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날던 새가 떠나듯,
그대와의 붉고 화려했던 사랑은 지워져 갑니다.
행복의 물감을 풀던 그 순간에도,
곧 낙엽만 남을 이별을 알고 있었지요.
가슴 시린 바람이 남긴 자리,
이제 서쪽 하늘로 잠든 당신을
더 이상 붙잡지 않을 거예요.
그대는 찰나였고,
나는 영원이니...
이제 나는 또 다른 사랑을 원해요.
쓰라린 기억, 그 흔적을 비워내고
차가운 땅 위에 다시 피어나는 사랑을.
어쩌면, 가장 사랑하는 순간을 맞이하겠지요.
그 사랑은 정열보다 고요하고,
슬픔보다 깨끗한 빛깔일 거예요.
모든 색이 정화된 하얀 그리움으로
비어있는 내 가슴을 채울 거예요.
나를 버린 그대에게 남기는
가장 조용하고 단호한 복수란,
당신이 없는 세상 속에서
더 고결하게 행복해지는 일입니다.
그러니 이제 잊을 거예요,
당신이 남긴 모든 잔상을.
그리고 바랄 거예요,
그리움으로 완성될
나의 하얀 사랑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