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조쌤의 하키토브
패기 넘치는 제안에 다섯 명은 함께 뒤풀이를 한다. 호기로운 시작과 달리, 신입사원의 가벼운 지갑으로 고를 선택지가 별로 없다. 취준생에서 사회 초년생으로 레벨업인가? 아직 큰 변화를 느끼기 어렵다. 신입사원이라 말하지만, 6개월 인턴 기간은 아르바이트와 다르지 않다.
인턴 = 138만 원= 노동의 대가
'138만 원'의 노동의 대가는 한치의 더 함도 없이 사회적 위치를 적나라게 말해준다. 앞으로 어른 행세를 하려면, 학자금 대출을 갚아야 한다.
다들 여유는 없다.
가벼운 지갑 덕분인가? 다섯 사람 모두 별다른 이견 없이 가까운 부대찌개 집으로 향한다. 어머니께 받은 카드와 용돈으로 부담이 컸던 마음은 가게 메뉴판의 온기로 사르르 녹는다.
가격이 저렴하다.
마음이 녹으니 그제야 낭만이란 감정은 스며든다. 긴장과 눈치의 연속이었던 직장 생활을 벗어나 처음으로 넥타이를 살짝 푼다. 전우애를 느낀다. 자대 배치받은 후 처음으로 동기와 함께하는 이등병의 마음이다. 하지만 그동안 머물던 세계와 다른 세계에 발을 디딘다. 불과 몇 달 전까지 사회와 내외하던 사이였는데 변화된 분위기가 느껴진다.
"~~ 씨,
오늘 어땠어요?"
어색하다. 부르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모두 어색하다. 부대찌개를 끓이는 냄비에 우리의 어색함도 양념으로 넣는다.
"정신없었죠."
대답하고 나서야 깨닫는다. 이 동기의 이름을 모른다. 질문을 받았으니 사회인답게 '~~ 씨'라고 질문을 해야 한다. 당황스럽다. 상대방의 이름조차 모르고 이곳에 있다니. 무안하다. 더군다나 함께 교육받는 동기가 아니던가.
부대찌개를 끓이는
냄비에 무안함도
양념으로 넣는다.
보글보글
들어간 것이 많아서일까? 부대찌개는 넘칠 듯 갑자기 끓어오른다.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 동기 이름도 모르는 모질이 아니던가? 잽싸게 불을 어정쩡하게 낮춘다. 내 모습이 부자연스러운지, 다른 이들은 약속한 듯 소주잔을 든다. 건배사를 외친다. 그리고 약속처럼 원샷을 한다.
차갑고 쓴 소주가 몸과 섞인다.
소주는 우리의 긴장과 어색함을 녹이려고
급히 순환된다.
몸 안에 퍼진 온기를 빌어 다들 이야기의 포문을 열기 시작한다. 조각퍼즐처럼 펼쳐진 이야기 끝에 알게 된다. 우리는 동갑이다. 5명 모두 누구라도 할 거 없다. 여물지 못한 사회인의 위장을 벗는다. 인위적인 '~~ 씨'의 칭호는 사라진다. 오랫동안 같이 지낸 전우처럼 잔을 계속 나눈다. 몇 달 먼저 인턴을 시작한 마음이 풀린 동기는 시작한다.
회사 욕을 한다.
자연스럽다.
다른 동기는 여기가 벌써 두 번째 회사라고 한다. 난 지금 시작인데. 대단하군. 처음 만난 사이임에도 직장 생활의 애환을 소주잔에 기울인다.
서로의 고달픔에 잔을 채워주고
또 함께 비워준다.
초록 요새
나는 아직 잔을 채울 만한 이야기가 없다. 동기의 이야기가 잔에 차기만을 기다린다. 사회 초년생의 애환 하나하나가 초록병으로 변해간다. 가시적으로 보이는 초록 무리가 우리의 관계를 지켜줄 요새 같다. 말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용기를 더한다. 서로 함께 힘이 되자며 동지애를 불태운다. 우리는 이미 이 회사를 이끌 재목이 되었다. 그렇다. 나는 재목이다. 그러다가 갑작스럽게 들려온 한마디에 초록 요새를 다들 급히 떠난다.
내일도 교육이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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