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 버스 ] 무채색의 가을하늘 아침 낙엽이 하나 둘 뒹구는 거리 버스 정류장. 변해가는 잔디를 밟는 운동화 발걸음이 가볍다. 쓸쓸한 정류장 벤치. 차 없는 6차로, 홀로 외롭다. 인생은 기다림, 기다림의 연속. 텅 빈 버스 의자에 기대, 무상무념 차창 밖을 향한 시선. 머리도 비고, 가슴은.. 공허하다. 물들어 가는 나뭇잎은 지난여름을 지운다... 날리는 낙엽거리를 말없이 사랑과 걷던 철새의 추억을 떠올린다. 꿀렁꿀렁 버스는 달린다, 가을 속으로... 파란불의 신호등, 한산한 거리. 눈이라도 내릴 듯한 도심의 거리... 버스는 멈췄다. 옷깃을 여민 젊은 여성이 올랐다. 이 분위기에 맞는 의상, 긴 머리, 우수에 찬 표정. 젊다는 것만으로 아름답다. 나에게 저런 시절이 있었나, 그녀가 앉자 추억의 버스는 출발한다. 외로운 버스는 달린다, 가을 복판으로... 머릿속 맴도는 "고엽"의 선율이 가슴을 찡하게 한다. 낙엽이 쌓이듯이, 이 가을에 추억이 쌓일까. 문득 첫사랑의 그녀가 떠오른다. 이 가을에 또 다른 추억을 만들고 있겠지. 여전히 가을버스는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