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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자 벌써 대부분의 선배와 동기들이 보였다. 나는 구석에서 소품을 만들고 있는 태경 선배에게 제일 먼저 인사했다. “ 선배 안녕하세요! 청아 왔습니다.” 그리고 도학이와 눈이 마주쳐 작은 입모양으로 ‘안녕’이라고 인사했다. 도학이는 코미디 연기를 연습하고 있었다. 혜원이도 작가 조에 가서 인사를 하고 곧장 노트북을 꺼내 들었다. 옹기종기 모여있는 이 시간이 참 소중했고 행복했으며 정말 ‘ 이게 청춘인가? ’ 싶었다. 이렇게 준비하다 보니 어느새 점심시간도 다 지나있었다. 우리는 종례가 끝나면 소극장에 다시 모이기로 했다. 나는 5교시 통합과학, 6교시 영어 시간 동안 눈은 칠판에 있었지만 정신은 온통 연극 생각뿐이었다. 딩 동 댕 동, 종이 울렸다. “ 드디어 종이 울렸다! 종례 제발 일찍 끝났으면…” 혜원이와 나는 같은 마음인 듯 눈을 마주치고 웃었다. 담임 선생님이 “자 여기까지” 하는 순간 우린 벌떡 일어나 약속 장소로 향했다. 이번에는 우리가 제일 먼저 도착했다. 이때 나는 혜원이에게 대본 쓰는 데 어려운 건 없는지 궁금해했다. 혜원이는 “음… 조금 생각하는 게 힘들긴 한데 그래도 선배랑 같이 하는 거니까 괜찮아!”라고 답했다. 나는 힘내자며 밝게 응원했다. 약간의 과한 동작과 함께. 하나, 둘 부원들은 도착했고 인사는 생략한 채 각자 역할별로 하던 일을 해 나아갔다. 내가 태경선배와 ‘유리병 편지’ 소품을 막바지로 꾸미고 있을 때 혜원이가 저 멀리서 날 불렀다. “청아야! 윤청아!” 나는 뒤늦게 쳐다보며 눈을 크게 뜨고 끄덕거렸다. 그리고 혜원이에게 다가가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혜원이는 반달눈을 하고 속삭이며 말했다. “하하 별 일은 아니고 우리 이따 끝나고 떡볶이 먹으러 갈래? “ 나는 작게 웃으며 “나는 또 큰 일인 줄 알았네! “ “아 너무 좋지~ 벌써 막 침이 고인다. “ 고 했다. 순간 대본이 전부 날아가버렸나 싶어서 걱정하고 오만가지 생각을 했는데 진짜 아무 일도 아니라 다행이었다.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 혜원이와 더욱 가까워진 것 같아서. 우리만의 아름다운 기억이 생길 것 같아서.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Ctrl + S’를 외치며 되돌아갔다. 태경선배는 날 보며 “무슨 좋은 일 있어? 아주 얼굴에 웃음꽃이 폈네. “라고 말했다. 나는 능청맞게 아니라고 부정했다. 소강당 문 쪽에서 ‘울림’의 회장인 솔이선배가 큰 목소리로 알렸다. “자 이제 벌서 두 시간 반이나 지났는데 이만 집에 갑시다! “ “ 다들 수고했고~ 얼른 사라져. “ 나는 얼른 사라지라는 말이 웃겨 혜원이를 쳐다보며 하하 호호 웃었다. 우리는 떡볶이 가게로 순간이동했다. 밀떡볶이와 어묵 그리고 튀김세트를 시켰다. 맛있는 냄새가 가득했다. “나 떡볶이는 매일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혜원이는 맞장구치며 “아니 우리는 순대 안 좋아하는 것까지 똑같냐? “ 공통점이 있어서 신기했다. 빨갛고 뜨끈뜨끈한 떡볶이와 함께 사이드 메뉴가 나왔다. 복숭아맛 쿨피스와 함께. “복숭아 맛 음료인데 괜찮아? ” 혜원이가 물었다. 나는 안 마셔도 괜찮다고 했다. 원래 음료를 즐기는 편이 아니라서. 그렇지만 향은 정말 맛있었다. 달달하고. 우리는 배고팠는지 허겁지겁 먹었다. 그러던 중 혜원이가 말했다. “혹시…“ 아, 이때는 몰랐지. 이 말 한마디가 날 무너뜨릴 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