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하게 전할 수 있는 진심이 있다면

프로세스 이코노미

by 이드 쉐이퍼
프로세스 이코노미 / 오바라 가즈히로 지음 / 김용섭 해제 / 이정미 옮김 / 인플루엔셜 출판사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고 싶을수록, 고고한 마케팅을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왔었다. 시시콜콜 소비자들이 궁금해하지 않을 것 같은 이야기들을 요란스럽게 보여주는 것보다, 멋지게 완성된 제품을 끝내주는 비주얼과 캐칭 한 카피로 보여주는 것! 멋진 브랜드가 되기 위해선 거리감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밀당을 잘해야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을까 하는 접근이었다.


프로세스 이코노미는 이와는 다른 이야기를 펼친다. 기술이나 제품, 서비스의 완성도는 이미 상향 평준화되어 있고, 판도를 뒤집을 정도의 대단한 기술력을 선보일 것이 아니라면, ‘과정을 전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보자는 것이다. 책에서도 나온 예시처럼, 아이돌의 다양한 유튜브 콘텐츠나, 영화나 드라마의 비하인드씬 콘텐츠, 공부 브이로그나 한동안 핫했던 공사장 청년 브이로그 같은 것들이 바로 떠올랐다. 그래, 사람들은 뚜렷한 목표와 열정을 가진 사람들의 ‘당장은 초라하지만 꿈을 좇아 성실히 살아가는 하루’를 지켜보는 걸 좋아하지.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과 그보다 훨씬 전, 인생극장 같은 곳에서 잠시 얼굴을 비추는 청년 사업가 등이 꾸준히 밈화 되어 돌아다니는 것도 그 반증이리라.


가장 흥미로웠던 예시는 액셀러레이터 그룹, 와이 콤비네이터였다. 스타트업을 빌딩 하는 과정은 잠깐만 생각해 봐도 아이디어나 기술력 유출에 매우 민감할 것 같은데, 되려 그 과정을 공개함으로써 예비 창업가들이 자신들을 선택하게 하는 수단으로 삼았다니. 어쩌면 가장 수고로웠을지 모르는 업무에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내부적으로도 맡은 일에 대한 사명감과 자부심을 같게 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는 또한, ‘진심 어린 과정만 잘 보여주면 장땡이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과정을 보여주면서 창출되는 경제적 가치에 눈이 멀어 진짜 목표를 잃으면 안 된다는 기준을 세워주기도 한다. 멋진 커리어를 가진 인물로 연애 프로그램에 출연한 후, 퇴사까지는 좋았으나 여러 안타까운 선택을 했던 한 인플루언서가 떠올랐다. 흔들리지 않는 목표를 설정하고 경로를 이탈하고 있지는 않는지 끊임없이 모니터링하는 관리자의 중요성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그동안 제품이나 오프라인 행사를 준비하며 티징 콘텐츠를 함께 기획하는 등의 콘텐츠적인 접근은 해보았으나, 꾸준한 과정 노출을 통해 비즈니스적 가치를 창출할 수도 있다는 것, 나아가 그 과정에 팬(향후 브랜드 커뮤니티가 될 사람들)을 참여 시켜 브랜드와의 결속력을 높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는 닿지 못했었다. 지금 내가 맡고 있는 브랜드에서 활용하기 딱 알맞은 접근이라 어서 실행하고 싶다는 들뜬 마음뿐이다.


그나저나, 멋진 이름의 힘은 역시 크다. ‘프로세스 이코노미’라니! ‘제품 개발 과정을 릴스로 찍어서 업데이트해보면 어때요?’로 말하기 전에 ‘프로세스 이코노미 적으로 접근해 봅시다.’라고 운을 떼야겠다. 막연한 직감에 당당함을 부여해 주는 단어를 알게 되는 과정에서 독서의 즐거움을 새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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