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생활 첫 1년이 나에게는 딱 허니문 같았다.
내 인생 버킷리스트에 늘 있던 그것! 해외에서 살아보기! 그게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미국에 도착했다. 10년 만에 뉴욕에 다시 가보게 됐고 여권 없이 미국 안을 누비는 것도 어색하지만 재밌었다.
설레는 날들도 잠시, 피할 수 없는 민낯 그대로의 일상들과 마주했다.
그래도 뭐 그럭저럭 싫지 않았다. 난감한 상황이 심심치 않게 연출되었지만, 이것저것 새로운 것들이 신기하고 재밌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허니문 같은 감정은 1년이 지나니 완전한 현실판 버전으로 바뀌었다.
나의 일상은 하루하루 미션수행하는 게임 속에 던져진 기분이었다. 아이들 병원에라도 갈 일이 생기면 등줄기에 땀부터 흘렀고, 마트 약국코너에서는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대체 이건 뭔지 검색에 검색하느라 수십 분이 걸렸고, 예상 밖의 일이라도 생기면 여기저기 질문하느라 번역기가 나보다 더 바빴다. 영어 한 문장 입 밖으로 뱉으려면 검색과 연습은 몇 배로 해야 했다.
'다 큰 어른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된 기분' 그건 정말 처음 느껴보는 종류의 감정이었다. '한국에서 외국인을 만나면 정말 잘해줘야지'하며 다짐도 여러 번 했다.
아이들 병원에 가서 보호자이름에 내 이름을 적었지만, 보호자가 보호자가 아닌 그 기분
하고 싶은 말의 10분의 1밖에 못하고 나온 이 찝찝한 기분들
학교 선생님과 마주 앉았을 때의 그 어색함
영어 부족한 엄마인걸 알지만 그래도 내 등뒤에 붙어 조건 없는 믿음으로 바라보는 아이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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