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초반에 리서치부터 하면 안 되는 이유
기획에 정답은 없습니다. 자신만의 사고와 흐름이 녹아 있다면 훌륭한 기획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기획자'라는 직책이 명확히 구분되어 있었지만 이제는 누구나 기획자가 될 수 있습니다. 문제를 발견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고민하는 순간 이미 우리는 기획을 시작한 것입니다. PM, 마케터, 디자이너뿐 아니라 CS 담당자, 개발자까지 모두 기획자가 될 수 있는 시대입니다.
기획에는 정답이 없지만, 초보 기획자들이 자주 하는 실수가 있습니다. 바로 기획 초반에 경쟁사 분석이나 벤치마킹 등 리서치부터 시작하는 것입니다. 기획 초반부터 남이 어떻게 했는지부터 알게 되면 '이 서비스는 이렇게 하네?', '저 기능은 트렌드인가?'와 같은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그 순간부터 비교 대상이 생기며 내 논리와 생각의 범위가 제한적이게 됩니다. 비교는 기획 초반이 아닌 후반에 고려해야 할 문제입니다. 기획의 주인공은 나여야 합니다. 영화로 예를 들면, 시장은 무대이고, 경쟁사는 조연입니다. 조연에게 잡아먹히는 주인공은 없습니다.
기획의 본질은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일입니다. 문제를 잘 해결하기 위해서 올바르게 잘 정의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기획의 출발점은 언제나 문제입니다. 무엇이 불편한가, 왜 그런가, 그 문제를 풀면 어떤 변화가 생기는가. 저는 기획 1차 초안을 작성할 때 대체로 아래 순서를 따릅니다. 큰 흐름은 이렇습니다. 1) 이 기획을 하는 이유 → 2) 어떤 문제가 있고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 3) 기획 검증 및 다음 계획 수립
[기획서 초안 작성 순서]
*어떤 기획이냐에 따라 유연하게 조정
1. 진행배경: 지금 이 문제를 다루게 된 배경, 맥락 요약
2. 목적정의: 이번 기획이 풀어야 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정의
3. 현재상태: 지금 어떤 상태인지, 어떤 문제 상황들이 있는지
4. 문제정의: 위 문제들이 발생하는 이유 =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5. 해결방안: 진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것을 해야 할지
6. 상세기획: 문제 해결 가설 및 대략적인 계획
7. 목표설정: 이 기획을 통해 어떤 정량적 지표를 달성할 것인지
8. 경쟁사분석: 경쟁사 비교 및 차별화 전략 검증
9. 추후일정: 기획 디벨롭 및 핸드오프 일정 조율
리서치를 먼저 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기도 합니다. 내가 힘들게 고민해서 해결방안을 내놓았는데 이미 시장에 있는 경우 헛수고가 아니냐고.. 저는 그럴 때 오히려 좋다고 답합니다. 내 논리가 시장에서 통한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시장에서 통할 내 논리에 전략을 덧붙이는 작업을 하면 됩니다. 고객이 우리를 선택해야만 하는 이유를 만들면 됩니다.
경쟁사가 이미 시도했지만 실패한 기능이라면, 오히려 더 좋습니다. 내 고민에 대한 시장의 반응을 미리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과장하면 대신 실패해 줬기 때문에 감사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그들은 왜 실패했는지 분석하고 더 나은 기획으로 강화하면 됩니다. 방향이 틀렸다면 빠르게 바꾸면 됩니다. 시간과 비용을 아끼면서도 올바른 방향으로 다시 설계할 수 있습니다.
시장조사와 경쟁사 분석은 모두 중요합니다. 하지만 순서를 잘못 두면 조연이 주연을 잡아먹습니다. 기획의 중심은 언제나 '진짜 문제를 올바르게 정의하고, 해결하는 논리적 과정'에 있어야 합니다. 조사는 그 논리를 검증하는 도구로 쓸 때 의미가 있습니다. 좋은 기획은 기획서를 읽는 순간, 기획자가 어떤 고민을 했는지 느껴지고 그 고민이 결론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명확하게 보입니다. 기획자가 본인의 기획서를 볼 때도 마찬가지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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