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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단련시켜 준 사계절 —시간은 상처를 지우지 않는다

다만 그 자리에 ‘이해’를 남길뿐이다.

by 다온

“인생은 돌아오는 계절이 아니라,

다시는 오지 않을 순간들의 연속이다. “


어느 날 문득,

예전의 내가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자주 걷던 익숙한 길을 걷고,

똑같은 일을 하고,

같은 일상을 반복하면서도

막연한 그때의 나는 이미 여기에 없었다.


시간은 돌고 도는 게 아니라,

소리 없이 조용히 흐르며

우리를 조금씩 다른 곳으로 데려간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우리는 점점 어른이 되어간다.


삶이란 참 이상하다.

잃고 나서야 소중함을 알고,

멀어진 뒤에야 진심을 깨닫고,

끝나야만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그걸 이해하는 데엔…

생각보다 많은 계절이 필요했다.

수없이 돌아오던 봄, 여름, 가을, 겨울 —

그 모든 시간들이 나를 단단하게,

그리고 조금은 부드럽게 만들었다.


예전엔 세상이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속상하고 화가 치밀고 분통이 터졌다.

사람이 마음처럼 되지 않으면 실망했고,

계획이 틀어지면 나 자신을 책망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세상은 내 의지대로 굴러가는 게 아니라,

내가 그 속에서 부대끼고 적응하며,

‘흘러가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라는 걸.

결국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었다.

빨리 가는 사람보다,

자기 걸음으로 가는 사람이

더 멀리 간다는 걸 이제는 안다.


그렇게 나는 삶의 한가운데서

조금씩 나를 단련시키는 중이다.


이제 나는 계절을 세지 않는다.

대신 하루의 온도를 느낀다.


조금 쌀쌀한 오늘이라도,

그 안에 나만의 작은 햇살이 있다면

그걸로 하루의 온기는 충분하다.


“삶은 여전히 어렵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름답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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