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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노운즈 Sep 02. 2024

엄마일을 사랑하는 우리들에게


원래는 엄마일을 사랑하지 못하게 만든 모성에 대한 신화와 돌봄 노동에 대한 시선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심리학자들과 교육학자들의 이론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나의 엄마역할에 도움이 되었던 이론들, 엄마가 되어보니 알게 된 그 이론들의 허점들. 우리가 엄마로 살아가며 얼마나 고군분투하고 있는지, 사회의 도움이 얼마나 필요한지 큰 목소리로 외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우리 탓을 그만하고 서로를 위로하고 북돋워주자고...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글을 쓰다 보니 자꾸 '엄마라는 일'에 대한 제 애정과 고민들을 적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을 때도, 대화를 할 때도, 글을 쓸 때도 늘 '엄마'로 귀결되는 마음속의 이야기들을 당혹스러운 마음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매 순간 세 자녀의 엄마인 제가 과연 엄마라는 일에 대해 이야기를 할 자격이 있는지 의심했습니다. 일 하기로 정해놓은 6시간을 제외하고 나머지 모든 시간을 오롯이 엄마로 살면서, -엄마들은 밤에도 아이들을 생각하며 자지 않나요?- 왜 난 내 육아와 양육에 대해 이야기할 용기를 내지 못할까!


제가 현실엄마라 더 말하기가 힘들었어요. 모든 엄마는 불안하거든요. 내 선택이 옳은지, 적절한지, 맞는지 늘 불안하거든요. 육아 ing인 제 마음이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데, 글로 남기기가 조심스러웠습니다. 하지만 돌아보면 생의 반을 '부모역할'에 대해 고민하고 말하는데 썼어요. 그리고 그렇게 저를 이끈 동인은 제 안에 있었습니다. 좋은 부모를 그리고, 좋은 부모가 되기를 꿈꾸고, 좋은 부모로 행동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한 번도 제 곁을 떠난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이제야 고백할 수 있습니다.



전 '엄마'라는 일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누군가는 그림을 사랑하고, 누군가는 음악을 사랑하듯이 전 엄마라는 일을 사랑합니다.



스피노자는 정치학 논고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이제껏 각고의 노력으로 공부해 온 까닭은

인간의 행동을 비웃기 위해서도,

그것에 동정의 눈물을 흘리기 위해서도,

그것을 미워하기 위해서도 아니었다.

그저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서였을 뿐.


바뤼흐 스피노자, 정치학 논고(1676)



엄마를 바라보고 산 세월과 엄마가 된 세월을 합치면 곧 반백년이 됩니다. 엄마에 대한 제 공부는 제가 특별한 엄마가 되길 바라서가 아니라 그저 나 자신을 이해하기 위한 이유에서 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상가나 이론가들의 이야기만이 진실이자 진리이고, 현현하게 존재하는 제 삶은 부끄러워하던 시절을 이제 그만 흘려보내려고 합니다.


이 이야기가 엄마를 바라보고 사는 사람들과 엄마가 될 사람들과 엄마인 사람들을 위한 다정한 고백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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