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스스로를 통일주의자라 부른다. 남북이 다시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믿음은 단순한 이상이나 낭만적 꿈이 아니라, 우리가 회피할 수 없는 역사적 책임이자 시대적 과제다.
최근 통일연구원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북한과의 통일은 필요 없다는 조사가 반을 넘었다.
단순히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기 보다는 불확실한 통일보다는 안정적인 현상유지를 우선시한다는 것이다.
핵 문제를 해결하고 안정적으로 통일을 원하는 게 맞다고 보는데 mz세대가 더욱 그런 현상이 많다는 것이다.
점점 통일이 어려워지고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
물론 통일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흡수통일이니 고려연방제니 하는 온갖 구상이 논의되었지만, 현실 앞에서는 언제나 난관에 부딪혔다. 정치적 이해관계, 국제 정세, 남북 간의 경제 격차, 그리고 무엇보다 깊게 쌓인 불신이 가로막고 있다. 통일은 단순히 제도와 체제를 합치는 행정 절차가 아니라, 인간의 삶과 가치가 충돌하는 거대한 사건이다.
더욱이 주변의 강대국들은 우리의 통일을 곱게 보지 않을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 일본과 미국.. 그들 모두는 현상 유지 속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고 있다. 분단된 한반도는, 그들에게는 관리하기 편한 지정학적 공간이다. 우리는 국가 매래를 위해 스스로 풀어내야 한다. 그들의 반대를 넘어서 통일을 성취하기 위한 전략은 무엇인가? 오히려 그들의 이해관계를 역으로 활용할 길은 없는가? 단순히 “그들이 반대한다”는 설명에 멈추지 않고,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통일은 더 이상 늦춰져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 70년이라는 세월 동안 우리는 같은 민족임에도 서로를 향해 총부리를 겨눴다. 분단은 단순한 국토의 분리가 아니라, 한 민족의 역사와 영혼을 두 동강 내버린 사건이었다. 더 무서운 것은, 세월이 흐를수록 우리는 이 분단에 익숙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언젠가 “분단된 채로도 잘 살 수 있다”는 자기 위안이 굳어져, 통일의 명분조차 희미해지지 않을까 두렵다.
내가 통일을 갈망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탈북민들의 이야기가 큰 자리를 차지한다. 그들의 경험담을 들을 때마다 내 어린 시절의 기억이 겹쳐 떠오른다. 가난했던 시절, 그러나 서로 돕고 버텨내며 살아갔던 남쪽의 과거. 남쪽은 산업화와 민주주의를 거치며 변화를 이루었지만, 북쪽은 여전히 제자리에 묶여 있다. 어떤 이는 “북한은 그냥 과거의 한국”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가난이 아니다. 그곳에는 자유가 없다.
더 가슴 아픈 것은 북한 주민들의 삶이다. 그들에게는 ‘인권’이라는 단어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북한 땅에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자유를 누려보지도 못하고 세상의 넓음을 알지도 못한 채 그 좁은 울타리를 전부라 여기며 살아야 한다. 우리가 너무도 당연하게 여기는 자유, 선택, 표현의 권리가 그들에게는 아직 꿈조차 꿀 수 없는 사치다.
사람들은 쉽게 말한다. “굳이 통일을 서두를 필요가 있겠느냐. 각자 살아가면 되지 않겠느냐.” 그러나 나는 되묻고 싶다. 한 민족이 서로의 고통을 알면서도 외면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선택인가? 눈앞의 경제적 부담과 정치적 난관이 무겁다 해서, 같은 피를 나눈 동족이 자유를 빼앗긴 채 살아가는 현실을 방관해도 되는가?
통일은 단순히 국토를 하나로 잇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역사적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미래를 함께 열어가는 일이다. 그러나 동시에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민족은 무엇으로 하나가 되는가? 같은 혈통과 언어인가, 아니면 같은 자유와 같은 가치인가? 만약 우리가 자유와 정의의 가치를 공유하지 못한다면, 같은 언어를 쓴다고 해서 과연 진정한 통일이라 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통일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할 경제적 부담과 사회적 갈등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주변 강대국들의 반대를 무력화시키거나, 오히려 그들의 이해관계를 통일에 유리하게 전환시키려면 어떤 외교적 전략이 필요할까.
북한 주민들의 인권 회복을 위해, 통일 이전까지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노력은 무엇일까.
그래도 나는 믿는다. 이러한 질문을 던지고 답을 모색하는 과정 자체가 통일을 향한 의미 있는 발걸음이다. “언젠가”라는 막연한 희망이 아니라, “지금”의 고민과 실천 속에서만 통일은 다가온다.
나는 통일주의자다. 그리고 나와 같은 믿음을 가진 이들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통일은 언젠가 반드시 찾아올 우리의 내일이기에, 누군가는 끝까지 그날을 준비하고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그 준비가 깊어질수록, 통일은 단순한 꿈이 아니라 구체적인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분단의 철조망 너머에도 봄은 찾아오고, 아이들은 자라며, 바람은 끝없이 흐른다.
우리가 통일을 말하는 것은 단지 국경을 없애자는 외침이 아니라,
그 아이들에게 더 넓은 세상과 더 큰 희망을 물려주기 위함이다.
나는 통일주의자다.
그리고 언젠가, 이 땅의 새벽이 남과 북을 가르지 않고 밝아오기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