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해외에서 골프쳤습니다
여름 휴가지를 후아힌으로 선택한 것은 참 잘한 일이었다. 목적이 남편과 둘이 하는 골프라서 더욱 그랬던 것 같다. (우리나라에선 부부2인 골프는 거의 불가능하므로)
'태국 왕실의 휴양지'로 불리는 후아힌은 기대했던 명성처럼 화려한 곳은 아니었다.
다른 동남아 해변 휴양지처럼 에메랄드빛 바다도 없고 호텔체인에서 만든 대형 리조트가 많은 곳도 아니었다. 태국에 흔한 황금빛 사원이나 역사를 간직한 유적지가 숙있는 곳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10년 쯤 이후가 될 나의 은퇴 후 한달살기 일정에 후아힌을 꼭 넣기로 결정했다.
그 이유는 이렇다.
첫번째, 방콕에서 자동차로 세 시간 반이 조금 덜 걸리는 거리로 방콕행 항공편이 아주 많은 것을 감안하면 비교적 쉽게 방문할 수 있는 곳이다. 이번 여행에는 한국여행사에서 수완나폼 공항에서 이동 차량을 미리 예약하고 갔다. 공항에 내리면 수많은 여행사 직원들이 들고 있는 피켓 중 내 이름이 적힌 피켓을 찾으면 후아힌 호텔까지 알아서 데려다준다. 출발 전에 외국에서 장시간 차량이동을 하는 것이 안전할까 조금 걱정은 되었지만 직접 렌트카로 이동하는 여행자들도 있다는 후기들을 보았기에 걱정을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었다. 도로 사정은 생각보다 괜찮은 편이었고 중간에 휴게소도 많이 있어 운전해서 다니는것도 불가능하진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번째, 도시 내에서의 이동이 편리하고 골프장까지 15~20분 거리로 가까운 편이다. 후아힌 시내는 리조트, 마트,식당, 야시장, 스파 등 자주 이용하게 될 곳들이 대부분 차로 10분 이내의 도로 양쪽에 위치해 있는 작은 도시이다. 방콕과 다르게 그랩과 볼트가 금방 잡히고 요금은 대부분 100바트 이내이므로 일주일의 휴가동안 많은 체험을 하고 싶은 우리 부부에게 아주 적합한 곳이다. 게다가 우리나라 종합병원 수준의 병원도 시내에 있어 여행중에 갑자기 병원을 가게 될 경우에도 쉽게 방문할 수 있다. 병원진료는 받아보지 않았지만 태국의 의료수준이 동남아 국가들 중에선 믿을만하다는 글을 읽은 기억이 있고 실제 병원외관도 우리나라 종합병원 못지 않게 좋아보였다. 나이가 50가까이 되어가니 해외여행을 하려면 챙겨야 할 약들만 해도 짐의 큰 부피를 차지하게 되고 여행지의 병원시설에 대해서도 늘 고려하게 된다.
우리가 골프를 한 곳은 팜힐, 파인애플, 시파인 세 군데 골프코스인데 세 곳 다 볼트차량으로 20분 이내의 거리였고 골프를 마치고 돌아올때도 금새 차량이 잡혔다. 물론 시내에서 거리가 더 있는 블랙마운틴, 스프링필드와 같은 곳은 볼트가 잘 잡히지 않는다는 후기가 있어 계획에 넣지 않았다.
세번째, 관광객이 북적이지 않고 은퇴한 유럽인이나 가족단위 여행자가 많은 조용한 도시이다. 태국이 신기한 나라라고 생각하는 이유가 방문한 도시마다 특색이 뚜렷하게 서로 다른 매력이 있다. 방콕은 너무 혼잡하고 화려한 곳이고 치앙마이는 아기자기한 곳이었다. 끄라비는 젊은이들의 활기로 가득한 곳이었는데 후아힌은 이 도시들과는 또 다른 은은하고 평화로운 매력이 있는 곳이었다. 골프장에도 몇 한국팀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나이 많은 서양인들이었다.( 이 서양 노인들이 후아힌에 왜 많은지는 모르겠다. 나이 든 남자와 젊은 태국여자가 함께 있는 경우가 많이 목격되는데 별로 아름답게 보이지는 않지만 한편으론 나이 들어서 저렇게 누리며 살아갈 수 있는 조상 잘 만난 그들이 부럽기도 했다.)
네번째는 방콕보다 저렴한 물가이다. 골프와 휴양에 가성비 좋은 마사지를 받는게 목적인 우리 부부에게는 적합한 도시이다. 태국 마사지가 전과 다르게 많이 가성비가 낮아진 걸 느끼다. 태국 물가가 많이 올랐기 때문에 고급 스파는 가격이 10만원을 훌쩍 넘어 내 능력에는 부담스럽고 만원~2만원 수준의 저렴한 마사지는 잘못하면 팔꿈치로 누르는 테러만 당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엔 어쩌다보니 매일 마사지를 받게 되었는데 구글 평점을 보고 찾아간 곳들이었다. 그 중 KInn spa란 곳이 저렴한 가격에 깔끔한 내부 인테리어와 마사지실력 등이 총체적으로 괜찮은 곳이었다. 가격을 생각하지 않고 말하자면 아마리 리조트 내에 있는 스파를 클룩에서 예약하고 방문했는데 그곳이 내 인생에서 경험한 최고의 스파였다. 은은한 종소리와 함께 시작되는 90분간의 마사지는 부드러운 마사지사의 팔놀림을 느끼다 보면 금새 마치는 종소리와 함께 끝이 났다. 다음에 후아힌을 다시 방문한다면 꼭 다시 가고 싶은 곳 1번이다.
이런 이유로 골프 초보자이자 첫번째로 해외 골프를 다녀온 우리 부부의 여름휴가지로 후아힌을 선택한 것은 정말 잘한 결정이었다. 10년 후 은퇴하면 치앙마이에서 한달살기를 하며 남편과 골프를 하고 싶었던 계획에 더해 후아힌도 한달살기 계획에 넣게 되었다. 다만 한국인 방문이 많지 않은 곳이고 치앙마이처럼 은퇴한 한국인들이 많이 살지는 않는 곳이라 우리 부부만 가면 지루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언제쯤 은퇴하고 지겹도록 지루해질 날이 올까? 지루할 그 날을 위해 지금부터 조금씩 계획하는 삶이 의미있게 느껴진다.
(김치볶음밥이 있었던 파인애플 골프코스 내의 레스토랑)
두번째 숙소였던 하얏트 후아힌의 풀바에서 목테일을 주문했다. 유럽인 비율이 중국과 한국인보다 많았던 것 같다. 저녁에는 해변 근처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맥주를 마셨는데 유럽 가족들은 와인을 마시면서 오랜 시간 식사를 즐기는 모습에서 여유가 느껴졌다.
관광객이 주로 방문하는 시카다마켓.
라이브 공연도 하고 있고 다양한 음식을 쿠폰을 구입해서 맛볼 수 있었다. 하지만 시장에서 판매하는 물건은 살만한것이 별로 없다. 가격은 생맥주 한 잔 100밧으로 저렴하진 않았다.
후아힌에서 드물게 높은 건물인 홀리데이 리조트의 루프탑 바에 갔다. 음식 맛도 괜찮은 편이고 후아힌 아경을 볼 수 있는 곳이 별로 없다는 점에서 특별한 경험이었다. 테라스에는 바닥이 투명한 곳이 있어서 아찔한 경험도 할 수 있었다.