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들었던 아이들과의 마지막이 코 앞이다. 나는 졸업식 마지막 알림장에 이 시를 넣었다. 그들을 위한 나의 마음이자 진심이었다.
길지 않은 교직 경력이지만 내가 학교를 옮겨야 할 때가 되면 항상 6학년을 맡곤 했다. 이전 학교에서도 6학년을 졸업시키며 나 또한 정든 학교를 떠나야 해서 얼마나 섭섭하고 눈물이 났는지 모른다. 내가 맡았던 학생들은 졸업하고 나면 모교에 와도 담임선생님 얼굴 못 보게 된다는 생각에 미안하기도 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런 미안함, 미련이 남지 않도록 올해 화려하게 불태우기로 마음 먹었다.
한 해 동안 우리반은 버킷리스트를 만들었고 덕분에 초등학교 마지막 시절을 멋진 추억으로 채울 수 있었다. 나에게 가장 아름답던 버킷리스트는 봄날 벚꽃놀이였다. 우리 학교 뒷동산에는 커다란 벚꽃나무가 자라고 있다. 봄날에는 교실 창문 너머로 나무가 피워내는 벚꽃 그림을 볼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 벚꽃이 그려낸 아름다운 봄의 그림 속으로 들어가 놀이도 하고 사진도 찍고 시간을 보냈다. 지금 생각해보면 벚꽃이 피어 마음이 설랬던 것인지 아이들과 어려운 교과서 속 지식을 잠시 벗어나 자연 속에서 함께 웃을 수 있어서 설레였던 것인지 모르겠다. 아무튼 우리는 봄날의 벚꽃잎처럼 아름답고 따뜻했다.
초등학교 6학년쯤 되면 아이들은 자기 자신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지, 무엇을 못하는지, 내가 모른다는 것과 잘하지 못하는 점을 어떻게 숨길 수 있는지 등 말이다. 우리반 아이들은 유독 자기 자신을 드러내기 어려워하고 두려워했다. 친구들의 시선, 선생님의 평가가 부담스러워서 그랬으리라. 담임 교사로서 나는 아이들이 스스로 부족해도 됨을, 우리의 미래는 성장으로 가득할 것임을, 우리 모두 자라나고 더 멋있어지고 있음을 가르쳤다. 모두가 가진 잠재력은 결국에 피어날 거라고. 벚꽃이 환하게 피어나듯 우리의 미래는 각자 가진 멋진 잠재력으로 물들거라고 알려줬다. 녹슨빛깔 이파리 알펜로제 시를 아이들에게 필사해보자고 제안한 것도 이런 마음을 아이들의 마음에도 씨앗으로 심어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