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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by 마이분더




오늘도 같은 마음으로 눈을 떴다. 할 수 없어서 하고 싶은 이야기에 관하여 일렁이는 마음을 안고서 두 손을 명치에 포갰다. 반복되는 이야기, 사라지는 이야기,새로운 이야기가 떠올랐다. 해소되지 않은 이야기는 반복되고 해소된 이야기는 추억으로 사라진다. 풀리지않는 의문과 이해할 수 없는 것들에 관해 자주 생각한다. 그것은 열등감, 소외감, 억울함, 또는 슬픔과 분노일지도 모른다. 내가 지금의 나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누군지 모르는 모두에게 다짜고짜 설명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눈을 뜬다.


정작 하고 싶은 이야기는 입을 통해 나오지 않는다. 담아두거나 숨기거나 속이면서 때에 맞는 사람들과 소통할 뿐이다. 부모님도, 친구도, 남편도, 자식도 진짜 나를 만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마 지구상에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싫어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척 만나고 모든 관계에 애정이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내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들이 0부터 100까지 있다면 모든 숫자를 전부 드러낸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세상의 모든 관계는 온전히 솔직하지 않은 사람들 덕분에 살아 숨 쉬는 것일지도 모른다.


때문에 나는 띄엄띄엄 떨어져 마음속에 갇혀 있는 숫자들을 모두 꺼내고 싶어서 이렇게 매일 아침 안달인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쓰기'는 그렇게 어린아이처럼보채고 있는 나를 어르고 달래며 업어 키우고 있다. 갇혀 있는 숫자들을 하나씩 꺼내 쓰다 보면 어느 순간 나도 모르는 나를 헤아리게 된다. 읽으면서 대게는 반성하고 이해하고 누군가를 용서한다. 그리고 낯부끄럽지만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한 채 자신을 좀 더 촘촘히 칭찬하고 아껴준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시간들을 타인이 아닌 나에게 설명한다. 쓰다 보면 알게 된다. 모든 것은 사람이나 상황이 아니라 그때 그 순간의 감정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시간은 흐르고 감정은 변한다. 감정이 사라지면 모든 사람과 상황은 0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다시 사랑할 수 있는 기회는 무한대로 반복된다.


쓰기는 나의 최악조차 다시 사랑하게 만든다.

그러니 그냥 쓰자, 그냥 살자.







북토크 메모장

25.7.18, 카페 핀드, 최진영 작가님 북토크, <내 주머니는 맑고 강풍>


- 쓰고싶다. 쓰고 있다. 완성했다.의 무한 굴레가 이 책속에 담겨있다.

- 바람이 불면 지구가 자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실제하고 있다고 알려주는 존재다.

- 쓰고 있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것과 같다, 하지만 쓰고 있지 않아도 살아갈 방향을 찾고 싶다. 쓰기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타인과의 소통하고 싶고 어두운 감정은 이를테면 테니스, 달리기 같은 것으로 해소하고 싶다.

쓰는 것은 자신과의 일방적인 대화다

- 말의 대화로 해결하지 못하는 것들을 쓰기와 책을 읽는 것으로 풀어내고 있다

- 소설의 소재: 여행처럼 새로운 경험으로는 쓰지 않는다. 새 경험이 상상력을 잃게 하는 타입이다. 경험보다는 사유가 중요하다. 일상에서 얻는 것들 중 나를 불편하게 하는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이것이 이야기가 된다. 나의 불편을 이해해보려는 노력이 글이 된다.

- AI와 인간(나)의 창작에 대한 차이점은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경쟁자이기보다는 협업파트너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나의 뮤즈는 사람이다.

- 사랑은 미칠 것 같음에도 불구하고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 ‘이 또한 글이 되리라’가 모든 결함들을 괜찮다고 여기게 만든다. 잘하고, 잘쓰고, 뭔가를 잘하려는 마음이 나를 불행하게 만들지만 언젠가는 나아지고 완성된다는 믿음으로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 나는 쉬어야 하는 순간에 오히려 당황하고 불안해진다. ‘진짜 쉼 이란 무엇인가’ 고민해보고 있다.

- ‘사랑’에는 타인을 위해 애쓰고 있는 내가 있다. 그래서 사랑하지 않는 나보다 사랑하고 있는 나가 더 맘에 든다. 열 번 지다가 한 번 이기는 것이 인생이다. 그래서 10연패보다 1승을 생각하는 사람이고 있다. 그 1승을 바라보는 것에 희망이 있고 그런 희망을 선택하는 ‘나’이고 싶다.

- 소설은 작가와 독자가 사실이 아니라고 약속된 것을 쓰기 때문에 소설을 쓴다. 산문이나 에세이는 드러내지 못하는 것에 대한 제약이 있지만 때로는 글로 써서 버리는 것이 있다고 생각 한다.

- 삶의 의미가 없다고 선택한 사람에 삶은 의미가 있다고 말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일반적인 먹고 즐기고 그런 보통의 일상에는 의미가 없다. 그런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쉽지 않은 것이기에 그냥 아무런 의미 없이 오늘을 살자. 그냥 살자. 그리고 조금 더 걸어간 뒤에. 일단 지나간 뒤에 오늘 내가 존재하는 이유를 알면 된다.

- 엄마 이야기는 소설에서 사건이 아니라 감정이 영역으로 곳곳에 씌여있다.

- 나의 지옥은 타인과 공유되지 않는 무엇인데 그것마저 사랑하는 것이 나를 사랑하는 것이 아닐까 어렵다. 하지만 나조차 나를 경멸하는 것은 얼마나 가슴아픈 일인가. 그것은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다. 무례한 일인 것 같다. 나를 사랑하고 믿어주는 타인을 위해 자신을 믿고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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