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희영 Sep 01. 2024

이 세상에 나와 내편만 있다면

나를 괴롭히는 주변에서 탈출하라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올해가 지나면 미용만 10년 차인 나는 이 길이 맞는 걸까 아직도 헤맨다.


그래서 시도했다.

한 달 내내 휴무를 없애고, 내 삶을 없애고, 내 건강을 뒤로하고 그렇게 바쁜 날들을 지내보니 한때 선망하던 미용사로 월 천만 원도 벌어봤다.


열심히 해보고 다시 생각하자였는데, 아직도 헤맨다.

그냥 나도 한 번은, 더 늦기 전에 다른 일도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이 가슴 깊숙한 내 마음을 쿡쿡 찌른다.

뭐 딱히 하고 싶은 건 모르겠다.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었는데, 하루아침에 작가가 되지는 않더라. 이른 사회생활에 나름의 경력도 삶의 경험도 많다고 생각했는데, 글로 나를 꺼내려하니 아직 스물여섯의 나이 때문인지 백 페이지가 훌쩍 넘는 책을 쓸 내용이 없다.


나도 나름 열심히 돈 잘 벌던 헤어디자이너에, 음지에서 글을 쓴 지 3년 차, 근데 오히려 자신의 팬층이 있는 , 글을 쓰지도 않았던 인플루언서가 뜬금없이 출간소식을 알리곤 한다.

모른다 나는 , 그 사람이 평소에 혼자 있을 때는 글을 쓰곤 했었을지도. 혹은 책도 거의 읽지 않았을지도.


그래서 생각했다. 인플루언서가 되어야 하나?


다 아니다.

책을 내기 위해 인플루언서가 돼야 한다면 안 하고 싶다.

쉬는 동안 카페아르바이트라도 해볼까?

아니면 어릴 때 해보고 싶었던 술집아르바이트?

아니다, 혹시 옛날에 같이 근무했던 동기 혹은 후배 혹은 선배를 마주치면?

뭐라고 하면서 미용을 그만뒀다고 해야 하지?

다 아니다.

아무도 모르는 무인도라도 가서 조용히 살고 싶다.


그래서 충동적으로 오게 된 캐나다

반년이 넘어가는 지금, 얻게 된 건 안전과민증이다.

왜 외국생활하면 외롭다고 하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봤을 거다.

나는 혼자 있는 걸 즐기는 타입이라 괜찮을 줄 알았다.

잠깐 혼자 있는 것과 지구 반대편에 떨어져 있는 혼자는 너무나 다르다.


그냥 여기 있다가 죽어도 아무도 모를 것 같다.

이게 외로운 건지 그냥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기분이다. 새로 사귄 친구가 알려주기를 시체인 상태로 한국에 가려면 유골로 비행기를 태워야 하는데 그 값이 상당하다고 들었다.

어떻게 알게 됐냐고?

친구의 아는 사람이 워홀비자로 계곡에서 놀고 있다가 물에 빠져서 사망했다고 한다. 그래서 알게 된 이야기라고. 한국인 유학생이 걷고 있다가 차가 급발진해서 사망했다는 이야기도.

한국에서도 최근에 많이 들려오는 사건사고들 가운데, 온통 ‘내가 겪으면 어떡하지?’ 생각뿐이었다.

내가 캐나다에서 죽으면 나를 데려오기 위해 우리 부모님은 전재산을 다해 나를 데려오겠지?

그냥 가자 한국에.

살아있고 싶고, 죽고 싶지 않고, 죽어도 한국이고 싶고, 내 소중한 사람 곁이고 싶다.


이제야 생각한다.

또 무슨 일을 할까 하며 큰 낙담에 빠져 우울한 나를 마주할 때.

하기 싫다는 부정의 말만 뱉는 나를 마주할 때.

‘살아있음에 감사하자 ‘

스스로 되뇐다. 욜로족이 될 수도 있는 이 마인드를 긍정의 효과로 바꿔보자.

이 세상에 나와 내 편만 있다고 가정하고  그 외의 사람들이 수군거리던 나를 욕하던 비판하던 무시하는 힘을 기르는 중이다.

너가 뭐라고 하던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는 거야.

그러니까 응원을 못한다면 조용히 있어줄래?


내가 알아서 잘할 테니 “이 나이면 취업해서 자리 잡을 때지 뭐 하고 있어”, “돈은 많이 모았어? 000 정도는 있겠지?” •••

이런 질문에 “제가 알아서 할게요” 와 같은 대답을 했다가 욕을 먹은 적도 있다.

그냥 이제는 누가 나를 어떻게 보던 내가 나를 지켜줄 것이다.

혹시나 그런 대답 때문에 내 곁에 사람이 아무도 남지 않더라도 난 나를 잃지 않을 것이다.

그런 무례한 사람들을 남기는 것보다 효율적이고 평안한 삶을 살게 될 것임을 이제는 안다.




작가의 이전글 나는 경력이 쌓일수록 말이 없어지는 미용사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