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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희영 Apr 15. 2024

'나'이기 때문에 멋진 거야.

나를 왜 남에게 맞춰, 나는 나일 뿐이야.

초등학생, 중학생의 어린나이까지는 같은 동네, 같은 학교, 같은 학원을 다니며

나와 비슷한 또래친구들을 사귀기 마련이다.

다 나와 비슷하게 사는구나 알고 있을 때

고등학교 진학으로 지역 내의 모든 동네에서 친구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그때부터였을까, 나보다 더 잘 살고 있는 세상의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지.


우리가 우울한 이유가 정말 나에게 있을까,

sns가 발달된 지금 사회에서는 연예인들 뿐만 아니라 셀럽 못지않은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의 놀이터다.

핸드폰을 하루종일 붙잡고 있는 사람들에겐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의 라이프를 볼 수 있게 된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의 삶을 보며 나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나 보다.

나에게 있어본 적 없는 드레스룸 자체도 부러움의 대상인데, 내가 갖지 못하는 수천만 원 상당의 명품가방이 컬러별로 있기도, 내가 가지고 있는 보세옷들보다 많은 수의 명품옷들. 매일 값비싼 음식을 먹기도 경차도 없는 나와 달리 고급외제차, 스포츠카가 몇 대씩 있는 내 또래여자들, 이들과 나의 상황을 번갈아보니

한때는 이렇게 살아가고 싶어 있는 돈, 버는 돈을 모두 써가며 없는 돈에도 신용카드할부로 해외여행을 가기도, 이 정도도 못 먹냐며 인당 10만 원이 훌쩍 넘는 식사를 달에 한번 이상씩 하기도, 여자라면 있어야 하지 않겠냐며 명품옷, 가방을 사기도 했다. 주변에서 어쩜 그렇게 잘 놀러 다니냐며 부러움의 말에 나도 모르게 비싼 음식을 먹고, 비싼 곳을 가고, 비싼 옷을 살 때면 그 자체로 기쁨을 만끽하기보다 사진을 찍어 sns에 업로드하며 기쁨을 느꼈다.


미용을 하던 나는 매장원장님들이 미용사는 명품하나쯤 하고 있어야 어려도 무시 안 한다는 말을 핑계로

온갖 브랜드를 몸에 두르고 다녔다.

그 결과 통일성 없는 온갖 브랜드가 한 코디에 섞이며 지금생각하면 패션테러리스트처럼 하고 다녔지만 그런 나날들이 반복되다 보니 모든 소비가 자랑용이 되어갔다.

늦게 깨닫게 된 현실은 sns 속 내가 선망하던 사람들은 명품소비로 인해 오히려 돈을 벌고 있다는 것.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며 다양한 협찬제의들이 들어오거나, 좋은 가방과 어울리는 옷등을 판매하는 쇼핑몰사장등 sns를 활발히 할수록 돈을 벌어가는 사람들이었다.

그런 사람을 선망했던 나는 여행, 명품, 레스토랑 방문으로 잠깐의 행복을 누렸지만

그 행복이 오래가진 못했다.


나름대로 열심이었던 사회생활, 내 체력과 내 시간을 갈아 넣어 나이치고 많은 연봉을 받았으나 나는 늘 나보다 더 높은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본질이 아닌 그들의 보이는 라이프만을 쫒다 보니 내가 목표했던 저축금액은 잊은 지 오래였고, 사회생활 5년 차가 넘었음에도 모은 돈은 말하기 부끄러운 수준이었다.


1년에 한 번 있는 여름휴가는 나의 쉼을 충족시키기에 너무 짧았다.

여행 없이 살아왔던 나의 어린 시절을 지나 스스로 번 돈을 제약 없이 쓸 수 있어지니 보상심리인지 바다보기를 좋아하는 나는 스물하나부터 2-3달에 한 번씩 휴무를 활용해 놀러 다니곤 했다.

가까운 강릉, 속초등을 당일치기로 여행하다 못해 일에 치여 시간이 없어진 스물다섯에는 제주도마저 당일치기로 다니곤 했다. 갈 때마다 힐링을 하고 에너지를 얻고 왔던 여행에서 어느 순간 짜증이 났다.

‘언제까지 당일치기, 1박 2일만 다녀야 돼?’

미용직업특성상, 명절연휴를 다 쉬지 못했고 1년에 한 번 있는 5일의 휴가는 짧게라도 해외여행에 썼다.

연차, 월차, 반차 없는 미용실이었기에 일하기도 좋아하던 나는 일만 하다 지쳐버렸다.

2년 정도 관심만 가지던 디지털노마드의 삶을 이루겠다며 블로그도 해보고 작은 수익실현도 해보았지만

내가 좋아하던 여행이 일이 되는 느낌에 그만두었다.

그렇게 큰 대책 없이 여러 이유 중 하나인 내가 좋아하는 여행을 맘껏 하겠다며

잘 다니고 있는 직장을 퇴사했다.


퇴사 후 불과 3주 만에 난 3개국 여행을 하였다.

2024년 2월 7일~2월 10일 베트남여행, 이틀 뒤인 2월 13일~16일 일본여행, 그리고

2월 21일에는 캐나다행 비행기를 탔다.

내가 좋아하는 여행을 퇴사 후 잠깐이나마 이렇게 돌아다닐 수 있다니 꿈만 같았고 여행이 가득한 2월이 기다려졌다. 그렇게 좋아하는 여행, 과연 행복만 했을까?

잠시 머무르고 있는 지금 캐나다에서의 나는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내가 쓰고 있는 언어, 아무렇지 않게 타던 대중교통, 늘 먹던 입맛에 맞는 음식들 모두 소중했다.

해외를 돌아다니며 여러 문화를 본다는 것은 값지고 소중한 경험이다.


그렇지만 그보다 더 값진 경험은 내가 느끼지 못했던 이미 내가 가지고 있던 것들에 대한 소중함이다.

캐나다에까지 와서 보이는 sns의 동남아여행을 하는 친구들이 부럽고

국내여행을 하는 친구들이 부러웠던 나를 마주하니 나는 무엇을 해도 행복하지 않을 사람 같았다.

‘너 지금 하고 싶었던 거 다 하고 있잖아, 근데 뭐가 또 아쉽고 부러워?’ 스스로에게 물었다.


맨날 걸치고 다녔던 값비싼 물건들을 모두 한국에 두고 최소한의 짐만 챙겨 온 지금은,

이백만 원이 넘는 가방이 아닌 2만 원이 안 되는 가방을 들고 다니며,

한국에서 걸치고 다녔던 값비싼 액세서리 하나 없이 쇼핑센터에서 만육천 원을 주고 산 액세서리를

기분 좋게 하고 다닌다.

무슨 신발을 신을까 고민하던 한국과 달리 운동화 한 켤레, 여름샌들 하나, 슬리퍼하나 챙겨 온 지금

겨울에는 창이 뜯어진 나이키운동화 하나뿐이다.

지금 이곳에서 만나는 새로운 사람들은 나에게 옷, 가방, 신발 등을 좀 사라고 조언을 할 정도다.

명품가방이 아니면 들 수 없었을 것만 같던 불과 한 달 전의 나는 사라졌다.

외출준비를 마친 후 거울을 볼 땐 브랜드로고가 아닌 단정함, 깔끔함의 여부를 살핀다.

그 순간을 즐기는 법, 어떠한 상황에 놓여있던 지금 나 자체의 삶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못한다면 평생을 행복하지 않을 수밖에, 평생을 부러워만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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