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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Mer, 나의 심해

심해의 고요한 어둠에서 잔잔한 움직임이 포착된다.
내 안에 잠들어 있던 우울이 꿈틀거린다.

서서히 어둠을 유영하며 떠오른다.
조용히, 그러나 피할 수 없이.


빛이 바다 깊숙이 스며들고
어둠 속에 흩어져 있던 내 마음을 흔든다.

주저앉을 수 없다고,
내 안의 작은 목소리가 조용히 일어선다.


조금씩 밝아지고,
물결이 일렁이며 새로운 호흡을 불어 넣는다.

누워 있던 몸을 일으켜
천천히 기지개를 켠다.

화면 캡처 2025-12-07 173121.jpg

검푸른 물결 위로 빛이 번지면
짙은 잉크 같은 어둠이 풀려나간다.

수면은 바람에 춤추고,
격정적인 파동이 심장을 두드린다.


낙심의 고개를 들고,
이제 비상을 준비한다.

사나운 폭풍의 바다는
모든 것을 삼킬 듯 몰아치지만,

그 한가운데서 돛단배는 춤을 추듯 버텨낸다.


숨 막히는 노질 끝에,
거대한 파도의 정점에서 나는 외친다.

나 여기 있다. 파도여 어서 오너라

나는 살아있다. 죽지 않을 것이다.


드뷔시의 〈바다〉.

겨울의 푸근한 일요일 오후,
문득 인상파의 선율이 듣고 싶었다.
‘사나운 겨울 바다를 상대할까,

깊은 겨울밤의 달빛을 젖어 볼까.’
잠시 망설이다,
나는 결국 격정의 바다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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