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공휴일이나 주말이면
안주를 뭐로 할까 연구했다.
물론 아내를 위한 요리도 겸해서다.
사랑하는 아내가 며칠 전부터 아귀찜 노래를 불렀다.
그 말 한마디에 오늘 저녁 메뉴가 정해졌다.
딸 둘은 가출해서 떠났다.
첫째는 외국에서, 둘째는 경기도에서.
하하, ‘가출했다’고 표현하니 우습지만,
결국은 각자의 길을 찾아 나선 것이다.
이제 우리 집 식탁엔 둘뿐이다.
그래서일까.
요즘은 아내가 유난히 외로워 보인다.
오늘은 그 마음을 달래주고 싶어
주방에서 땀 좀 흘렸다.
처음 만들어보는 아귀찜,
결과는 의외로 성공적이었다.
콩나물이 조금 모자랐지만
미나리 향이 그 아쉬움을 충분히 덮었다.
소맥 한 잔 곁들여 둘이서 맛있게 음미하고,
식탁 위에는 웃음이, 잔잔한 대화가 피어났다.
세월이 참 빠르다.
딸 둘이 우리의 품을 박차고 날아올랐으니.
아이들 어릴 적에는 밥상에 앉을 틈도 없었는데,
이제는 둘이서 한 상을 천천히 비워낸다.
2차는 혼자만의 시간.
잔잔한 음악과 한 잔의 술, 그리고 가을의 밤.
라디오에서 Quando, Quando, Quando가 흐른다.
“언제, 언제, 언제— 내 사랑에 답을 해줄 건가요.”
그 익숙한 멜로디가 흥을 살리고,
잠시 젊은 시절의 감정이 스친다.
이윽고 음악은 바뀌었다.
프랭크 시나트라의 My Way.
대학 시절, 수학여행 버스에서
내가 독창했던 그 노래 말이다.
그때는 그냥 좋아서 불렀는데,
이제는 그 가사가 참 다르게 들린다.
인생도, 사랑도, 결국은
각자의 방식으로 걸어온 길이었구나.
창밖엔 낙엽이 흩날리고,
바람은 조용히 창문을 두드린다.
우수(憂愁)의 계절, 가을.
지난 사랑도, 추억의 그림자도,
음악과 함께 다시 찾아온다.
오늘의 아귀찜은 그저 한 끼의 음식이 아니었다.
삶의 맛을 다시 느끼게 해 준,
사랑의 온기를 되새기게 한 한 끼였다.
인생의 맛도, 사랑의 향도,
결국은 내가 직접 끓여내야 완성된다는 걸—
오늘, 첫 아귀찜이 가르쳐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