특징이 될 수 없는 그 나이대 '사람'으로서의 약점. 보편적인 약점.

이렇게 포장해가며 구태여 나열하지 않는 이유는 결국 또 가족이기 때문이겠죠.

내 얼굴에 침 뱉는 기분이랄까요.


그들처럼 되기 위했던 적은 사는 내내 한 번을 없었어도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애썼던 적은 무수한데,

그렇게까지 닮기 싫었던 사람을 나쁘다고 말하지조차 못하는 나는 대체 왜,


가족과 관련된 문제는 어쩌면 내가 원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과 계속해서 싸워야 한다는 점에서 지독합니다.




<little freak> 가사 속 이자벨 처럼 조금 별난 성격의 저는

<matilda> 가사 속 마틸다 처럼 별 일 아니라는 노래를 찾아 들으며 도망을 쳐요.

가끔은 헷갈려요. 불행은 내가 만들어내는 걸까, 만들어진 채 나에게 다가오는 걸까.

내 손으로 발등을 찍는 건가, 내 발등 위로 도끼가 떨어지는 건가.

아무것도 아닌 일을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지 못해 일어난 사단인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기엔 너무 큰 하자였던가.


내가 모르는 척 할 수만 있다면 아무것도 아닌 게 될 수 있는 일인가.


살면서 남는 건 가족밖에 없다, 는 말 참 많이들 하는데 가끔은 서럽기도 해요. 남는 게 가족밖에 없다는 게, 참.

가족으로 만나지 않았더라면 절대 친해지지도 좋아하지도 않았을 것만 같은 사람들, 그리고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게 미운 구석이 있는 나.

나를 포함해 저들과 살아가야 할 남은 시간들이 가끔은 정말 막막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밉지만 사랑하니 괜찮은건가?


아마 내일 물어도, 내년에 물어도, 10년 후에 물어도 답 못할 질문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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