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을 위한 시 - 마종하
딸을 위한 시 - 마종하
한 시인이 어린 딸에게 말했다
착한 사람도, 공부 잘하는 사람도 다 말고
관찰을 잘하는 사람이 되라고
겨울 창가의 양파는 어떻게 뿌리를 내리며
사람은 언제 웃고, 언제 우는지를
오늘은 학교에 가서
도시락을 안 싸 온 아이가 누구인가를 살펴서
함께 나누어 먹으라고.
우리반에는 작은 카메라 한 대가 있다. 교실 속 아이들의 모습을 담으려고 5년 전에 구입한 카메라다. 주로 내가 아이들의 수업활동이나 쉬는 시간 모습들을 담고 있지만 아이들이 빌려 가 쓰기도 한다. 물론 카메라가 비싸기 때문에 아이들이 다룰 때면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하지만 아이들은 내 불안한 눈빛을 뒤로하고 멋지게 카메라 스트랩을 목에 걸고 뷰파인더 속으로 들어가고 한다.
카메라 뷰파인더로 보는 세상은 우리가 맨눈으로 보는 세상과는 조금 다르다. 시야가 좁아지기도 하고 유리 너머로 보기 때문에 다른 세상을 보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아이들은 카메라로 보는 세상이 신기한지 눈을 뷰파인더에 바짝 대고 입을 실실 웃고 다니곤 한다.
서연이는 공부도 잘하고 생활습관도 우수한 아이였다. 이미 충분히 훌륭한 학생이지만 서연이는 종종 느리거나 답답한 친구들의 모습을 잘 견디지 못하고 잔소리를 다다다! 쏟아내곤 했다. 나는 서연이가 다른 친구들의 상황이나 실수를 조금 더 관대하게 품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곤 했다.
어느 날 점심시간 서연이가 카메라를 빌려 갔다. 서연이는 꼬인 카메라 줄을 차분히 풀고 목에 스트랩을 걸었다. 서연이는 뷰파인더로 교실에서 점심 쉬는 시간을 즐기는 아이들을 찍기 시작했다. 여기저기를 보고, 셔터도 누르고, 줌을 당기고 줄이기도 하였다. 부지런히 움직이던 카메라가 윤우을 향해 멈췄다. 서연이는 뷰파인더로 가만히 윤우를 보고 조심히 셔터를 눌렀다. 카메라 액정으로 방금 찍은 사진을 확인하고 서연이가 내게 왔다.
"선생님, 윤우가 오늘은 피곤한가 봐요. 밤에 숙제 다 못하고 잠들었나 봐요."
"저도 숙제 다 못해서 쉬는 시간에 하다가 잠들 뻔 한 적 있거든요. 지금 윤우가 딱 그 모양이에요."
"윤우한테 비타민 하나 줘야 되는 거 아니에요?"
윤우의 책상 위에는 수학 문제지가 펼쳐져 있었고 그 위로 윤우는 누워 잠들어 있었다. 윤우는 우리반에서도 착실한 학생이다. 아마 서연이가 추측한 것처럼 밤에 숙제를 다 못하고 잠에 들었고 쉬는 시간에 하다 결국 잠든 것 같았다. 평상시 잘 보지 못했을 친구의 피곤함, 안타까움을 찾은 서연이가 기특했다. 아직 13년밖에 살아오지 않은 인생이지만 그 어깨에 올려진 짐을 공감해 주고 안타깝게 봐주는 그 마음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서로를 유심히 보고 살펴주는 눈이 참 아름다웠다. 나는 조용히 간식 서랍을 열고 비타민 2개를 서연이 손에 얹어주었다.
"지친 윤우를 위해 하나, 너의 이쁜 마음에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