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727' [.]충동

신기하고 웃기고 파괴적인

by DHeath


왜 그랬을까. 느지막이 일어나 침대에서 한참을 뒹굴다가 배도 잠에서 깼는지 허기진 마음이 들었다. 처음으로 국물까지 다 먹은 콩국수를 먹으러 가자고 결심하고 세면대 앞에 섰다. 자를 타이밍을 놓쳐서 눈썹을 넘어버린 앞머리가 그날따라 왜 이리 괘씸한지. (원빈 된 마음으로)기안84처럼 식가위를 찾아들고 눈썹에 맞춰 앞머리를 서걱서걱 잘라냈다, 겁도 없이. 충동적인 행동이 스스로도 신기하고 웃기고 대견했고, 잘린 모양새도 제법 마음에 들어 웃어댔다. 그런데 머리를 감은 뒤에 말렸더니, 먼 바다의 수평선을 꿈꿨던 앞머리는 내 주식처럼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파괴된 작품을 보며 황당해서 다시 한참을 웃다가, 내가 저지른 선택 악으로 깡으로 버티자고 잠정적 결론을 내리고 콩국수를 먹으러 나갔다.

문을 열고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아 휴대폰에 비친 앞머리를 봤다. 그때부터 세상 사람들 모두 내 앞머리의 역사를 궁금해할 것 같은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자유분방하던 머리카락은 또 왜 그리도 희한한 선에 줄을 맞춰 서는지. 자기 최면을 거듭하며 팥빙수를 먹고, 커피를 마시다가 간조에 맞춰 바삐 먹이 활동을 시작한 새들이 가득 보였다. 뭐라고 떠들어대는 그들처럼 머릿속에 잘린 머리카락에 대해 추모하는, 비난하는, 타협하는, 웃어대는 새들이 푸드덕거렸다.

이대로면 며칠을 머리카락에 신경을 쓰다가 영영 일상으로 못 돌아올까 봐 시내로 향했다. 예약 가능한 미용실을 찾아 헤매다가 실패를 거듭하고, 마침내 7,000원짜리 바버숍을 발견했다. 오기재된 금액일 거라 여기며 도착한 그곳에는 목소리가 좋은 사장님이 계셨다. 월세를 내지 않는 입장과 함께 저렴한 가격은 부족한 실력이 아니라, 상가 입지의 불리함을 극복하기 위한 마케팅이라던 사장님의 손놀림. 분무기 물이 귀에 들어가고, 얼굴에 뿌려져도, 셀 수 없는 빗질에 귀가 조금 아파도, 커트만 하는 데 1시간이 걸려도 괜찮았다. 머리카락에 관해 떠드는 새들을 좇아낼 수 있다면! 샴푸는 셀프라고 했지만 그게 여기서 씻을 수 있단 건지, 집에 가서 씻으란 건지는 정확히 알아듣지 못하고 일단 나왔다. 그리고 본의 아니게 짧아진 머리카락과 함께 집에 돌아와 샤워를 했다. 하루의 모든 여정이 변화를 그리도 싫어하는 나의 충동 때문이었다고 생각하니 피식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아직까지 나도 나를 모르는 게 분명했다. 참 웃긴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