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희영 May 29. 2024

미안, 나라도 행복해볼게

밑 빠진 독, 돈뿐만 아니라 우울감 역시 그렇다.

내 나이 스물셋, 만 나이가 적용되기 전이었으니 한국나이로 스물다섯 11월 정도 되었을까,

누군가에겐 어릴 수 있는 이 나이가 나에겐 삶에 지친 나이였다.

진로를 결정한 열여섯의 나는 미용의 길로 뛰어들었고, 그렇게 고2부터 미용실 아르바이트, 스물이 되기도 전에 뛰어든 취업전선.

대충 잡아도 만 5년 이상 일한 탓인지, 어릴 적 내가 그렸던 멋있는 나의 이상적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유튜브 알고리즘은 온통 ‘언제까지 일을 해야 하나’부터 ’우울증‘ ’공황장애증상‘ 등을 검색해보고 있는 나를 보았다.


나하나 잘 먹고 잘 사는 데에는 무리 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었으나 일하기 힘들다며 겨우 자취에 성공한 나에게까지 여전히 들려오는 엄마의 어린 투정,

이쯤 키웠으면 이제 용돈 좀 주고 호강시켜줘야 하지 않냐고 습관처럼 말하는 아빠의 소리.

어릴 때의 나처럼 꿈이 있는 동생이 현실의 벽에 부딪혀 꿈보다 돈을 위한 선택을 했다는 이야기.

내 능력으로는 여전히 우리 가족을 행복하게 해 줄 수가 없다.


행복한 삶을 보내길 바라기 때문에 내 재산을 만들기 전부터 부모님에게 각종 선물을, 20여 년 만에 떠나는 가족여행이자 첫 해외여행을, 각종기념일에 꽤나 큰돈을 턱턱 주며 이것으로 가족의 행복을 바랐다.

그런 낙으로 쉼 없이 일했던 나에게도 번아웃이 찾아왔었나 보다. 아무리 해줘도 가족에겐 행복이 오지 않는 것 같았고, 잠깐의 행복일 뿐. 여전히 투정과 더 큰 효도를 원했다.


미안한데, 이젠 나부터 행복해질게.

설령 그래서 우리 가족의 행복이 줄어도,

“왜 사나 싶어”와 같은 이야기를 더 자주 들어도.

그냥 나라도 행복할게. 우리 같이 행복해질 수는 없는 것 같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