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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페르마타 — 인생이라는 교향곡에서 잠시 멈추는 법

클래식 방송을 듣다 보면 음악 용어들이 종종 나온다 아는 것도 처음 들어 보는 단어도.
오늘은 문득 오래전 배웠던 단어 하나가 떠올랐다. 페르마타.

사전적 의미는, 악보에서 페르마타는 음악을 잠시 멈추거나, 본래의 길이보다 길게 늘여서 강조하는

지점이다.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 인생의 페르마타는 과연 어디였을까? 있기는 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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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멈춰본 적이 있었는가 – 나의 2악장

세상은 말한다. 온갖 좋은 말을 늘어놓는다.
“가끔은 멈춰야 한다.”
하지만 나는 과연 멈춘 적이 있었는가.

잠깐이라도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숨을 고르는 시간.
내면을 들여다보고 방향을 되짚는 보는 고민의 순간.
청춘의 반항과 삶의 일에 치어, 나는 그런 호흡을 스스로 해봤는가.

돌이켜 보면 나에게 스스로 미안하게도 아니었다.
나는 그냥 달리기만 했다.

내 인생 음악의 한 음절 위에 페르마타를 얹어본 적은 거의 없었다.


2. 집중해야 할 지점은 무엇인가 – 강조의 페르마타

페르마타는 멈춤이지만, 동시에 강조의 표시이기도 하다.
나의 삶에서 특별히 오래 붙잡아야 할 것, 두세 배의 힘을 기울여야 할 무엇.

내게 그런 것이 있었을까?

* 시간 가는 줄 모르던 몰입의 순간.

* 소중한 관계를 더 깊게 만들기 위한 의도적인 시간.

* 배움과 성장을 위해 기꺼이 투자했던 노력.


질문을 던질수록 나는 스스로에게 미안해진다.
“나는 정말 중요한 것에 충분히 머물렀고 생각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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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전환점에 서본 적 있는가 – 삶의 카덴차

인생에서도 반드시 ‘길게 늘여야 하는 지점’이 있다.
가볍게 지나갈 수 없는 전환점.

이직, 결혼, 가족의 결정, 이사, 창업 등
이런 변화 앞에서 나는 과연 느린 호흡을 갖고 깊게 생각했는가.

혹은 그냥 흘려보낸 것은 아닐까.
페르마타가 필요한 순간에 오히려 속도를 냈던 건 아닐까.


4. 교향곡처럼 살아간다는 것

내 삶을 교향곡에 비유해 보면 더 분명해진다.

* 1악장 – Allegro

도입과 격정.
청년기의 야망과 에너지.
삶의 주제를 내던지던 시기.

* 2악장 – Adagio

속도를 늦추고 감정을 깊이 들여다보는 시간.
바로 이것이 나의 페르마타가 있어야 할 자리다.

* 3악장 – Scherzo

유희와 재충전.
삶을 다시 가볍게 만드는 리듬.

* 4악장 – Presto

완성과 해소.

지금까지의 모든 경험을 통합해 결론을 맺는 시기.


나는 지금 어느 악장 위에 서 있는가.
그리고 내 페르마타는 어디에 그려져 있었던가.


5. 2악장의 교훈 — 멈춤 후에는 다시 나아가야 한다

2악장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그러나 그곳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
멈춤은 다음 악장을 위한 준비이기 때문이다.

2악장이 없다면 3악장의 경쾌함도, 4악장의 웅장함도 있을 수 없다.

그냥 그런 음악과 인생이 있을 뿐.
2악장은 멈추고 숨을 고른 만큼, 삶의 주제는 더 또렷해지고
다음 발걸음은 단단해진다.


6. 이제 나의 4악장을 향하여

아직 내 교향곡은 끝나지 않았다.
그렇기에 더더욱 나의 페르마타를 찾아야 한다.

* 한 번 멈추어 깊게 들여다보는 시간.

* 나에게 주어진 관계와 가치에 더 길게 머무는 선택.

* 다음 악장을 준비하기 위한 호흡.

* 그리고 마침내 웅장하게 완성될 4악장을 위한 힘.


나는 이제야 깨닫는다. 나이의 그림자가 점점 길게 눕는 시기에.
나의 페르마타는 멈춤이 아니라, 다시 나아가기 위한 긴 호흡이었다.

삶의 악보 어느 한가운데, 나는 지금 페르마타를 그릴 준비가 되어 있다.
그리고 그 위에서 다시 힘차게 다음 악장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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