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도 끝도 나여야만 하는 이유
긴 시간 동안 나는 계절을 따라 걸었다.
따뜻한 봄의 설렘 속에서 시작했고,
뜨거운 여름의 열기 속에서 부딪혔으며,
서늘한 가을의 바람 속에서 비워냈고,
추운 겨울의 고요 속에서 나를 다시 만났다.
그렇게 사계절을 수십 번 돌고 나서야 깨달았다.
변한 건 세상이 아니라, 그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마음이었다.
예전엔 무언가 대단한 걸 이루어야 하는 게
인생의 전부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삶의 가치는 도착이 아니라,
지나온 나의 길 위에 있다는 걸.
때론 뜨겁게 타올라야 하고,
때론 조용히 식어야만 비로소 다시 피어날 수 있다.
삶은 그렇게 끝없이 순환하면서도
매번 조금씩 다른 색으로 우리를 단련시킨다.
이제는 봄의 시작을 두려워하지 않고,
여름의 뜨거움을 원망하지 않으며,
가을의 쓸쓸함 속에서도 감사할 줄 알고,
겨울의 고요함조차 아름답게 받아들인다.
그게 아마 성숙의 온도일 것이다.
누군가 내게 물었다.
“계절은 왜 계속 반복될까요?”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아마 우리에게 ‘다시 시작할 용기’를
가르치기 위해서 아닐까요!”
결국 삶이란,
다시 오지 않을 오늘을 사랑하는 일이다.
계절이 돌고, 시간이 흘러도
매 순간의 나를 사랑하고, 이해하고, 용서하는 것
그것이 바로 인생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따뜻한 철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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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유명한 프로이트는 말했다.
“인간의 고통은 대부분
‘자기 자신이 되지 못한 데서 비롯된다.’”
우리는 종종 세상의 기대에 맞춰 살아가느라
가장 중요한 존재 — ‘나 자신’을 잊고 지낸다.
하지만 결국 모든 길의 끝은
나로 돌아오는 여정이다.
니체는 ‘너 자신이 되어라’라고 했다.
그 말은 이기적이 되라는 뜻이 아니라,
삶의 본질로 돌아가라는 초대장에 가깝다.
삶의 어느 지점에서든 우리는 다시 선택해야 한다.
세상이 바라는 내가 아닌,
내가 진심으로 바라던 나로 살겠다는 결심.
그때 비로소 우리는
인생의 시작점과 끝점을 연결한다.
처음도 끝도 결국 나여야 하는 이유 —
그것이 바로 내 존재의 완성이고,
인생이라는 거대한 순환의 중심이기 때문이다.
사계절을 따라 마음의 변화를 기록해 온 시간이
어느새 끝을 맺습니다.
이 글을 쓰며 알게 됐습니다.
성장은 거창한 변화가 아니라,
매일의 마음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되는
과정이라는 것을요.
글을 쓰는 동안에도 여전히 나는
수없이 흔들리고 다시 다잡으며 ‘성장’이라는
단어의 진짜 의미를 배웠습니다.
봄의 시작도, 겨울의 끝도 결국
나에게로 이어졌다는 걸
이제는 조용히, 그리고 확신으로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지금의 계절이
조금은 다정하게 머물러주기를 바랍니다.
삶의 온도는 늘 변하지만,
그 안에서 스스로를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그리고 부디 잊지 마세요.
모든 계절이 다 지나도,
결국 다시 피어나는 건 언제나
‘가장 소중한 당신 자신’이라는 것을요.
처음엔 독자분들께 위로를 전하고 싶었는데,
결국 위로받은 건 나였다는 걸 고백합니다.
글이란 참 묘하죠.
누군가를 위해 쓰는 척하지만, 결국은
나를 들여다보는 일이라는 걸요.
그리고 언젠가 우리 다시 만나겠죠.
다음 계절의 내가 또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을지
기대하면서…
함께 걸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당신의 사계절에도,
늘 사랑과 평화가 깃들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